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2시 카네기 홀에서 아들과 함께 빈 소년 합창단 공연을 봤다. 고등학교 시절 사랑하던 빈 소년 합창단 공연을 뉴욕에서 보게 될 거라 미처 상상을 못 하였다. 파리나무 십자가 합창단과 함께 내가 사랑했던 합창단. 문득 고등학교 친구들도 그리워졌다. 어느 날 다른 나라에 와서 거꾸로 가는 삶을 살다 보니 친구들과 소식이 끊어지고 친구들 만난 지는 정말 오래전이다. 카네기 홀 무대에 25명의 소년이 올랐고 오스트리아, 독일, 캐나다, 일본, 캄보디아와 미국 등 국적이 다양했고 그 가운데 4명이 한국 출신이라 많이 놀랐고 세상이 과거와 얼마나 다른지 새삼 실감했다. 태어난 곳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사는 이민자들이 많은 세상. 성가곡과 캐럴송을 불렀고 오래전 링컨 센터 앨리스 툴리 홀에서 카운터테너가 부른 곡도 있었다. 그날 난 세상에서 처음으로 카운터테너 목소리를 듣고 감명을 받았다. 아들은 링컨 센터 메트 오페라보다 더 좋다고 하고 엄마와 함께 행복한 일요일 오후를 보냈다. 징글벨, 기쁘다 구주 오셨네 등 귀에 익숙한 캐럴송도 들려왔다.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보고 미드 타운 라커 펠러 센터 크리스티 경매장에 갔다. 아름다운 백장미 향기를 맡으며 뜨거운 카푸치노 커피를 마시며 소파에 앉아 휴식을 하다 럭셔리 보석이 전시된 갤러리도 둘러보았다. 장난말로 아들에게 돈 많이 벌어야겠다고 했다. 보석 하나에 십억 가까운 것도 있으니 돈을 얼마나 많이 벌어야 할지. 시력을 많이 높이고 갤러리를 나왔다. 돈이 무한이라면 구입하고 싶은 보석을 구입할 텐데 눈으로만 봐야지.
바로 근처에 있는 라커펠러 센터 크리스마스트리도 다시 보고 얼른 길을 돌아섰다. 예년에 비해 관광객이 10배 이상 많아진 느낌. 경찰이 횡단보도를 막고 통행량이 많아 도로가 아주 불편한 홀리데이 시즌. UBS 빌딩에 등장한 커다란 장난감 병정 인형도 보고 언제나 기분이 좋아. 우린 미드 타운 힐튼 호텔 옆에서 파는 할랄을 사러 갔다. 1인분에 8불. 세금과 팁이 없으니 저렴한 식사에 속한다. 아들이 외출할 적 반팔을 입어 춥다고 하니 오래 머물지 못하고 바로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으로 돌아왔다. 시내버스님을 오래오래 기다려야 하는 사태가 발생. 빈 소년 합창단 공연을 볼 때 세상의 은총과 축복은 모두 내게로 오는 느낌이 들었으나 플러싱에서 추운 겨울날 오래오래 버스를 기다리니 지옥에서 산책한 기분이 들고. 밤하늘 보름달이 날 보고 웃고 있어. 화내지 마, 하면서.
맨해튼은 홀리데이 분위기가 물씬해. 거리거리마다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이 가득하고 사람들로 붐비고 캐럴송이 들려오고. 명성 높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러 오라고 자주 연락을 하고 링컨 센터 메트 오페라와 뉴욕 필하모닉 등 많은 곳에서 이메일을 보내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