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꿈꾸던 대로

by 김지수


눈부신 겨울 햇살이 창으로 들어와. 지상은 어제 내린 하얀 눈으로 하얗게 덮여 있고 센트럴파크의 정경은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만 하고 플라자 호텔 전망 좋은 방에서 비치는 센트럴파크가 정말 아름다울 텐데 누가 머물고 있을까. 센트럴파크 웨스트에 위치한 럭셔리 아파트에서 비치는 공원도 아름다울 거야. 다코타와 산레모 아파트에 누가 살고 있을까. 난 플러싱에 사니 플러싱의 아름다운 겨울 정경을 바라봐. 하얀 눈이 겨울나무와 이중주를 노래하고. 일요일 줄리아드 학교에 가면 종일 많은 공연을 볼 수 있고 난 커피 한 잔을 테이블로 가져와 지난 기억을 더듬어 보는 일요일 아침.

지난 목요일 저녁 8시 카네기 홀에서 모차르트 '주피터' 교향곡과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공연할 예정. 그날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출근 시각 지하철은 지옥철이라 고생을 좀 했지. 그런데 왜 그렇게 추워? 카네기 홀에 도착해 박스 오피스가 문을 열기를 기다렸다.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달리는 차도 보고 홀리데이 시즌이라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 노란 택시도 달리고 붉은색 911 차도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카네기 홀도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카네기 홀 문을 열자 문이 열리지 않으니 표정이 변하고 수 십 명의 사람들 표정이 다 다르니 그것도 재미가 있어. 얼굴 표정이 괴물처럼 변하기도 하고 그냥 웃는 사람도 있고. 얼마 후 노부부가 도착해서 언제 문을 여는지 물어서 오전 11시에 문을 연다고 하니 "그럼 다시 올게요."하면서 떠났다 10시 반 즈음 돌아오셨다. 기다리는 동안 난 할머니와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어디 사세요?
-우리 여행 왔어요. 필라델피아에 살지요.
-어머 그러세요? 저도 오래전 그곳에 여행 갔어요. 미술관이 좋았어요. 언제 뉴욕에 오셨어요?
-어제 뉴욕에 와서 저녁에 뮤지컬 공연 봤어요. 오늘은 카네기 홀 공연을 보고 내일은 링컨 센터에서 뉴욕 필하모닉 공연을 보려고 해요. 그런데 표가 매진이래요. 박스 오피스에서 매진인 경우 암표를 파는 상인에게 표를 구하면 된다고 알려주었어요.
-그렇군요. 저도 자주 카네기 홀과 링컨 센터에서 암표 상인을 만나요. 할아버지와 함께 공연 보니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 60년대 대학교에서 만났지요. 지금 70세가 넘었어요. 은퇴하고 병원과 시청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자주 공연과 전시회를 보러 다녀요. 뉴욕은 사랑하는 도시고요.
-카네기 홀에서 표 구입 후 어디로 가세요?
-메트 뮤지엄에 가려고 해요.
-좋은 시간 보내세요.

필라델피아에 오래전 메가 버스를 타고 여행을 가서 낯선 거리를 걸으며 브루스 스프링스턴이 부른 '필라델피아 거리'를 떠올리고 동성애를 다룬 영화 오래전 정말 재미있게 봤던 영화 '필라델피아'도 떠오르고 어느 날 필라델피아 거리를 걷게 될 줄 몰랐지. 삶은 알 수 없는 부분이 정말 많고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 참 많은 듯. 캘리포니아 산불은 왜 일어났는지. 영화라도 끔찍한 공포일 텐데 영화가 아닌 현실이라 더 믿어지지 않아.



