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서 요리합니다

by Windsbird

몇 주 동안 준비해 온 크리스마스이브 만찬이 드디어 지나갔다.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메뉴를 계획해 버려 가족들이 도착하기까지 허둥지둥 준비를 마무리하기 바빴고, 음식도 너무 많이 남아버렸다.


애피타이저로는 크래커와 6 가지 치즈, 포도, 셀러리, 무화과 처트니, 건살구, 견과류.

메인으론 오븐에 구운 돼지고기 목심, 치즈 애플 크럼블, 크랜베리를 넣은 적양배추, 파스닙, 버터 민트 완두콩, 베이컨을 입힌 소시지, 크랜베리 스터핑, 그레이비.

디저트는 무화과 쇼트브레드 쿠키, 고추 치즈 쿠키, 덴마크식 라이스푸딩을 준비했다.


처음 짠 메뉴엔 완두콩 수프와 요크셔푸딩도 포함되 있었다.


준비할 땐 없으면 모양새가 안 날 것 같아 이 메뉴 저 메뉴 자꾸 추가했는데, 만찬을 치르고 보니 이게 다 내 욕심이자 불안감이었다는 게 보인다. 고작 6명 보이는 자리에 디저트만 3가지나 준비한다니.


덜어내는 삶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모자람에 대한 두려움에 자꾸 움켜쥐려고 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 난 여태까지 이 불안감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아부은 걸까.


2023년을 보내면서 매사에 날 닦달질 해대는 불안감도 살포시 내려놓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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