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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글을 쓰는 이유

by Windsbird

12월 31일엔 항상 조금 우울해진다. 한 해 동안 이루고 달성한 게 아무리 많아도 허무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후루룩 잔치 국수 말아먹은 듯 이번 한 해도 너무 빨리 지나가버려서. 시간이 마냥 흐른다는 게 아쉽고 2023년은 이제 끝이라는 게 서글프고.


그리고 1월 1일은 항상 설렌다. 지난 일 년 지나 보낸 시간들이 감사하고 새로운 시작에 마음이 들뜬다. 한잠 자고 일어났을 뿐이고 년수에 숫자 하나가 바뀌었을 뿐인데 내 기분은 그렇게 극과 극을 왔다 갔다 한다.


글쓰기를 할 때도 내 감정은 이랬다 저랬다 제멋대로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무슨 글을 써야 하나 막막하다. 마감 시간이 다가 올 수록 마음은 조급해지는데 할 말은 없고. 무언가라도 잡고 꾸역꾸역 써 내려가면서도 글쓰기에 속도가 붙지 않는 게 영 답답하다. 겨우 글 한편을 끝내고 '발행'을 누르면 오랜 변비가 해결된 것 같이 후련하다. 비유가 좀 그렇지만 매일 글을 쓰면서 느끼는 답답함은 정말 변비와 같다.


글을 한 편 발행한 후, 하루 종일 브런치 통계 수치를 확인한다. 별 볼일 없는 글을 누군가 읽어주고 '좋아요'를 눌러주면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오늘도 글을 써낸 나 자신이 기특하다.


이렇게 하루의 감정 기복을 반복하며 꾸준히 써나간 글이 70여 편이 모였다. 브런치 매거진 3개와 1개의 연재 브런치북에 꾸준히 글을 쓰고 있고 조회수가 17,000을 넘어간 적도 있다.


4개월째 접어든 나의 글쓰기는 내게 꾸준함과 끈기를 가르쳐 준다. 매일 무언가를 하기로 결심했으면 내 감정과 기분이 어떻든 무조건 하고 보는 꾸준함. 귀찮고 답답하고 영 마음에 안 들더라도 일단은 하는 거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 가다 보면 12월 31일의 울적함이 1월 1일 훅하고 설렘으로 바뀌듯 나의 갑갑한 글쓰기도 반전을 맞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희망해 보면서 2024년 오늘 하루도 글쓰기로 시작한다.


#글루틴 #팀라이트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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