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요정에게 바치는 라이스 푸딩, Risengrød
포동포동 포리지 쌀의 3단계 변신
덴마크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에 먹는 음식이 있다. 바로 라이스 푸딩이다.
평상시 거칠거칠한 보리나 귀리, 호밀에 물을 넣어 죽을 만들던 북유럽인들에겐 1800년대 후반까지 고급 수입품이었던 우유와 버터, 설탕, 계피가루를 넣고 만든 라이스 푸딩은 특별식일 수밖에 없었다.
보슬보슬한 포리지 쌀에 우유를 넣고 만드는 라이스 푸딩은 메인 코스인 리슨그로드(Risengrød)로 태어나 달콤한 디저트인 리살라망(Risalamande)이 되고, 마지막으로 팬케이크인 클랏케이거(Klatkager), 이렇게 세 단계를 거치고 운명을 다한다.
1. 리슨그로드(Risengrød)
사진 출처: https://nordicfoodliving.com/danish-rice-pudding/덴마크에선 크리스마스날 북유럽 신화의 요정인 '니세(Nisser)'에게 리슨그로드를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 다가오는 해에 행운을 가져다주고 집을 지켜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덴마크 출신인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쓴 동화에 '고블린'으로 번역된 존재가 바로 이 악동 니세다.
붉은 고깔모자를 쓰고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모습을 한 니세.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현대 우리에게 친숙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모습의 기원이 바로 이 니세라고 한다. 세계2차대전이 끝난 후 미국 문화가 덴마크 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치면서 전통적인 니세의 외형은 산타클로스의 모습으로, 니세란 존재는 산타클로스를 보조하는 요정의 역할로 변형됐다.
니세는 오래된 전래동화에서 뿐 아니라 TV 프로그램에서까지 등장한다. 아래 소개된 크리스마스 쇼에서 가장 인기를 끈 노래도 바로 리슨그로드를 찬양하는 니세들의 이야기다.
https://www.youtube.com/watch?v=nb05sgwhXFI&t=69s
말 그대로 '쌀죽'이란 뜻을 가진 리슨그로드는 '작은 크리스마스이브(Lille Juleaften)'인 12월 23일에 만든다. 포리지쌀에 물과 우유를 넣고 죽을 만든 후 계피 설탕과 버터 한 조각을 넣어 먹는다. 메인 코스로 설탕이 들어간 죽을 먹는다는 게 조금 생소했지만 직접 먹어보니 그렇게 달지 않았다.
서민들의 음식이었던 음식답게 리슨그로드는 다른 요리를 먹기 전 배를 채우기 위해 먹었다고 한다. 그 풍습은 아직도 이어져내려 와 크리스마스 저녁을 먹기 전 스타터로 많이 먹는다.
2. 리살라망(Risalamande)
https://www.arla.dk/opskrifter/risalamande-med-vaniljecreme-og-hindbarsauce-med-tranebar/크리스마스에 먹고 남은 리슨그로드에 생크림과 바닐라, 아몬드 조각을 넣고 체리 소스를 뿌리면 달콤한 리살라망이 완성된다. 1800년대 귀족들이 리슨그로드를 조금 더 고급지게 변형한 게 리살라망의 유래다. 귀족들의 음식답게, 이름도 '프랑스식이다. '아몬드를 곁들인 쌀'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먹는 리살라망엔 통아몬드 한 개가 숨어있다. 그 아몬드를 찾는 사람은 작은 상품을 받게 된다.
3. 클랫케이거(Klatkager)
사진 출처: https://nordicfoodliving.com/danish-rice-pudding-pancakes-klatkager/아직도 라이스 푸딩이 남았다면 팬케익을 만들 차례다. 식은 라이스 푸딩에 계란과 밀가루를 넣고 섞어 반죽을 만들어 구워주면 된다. 클랫케이거의 '클랫'은 우리말로 번역하면 '철푸덕'쯤이 되겠다. 라이스 푸딩을 국자로 듬뿍 떠서 후라이팬에 '철푸덕' 올리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크리스마스 만찬을 치룬 다음날 아침에 먹기 제격이다.
#크리스마스 #북유럽 #전통음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