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이 내린 뉴욕 토요일 아침
토요일 아다모의 '눈이 내리네'를 들으며 커피와 함께 아침을 열고 창밖에 하얀 눈이 내린다. 대학시절이나 지금이나 '눈이 내리네 곡'을 들으면 마음은변함없는데 세월은 흘러가고.
며칠 뉴욕은 많이 춥고 마음도 몸도 꽁꽁 얼어붙었다. 첼시 갤러리에 가고 싶은 마음도 변하고 따뜻한 공간에 들어가 푹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 어제 그제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보고 자정 무렵에 돌아오니 몸이 녹초가 되고 난 한 줄의 글도 쓰기 힘들었다.
어제 카네기 홀(12월 8일)에서 힐러리 한 공연 티켓을 사러 아침 일찍 맨해튼에 갔다. 출근시간 지옥철을 타고 미드 타운 카네기 홀에 도착해서 낯선 할머니랑 얘기를 나눴다. 말레이시아 온 이민자 지금은 손녀 손자들을 돌보느라 미니애폴리스에 거주하는데 뉴욕에 가끔 와서 공연을 본다고. 수 십 년 전 뉴욕에 와서 사회 복지학을 공부했고 할머니 남편은 코넬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활동을 하다 은퇴하고 할렘에서 살면서 콜롬비아 대학에서 수강료를 내고 교양 강좌를 듣는다고. 할머니는 며칠 뉴욕에 와서 지내면서 매일 공연을 본다고 하고 뉴욕 필하모닉 공연과 카네기 홀과 앨빈 앨리 아메리칸 댄스 등을 본다고. 런던, 파리, 베를린, 빈, 동경, 로마 등 세계 여행을 하며 오페라, 뮤지컬, 클래식 음악, 가부키 등 공연을 보나 뉴욕처럼 매력적인 도시가 없다고 하는 할머니. 짐작에 최소 70대일 거 같으나 젊은이처럼 활력이 넘치고 맨해튼 차이나타운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아는 눈치, 중국어로 하는 오페라도 정말 좋아도 하고 헤어 커트도 차이나타운에 가서 하고 식사도 그런다고 하고. 가방에 티를 담아오셔서 추운 겨울 아침 뜨거운 티를 마시며 박스 오피스가 열리기를 기다렸다.
오전 11시 박스 오피스에서 힐러리 한 공연 티켓 2장을 구입해 지하철을 타고 라커 펠러 센터 크리스티 경매장에 가서 몸을 녹였다. 너무 추운 겨울날 아침 꽁꽁 얼어붙은 몸은 난방이 잘 된 아트 갤러리 소파에 앉아 라테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했다. 고급 인테리어 전시를 보고 그 후 근처에 있는 삭스 앤 핍스 백화점 쇼윈도를 보러 갔다. 어릴 적 읽은 백설 공주 테마를 담은 쇼윈도. 동화나라가 환상적으로 펼쳐졌다. 밤이 아닌 시각에도 구경꾼이 많고 난 잠시 백설 공주 나라에 푹 빠지고. 어릴 적 동화를 읽을 적 난쟁이가 상상일 거라 생각했는데 뉴욕에 오니 난쟁이도 가끔 만나고 별별 사람이 모여드는 뉴욕. 홀리데이 시즌이라 낮에도 관광객이 정말 많고 복잡하고 밤이 되면 아름다운 쇼윈도 보기 더 힘들고 난 얼른 복잡한 곳을 빠져나와 지하철을 타고 유니언 스퀘어로 갔다. 금요일 그린 마켓이 열리고 가끔씩 바게트를 구입하는 Bread Alone을 지나치다 우연히 주인이 하늘나라로 갔다는 글을 읽고 어린 자녀와 부인을 위해 기부금을 내라고 하는 글을 읽고. 유니언 스퀘어에서 빵을 판지 10년이 지났다고. 지난봄 미네소타에서 온 여행객이 생각나고. 그분도 베트남에서 온 이민자. 기억에 그분이 이민 온 지 40년이 지난 것 같고. 지금은 은퇴했고 뉴욕에 와서 몇 달 머물면서 매일 공연과 전시회를 본다고. 그분이 유니언 스퀘어 그린 마켓이 비싸다고 불평하면서 Bread Alone 빵은 가격도 좋고 맛도 좋다고 했다. 뉴욕은 세계 문화예술의 도시. 예술을 사랑하는 분에게 천국이니 카네기 홀과 링컨 센터에서 공연을 보기 위해 여행 온 분도 많고 셀 수 없이 많은 뮤지엄과 미술관도 매력적인 도시.
난 북 카페로 갔다. 홀리데이 시즌이라 손님이 더 많고 코너에서 선물을 포장하고 책과 장난감 등을 홀리데이 선물을 주는 사람도 많은 거라 짐작을 하게 하고. 몇 권의 책을 골라 자리에 앉아 읽기 시작했으나 머릿속에 잡념이 많아 집중이 안 되니 서점을 나와 유니언 스퀘어 홀리데이 마켓을 보며 스트랜드로 가서 구경을 했다. 원래 어제 첼시 갤러리에 갈 계획이었으나 너무 추워 포기. 다시 지하철을 타고 미드 타운 힐튼 호텔 근처로 가서 할랄을 구입했다. 추운 겨울날 구걸을 하는 홈리스가 거리거리에 많고 난 카네기 홀 근처 마켓에 가서 아들을 기다렸다. 저녁 식사는 할랄로 하고 저녁 8시 힐러리 한 공연을 보러 카네기 홀에 도착.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 힐러리 한. 레너드 번스타인 세레나데를 연주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악장이 한국인이라 약간 놀라 집에 돌아와 확인하니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 줄리아드 학교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졸업한 데이비드 김. 그의 엄마는 진정한 '타이거 맘'이라 적혀 있고 줄리아드 학교에서 도로시 딜레이에게 레슨을 받았다고. 자녀 교육으로 힘든 엄마들이 많고 어디까지 뒷바라지를 하는 게 맞는지 고민하고 사는 세상. 어제 프로그램은 줄리아드 학교에서 한 번 본 적이 있는 브리티시 작곡가 곡과 번스타인 시벨리우스 곡이었다. 지하철 타고 집에 돌아오니 자정 무렵.
THOMAS ADÈS Powder Her Face Suite (NY Premiere, co-commissioned by Carnegie Hall)
BERNSTEIN Serenade (after Plato'sSymposium)
SIBELIUS Symphony No. 1
카네기 홀에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공연하는 힐러리 한
오늘은 '산타콘 축제'가 열리는 날. 붉은색 산타클로스 복장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레스토랑과 바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얼마나 많은 산타클로스가 뉴욕에 올지. 하얀 눈이 펑펑 내려. 세상 모든 사람들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사랑과 소망과 꿈이 하늘에서 내리면 좋겠다.
하얀 눈 내리는 겨울 아침 12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