노부부는 오랜 세월 동안 함께 지내서 결혼기념일을 축하해야 하겠다고 말씀하셨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라 내겐 참 멋지게 보인다. 나이 들어도 젊은이처럼 지내는 미국 사람들. 자주 공연과 전시회를 보고 자원봉사를 하고 문화가 다름을 느껴봐. 잠시 후 우린 박스 오피스에서 표를 구입하고 헤어졌다. 실은 나도 메트 뮤지엄에 가려고 생각 중이었다. 하지만 할머니에게 메트 뮤지엄에 갈 거라 말하진 않고 얼른 지하철역으로 가서 Q를 타고 어퍼 이스트사이드 86th st. 역에 내려 뮤지엄 마일을 향해 몇 블록 걷기 시작했다. 거리에서 노란 바나나 1불어치 구입해 가방에 담고 독일과 오스트리아 전시회로 명성 높은 누 갤러리를 지나 메트 뮤지엄에 도착. 기부금을 주고 입장권을 받고 천천히 갤러리를 돌아보았다. 홀리데이 시즌이라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봐야 하고. 노부부는 연상하게 하는 '사랑의 승리'라 타이틀이 적힌 황금빛 장식을 봤다. 부부가 서로서로 존중하고 함께 취미생활을 하며 지내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홀리데이 시즌이라 중세 미술 갤러리에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도 보고 위층에서 합창 음악이 들려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했다. 언젠가 크리스티 경매장과 소더비 경매장에서 본 데이비드 호크니 특별전도 열리고 있어서 갤러리를 찾아가 작품을 보았다. 한국에서 알지 못한 낯선 작가였는데 아트 경매장에서 자주 접하니 이름이 낯설지 않게 되나 예전에 본 그 화가 느낌이 아니었다. 실은 그 작가를 잘 모르니 내 느낌은 나 혼자만의 것이고. 미켈란젤로 특별전도 열려서 그곳에 갔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숨쉬기도 힘들어 미켈란젤로 초상화를 확인하고 얼른 갤러리를 나오고 말았다. 이태리에 여행 가서 시스틴 성당 벽화를 보며 감탄을 자아냈는데 어찌 인간이 한 일인지 놀랍기만 했고 그의 초상화는 이번에 처음으로 접하고. 다빈치와 마티스 등 데생 전도 얼른 보고 내가 사랑하는 오르페우스 보러 갔는데 깜짝 놀라고 말았지. 1층 도서관 옆에 있는 홀에 있는 오르페우스. 그곳에서 특별 공연을 준비한 눈치. 메트 뮤지엄에서 공연도 열리고 가격은 결코 저렴하지 않고 내게도 자주 이메일을 보내서 공연 보라고 하는데 내 형편에 맞지 않으니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멋진 조명으로 빛나는 무대가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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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 뮤지엄을 나와 메디슨 애비뉴 칼라일 호텔 맞은편에 있는 가고 시안 갤러리에 가서 전시회를 보고. 명성 높은 세계적인 딜러 가고시안이 운영하는 갤러리는 늘 조용하고. 같은 빌딩 내에 있는 다른 전시회도 보고 컨템퍼러리 아트가 추상도 아니고 구상도 아니고 그 중간. 회색빛톤으로 커다란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이 무얼 말하는지 이해가 잘 안 오고. 근처에 있는 메트 뮤지엄 분관 메트 브로이어에 갔다. 구 휘트니 미술관이 있던 자리에 있다. 너무 추운 날이라 메트 뮤지엄에 도착하자마자 아래층으로 내려가 커피를 주문했다. 종이컵이 아니라 대학 시절도 생각나고. 카페에 손님이 정말 많아 놀라고 메트 뮤지엄과 메트 브로이어 모두 방문객이 정말 많아. 빈자리 구하기 좀 어려웠지. 약간 기다리다 커피를 마시고 위층에 올라가 전시회를 봤다. 이번에 찾아간 목적은 뭉크 특별전을 보려고. 고등학교 시절 그의 작품 <절규>를 미술 교과서에서 보면 왜 이런 작품이 교과서에 실린 것인지 이해가 안 되었는데 결혼 후 가장 먼저 떠오른 그림이 바로 그 작품이었다. 특별전이라 다른 미술관에서 대여한 작품이 전시 중.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모마를 비롯 오슬로 뮤지엄 등에서 빌려온 작품을 보고. 절망과 고독과 고통이 춤을 추는 그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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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병을 앞에 두고 정장을 입은 작가의 초상화도 보고 모마에 있는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와 같은 타이틀의 작품도 있어서 웃고. 인간은 고독을 피할 수 없는가, 라는 생각도 들어. 뉴욕의 대표 화가 에드워드 호퍼도 고독을 주제로 많은 그림을 그렸고. 뭉크 전을 보고 나와 그 후 어퍼 이스트사이드에 있는 몇몇 갤러리를 더 둘러보았고 아실 고리키 전을 우연히 봤는데 그도 역시 고독한 세월을 보냈다고 하고. 내게도 고독과 고통과 절망은 오랜 친구지. 고독한 나의 영혼을 잠재우기 위해 많은 책을 읽고 공연을 보고 전시회를 보고 글을 쓰고 지낸다. 인간은 각각 다른 상황에 놓이고 서로 다른 상황을 이해하기 쉽지 않고 결국 피할 수 없는 고독을 죽을 때까지 맛보며 사는 게 인생일 거라 생각이 들지.

