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유럽을 휩쓴 독일의 '진저브레드' 이야기
크리스마스 하면 꼭 생각 나는 음식이 있다. 바로 독일 정통 크리스마스 과자 렙쿠헨. 유럽에선 성탄절이 다가오면 마트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과자다.
진저브레드와 비슷한 맛을 가진 렙쿠헨은 계피, 정향, 카다멈, 생강 등의 향신료와 견과류, 오렌지필, 마지판 등이 주재료로 사용되며, 이 재료들이 들어간 빵이나 페이스트리들이 모두 렙쿠흔 계열에 속한다. 럼에 절인 건과일이 들어간 스톨렌이나 다크초콜릿 코팅을 입은 도미노슈타인, 벨기에의 전통과자 스페큘러스 등등이다.
부드럽고 촉촉한 렙쿠헨의 이야기는 1296년, 다뉴브강이 흐르는 도시 울름(Ulm)의 수도원에서 시작된다. 독일을 통과해 극동 지역으로 뻗어나가는 무역로였던 올드 솔트 로드(Old Salt Road) 덕분에 독일의 중세 수도승들은 쉽게 향신료를 구할 수 있었고, 근처 숲에서 채취한 견과류와 수도원 양봉장에서 나온 꿀을 반죽에 섞어 과자를 굽기 시작한 게 렙쿠헨의 유래다. 알싸하고 고유의 단 맛을 가진 계피와 넛맥 덕분에 당시 귀했던 설탕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돼 부담 없이 만들 수 있었던 음식이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수도승들은 과자 반죽을 남은 성찬 웨이퍼 위에 구워 반죽이 오븐에 달라붙는 것을 막았다고 한다.
한겨울 펑펑 내린 눈으로 마을과의 교류가 차단돼 먹을 것이 부족해지면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달콤한 렙쿠헨은 소중한 식료품이 되었다. 몸을 따듯하게 해주는 계피, 생강 등의 향신료가 들어가 있어 힘을 보충할 때 먹는 건강식으로 여겨졌다고.
'렙쿠헨'이란 이름은 1409년 기록에 처음 등장하는데 어원에 대한 이론은 다양하다. 렙쿠헨의 '렙'은 그리스도의 몸을 뜻하는 'Leib'에서 왔는지, 아니면 빵이란 뜻의 'Laib', 또는 팬케이크를 뜻하는 'Libum'에서 왔는지는 불분명하다.
꿀케이크(Honigkuchn) 또는 후추케이크 (Pfefferkuchen)으로 불리기도 하는 렙쿠헨이 대중적인 크리스마스 쿠키로 자리 잡은 것은 19세기 들어서다.
2021년 독일에서만 생산된 렙쿠흔만 해도 84.5톤이나 된다니, 이는 렙쿠헨에 대한 큰 인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독일 풀스니츠 마을에선 후추케이크 박물관이 있으며 아헨 도시의 렙쿠흔인 프린튼 과자는 원산지 명칭 보호상품으로 지정되었다. 동독에 속했던 지역의 렙쿠흔은 서독에서 만들어진 렙쿠흔보다 더 건조하며 소박한 종이로 포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렙쿠헨은 생산되는 지역마다 그만의 특색을 띠는데, 이 중 가장 잘 알려진 렙쿠헨은 뉘른베르그에서 만들어진 엘리젠렙쿠헨(Elisenlebkuchen)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렙쿠헨 레시피는 뉘른베르크의 국립 게르만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향긋한 향이 매력적인 렙쿠헨 레시피는 18세기 덴마크로 건너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 그 이야기는 여기서 읽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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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디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