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총거림의 비애

by Windsbird

짝꿍의 걸음걸이는 내 속도보다 정확히 두배로 느리다. 난 4분의 1 박자, 그는 2분의 1 박자.


같이 걸을 때마다 내 몸뚱이는 짝꿍보다 한 발치 앞에 있는데 잡고 있는 손만 덩그러니 뒤에 있는 우스꽝스러운 광경이 펼쳐지곤 한다. 내 속도에 맞춰 좀 따라와 주었으면 좋겠는데 항상 뒤처져 걷는 게 답답해 속이 터질 것 같다. 좀 빨리 걸으라고 눈치주며 잡고 있는 손을 내 쪽으로 새게 당겨도 보지만 짝꿍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의 속도를 유지한다.


나란히 걷고 싶은 마음에 몇 번 짝꿍 속도에 맞춰 걸어보기도 해봤다. 하지만 5분도 되지 않고 내 몸은 다시 저 앞에 가있다. 산책의 '목표'는 루트를 완료하고 집에 돌아오는 거니 조금이라도 빨리 마무리하고픈 생각이 내 머릿속에 가득하다. 어슬렁어슬렁은 내 성격과 너무 안맞다.


언젠가 회사 동료가 회사에서의 내 모습을 흉내 낸 적이 있다. 두 팔에 수첩과 서류들을 잔뜩 들고 빠른 발걸음으로 총총총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모습. 너무 웃겨서 빵 터졌었는데, 그때 흉내 냈던 내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난 항상 이렇게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사람이었구나 - 그때 처음 알았다.


내 머릿속은 항상 다음 해야 할 일로 가득하다. 이 일을 하면서 다음 할 일을 생각하고, 다음 할 일 하면서 아직 하지 못한 스무 가지 일에 대해 스트레스받아한다. 하루가 끝날 때쯤 되면 하루종일 부렸던 조바심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학창 시절 쉬는 시간에 30명 넘는 아이들이 제멋대로 떠들고 웃고 소리 지르면 정신이 혼미해지는 그런 느낌이다.


하루가 끝나고 이렇게 머리가 지끈거릴 때마다 느릿느릿 걷는 짝꿍이 생각난다. 빨리 좀 걸으라고 재촉하는 잔소리에도 평안함을 잃지 않는 잔잔함. 그 고요함이 내게도 조금은 묻어나면 좋겠다.



#일상생활 #조바심 #글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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