두 개의 뮤지엄과 몇몇 갤러리를 돌아보고 화려한 메디슨 애비뉴 숍 윈도도 구경하고 감탄을 하고 교회에 들어가 기도를 하고 그 후 헌터 칼리지 근처에 있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북 카페에 가서 책과 커피의 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그날 링컨 센터 공연 예술 도서관에서 열리는 이벤트에 미리 예약을 했는데 가지 않고 서점에 눌러앉아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아침 일찍 집을 나와 종일 많은 시간을 맨해튼에서 보내니 피곤이 밀려오고 북 카페가 정말 좋아. 좁은 공간이라 빈자리 구하기 어려운데 마침 누가 떠나 바로 의자에 앉아 몇 시간을 보냈다. 소설책을 넘기다 집중이 안 되면 읽기 편한 책을 넘기니 금방 시간이 흘러갔다. 저녁 8시 카네기 홀에서 열린 공연을 보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카네기 홀 앞에서 아들을 만나 함께 들어가 공연을 봤다. 세인트 루크 오케스트라( Orchestra of St. Luke's)와 협연했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아 정말 좋았다. 대학 시절 자주 들은 모차르트 교향곡 주피터와 베토벤 곡을 연주하니 그날 공연 티켓을 구입했고 우연히 그날 아들과 내 옆자리에 앉은 아들 친구를 만나서 얘기를 나눴다.


Augustin Hadelich, Violin


KRAUS Olympie Overture

MOZART Symphony No. 41, "Jupiter"

BEETHOVEN Violin Concerto


줄리아드 학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석사 과정을 하고 곧 봄에 졸업을 하게 된다. 고등학교 시절 함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고 현악 4중주도 했던 친구. 카네기 홀에서 아는 사람 만난 적이 거의 드문데 그날 만나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 친구는 먼저 집에 간다고 앙코르 곡하기 전에 떠났다. 공연을 보고 집에 돌아오니 거의 자정 무렵. 카네기 홀과 링컨 센터에서 공연 보면 거의 자정 무렵에 집에 도착하니 맨해튼에 살지 않아 상당히 피곤하지.


대학시절 뮤지엄에 가서 전시회를 보고 공연을 보고 북카페에서 책을 읽는 등 몇 가지를 하루에 다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먼 훗날 다른 나라에 와서 살게 되면서 대학 시절 꿈꾸던 일이 가능하니 놀랍기만 해. 꿈은 언제나 마감일이 없어서 좋아.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드려고 노력하면 꿈이 이뤄지기도 하지. 그래서 꿈은 아름다운가 봐. 버지니아 울프 <댈러웨이 부인>을 읽으며 어찌 하루에 일어난 일을 장편소설로 담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가능할 거란 생각이 든다. 평범한 집안에 태어나 난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 가려고 평생 많은 노력을 했고 지금도 꿈을 꾸고 있다. 다른 사람과 다른 길을 거꾸로 가며 천천히 가지만 아직도 길이 안 보이지만 매일매일 자유로운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가진 게 없지만 마음은 자유롭게 하늘을 날지. 아름다운 새들처럼 자유로운 나의 영혼은 매일매일 아름다운 영혼을 찾아서 꿈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어차피 난 지구별에 온 여행객이야. 내가 모른 일이 너무 많고 나의 한계로 둘러싸여 있지만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 가야지.


2017년 12월 7일 일상/ 12월 10일 기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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