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꽃향기 가득한
아름다운 5월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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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창가로 눈부신 햇살 드는 월요일 오후. 휘청거리는 오후가 아냐. 며칠 집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파트 뜰 초록 잎새가 무성한 고목나무와 파란 하늘을 자주 쳐다보고 초록색 뜰은 어제 전쟁터로 변해 사랑하는 나의 민들레 꽃 영토가 사라져 버렸다. 작년에 슈퍼가 하얀색 제비꽃을 초토화시키더니 올해는 민들레 꽃을. 너무 슬퍼. 붉은색 미니카에 탄 슈퍼가 초록 뜰 잔디를 깎았다. 너무너무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지 않았으나 풀잎 냄새가 가득한 일요일이었다. 종일 잔디 깎는 소음 소리, 폭죽 터뜨리는 소리, 앰뷸런스 소리, 아이들 노는 소리가 들렸던 일요일 오후. 스크루지 할아범 보다 더 마음이 얼어붙은 아래층 할아버지는 아파트 뜰에서 노는 아이들 보고 소리를 질렀다. 내게 어린아이들 노는 것은 천국처럼 보이는데.

아들과 내가 사랑하는 세계적인 장 조지 셰프는 레스토랑에 와서 식사하라고 자주 이메일을 보내오고 참 슬퍼. 매일 가고 싶으나 형편이 안되는데 내 사정을 그 누가 알겠니. 12년 전 롱아일랜드 힉스 빌 이케아에서 구입한 회전의 자 바퀴는 고장이 나서 수술을 받았어. 아들이 수술을 했고 움직이지 않을 거 같았는데 수술이 잘 된 모양이다. 비닐은 다 벗자 진 낡은 의자는 골동품 박물관에 전시되어야 하는데 왜 우리 집에 있을까. 슬픈 이민 가정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낡고 낡은 회전의자. 우리 집에 있는 물건은 박물관 만들어 보내야 할 거 같아. 있는 것도 몇 개 되지도 않지만. 한국에서 지낸 시절과 극과 극으로 상황이 변하니 모두 소설 속 주인공이지. 수족관, 홈 시어터, 서재, 드레스 룸과 수입 가구가 놓인 집에 두 자녀 친구들이 놀러 오면 깜짝 놀랐는데 다른 나라에 오니 모두 사라진 하얀 성에 산다. 하얀 성에는 아무것도 없지. 꿈과 희망과 사랑으로 만들어진 하얀 성. 슬픈 운명이 데리고 온 뉴욕에서 우리 가족은 나이아가라 폭포 같은 눈물을 쏟으며 꿈을 만들어 가고 있다.

뉴욕에 와서 가끔 보는 유에스 오픈 테니스도 8월이면 개막을 하고 자주자주 이메일을 보내온다. 미리 입장권을 구입하면 더 저렴할 텐데 너무너무 복잡하니 생각 중. 꼭 보고 싶은 테니스 경기인데 마음은 갈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린다.

지난번 30도가 넘는 날씨에 아파트 열기가 태양처럼 불타오르다 다시 사그라들고 봄볕 가득하고. 아들은 지난주 금요일 사랑하는 브루클린 식물원에 엄마 따라갔는데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어서 아프다고 하니 참 슬퍼. 작년엔가 브루클린 덤보 오픈 스튜디오 아들과 함께 찾아갔는데 거기서 꽃가루 알레르기 있는 뉴요커 아가씨 만났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세월이 흘러가고 있다. 화가 스튜디오에 전시된 작품은 이미 팔렸다고 하며 사랑하는 엄마를 그렸다는 작품도 보여주었다.

한국은 어버이날 행사. 하늘에 계신 아버지는 무얼 하고 계실까. 마지막 순간을 뵙지 못해 가슴 아픈데. 그리 삶이 허망할 줄 누가 알았어. 오래전 한국에 방문해 메기탕 먹으러 갔는데 최후의 만찬이 되어버렸다. 아들이 무척 좋아한 메기탕. 뉴욕에서 먹을 수 없어서 참 슬퍼. 아버지는 한국 최고의 의사에게 수술을 받으면 더 좋아질 거라 착각을 했는데 결과는 반대. 차라리 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더 오래 살고 계실지. 아무도 모르지. 하늘만 알고 있겠지. 외국에 사니 부모님을 자주 방문하지 못해 늘 죄인 같고 슬픈 운명. 삶이 뜻대로 된다면 자주자주 방문할 텐데 끝도 없이 복잡하고 하늘은 답을 알고 있을까. 매일매일 기도만 한다. 눈만 뜨면 저절로 기도가 나오지. 아주 오래전 영어 회화반에서 만난 여인의 남편이 일찍 저세상으로 가 버려 새벽에 일어나 기도를 한다고 했을 때 그분 심정을 헤아리지 못했다.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의사 아빠 자주 찾아간다고 했는데. 그때 우리 가족이 미국에 와서 살게 될 거라 생각도 못하던 시절. 까마득한 세월이 흘러가고 있다. 자녀들 학교에 보내고 영어 학원에 찾아와 별별 이야기를 하던 영어 회화 수업반. 자녀들이 서울대에 많이 진학했다는 소식도 듣고 서울대 진학이 무척 어렵기만 한데 해낸 것을 보면 놀랍기만 하다. 누군가는 내가 파란만장한 재판을 하고 뉴욕에 가니 충격을 받던데 그 후 그녀도 운명의 주인공이 되어 남편과 헤어졌다는 소식도 듣고 삶이 어디 맘대로 되니.

지난 토요일 아침 꽃향기 가득한 거리를 걷다 우체국에 가서 소동을 피웠고 슬프게 그냥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혹시나 하고 집에 우편물을 배달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늦은 오후 우체부가 도착한 소리가 들렸다. 얼른 나무 계단을 내려가니 두 개의 편지만 바닥에 던지고 떠나 한국에서 보낸 우편물 어디 있지요? 하니 다시 올게요, 해서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20분 이상을 기다렸는데 오지 않아 거실로 돌아왔다. 바보 멍청이. 바로 올 줄 알았어. 다른 사람 생각을 잘 읽지 못해. 암튼 1시간 후 다시 찾아왔는데 우체부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다. 분명 그녀도 한국에서 보낸 우편물이란 것을 파악했고 난 필명이 적혀 있으니 뉴욕 신분증 이름과 다르다고 하면서 지난달 한국 수필 협회에서 보내온 작은 상자를 보여주었다. 여기는 본명과 필명이 적어 있으나 이번에 실수로 필명만 적었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사인을 해 달라고 해서 주소와 필명으로 사인을 했다. 너무 고마운 우체부. 평소 우편물 성의 없게 던지고 가니 속이 상하기도 하지만 그날 해결했으니 다행이었다. 마음 상하게 하는 우편물을 개봉하니 내 얼굴 사진 스티커들이 들어 있고 한국 수필집 출판하는 출판사에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메모를 작은 책 안에 넣어서 보냈다. 누가 실수를 했는지 모르나 신인상 작가 소개에 하면 안 되는 실수였으나 이미 지난 일. 지난 일은 잊어야지 어떡해. 속이 상하는 일이 어디 한두 가지니. 셀 수 없이 많지. 보통 사람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이 내게는 왜 그리 자주 찾아오는지 헤아리기도 어렵지. 수년 전 집 근처에 주차했는데 분명 앞과 뒤에 다른 차가 주차된 상황인데 어찌 가운데 있는 내 차만 박고 도망갔는지. 뺑소니 운전수 찾지도 못하고 무려 러시 오페라 100개가 날아가 얼마나 슬펐는지. 경찰서에 신고를 했으나 범인은 양심이 없는지 도주했어. 그 범인 양심은 까만색 왕일 거야. 그리 까만 심장도 세상에 있나 봐. 정말 슬픈 일이 너무너무 많은 뉴욕. 아, 이번 주 오페라 시즌이 막이 내리는데 인기 많은 토스카 오페라 보지도 못했는데. 토요일 저녁 8시 토스카 공연을 하고 막이 내린다. 아, 보고 싶어라.

아카시아 꽃향기 가득한 아름다운 5월. 센트럴파크 회전목마 타는 곳 근처에 아카시아꽃나무가 있는데 아이보리 색 아카시아꽃이 피었을까. 근처에 보랏빛 등나무 꽃나무도 있고 플러싱 주택가는 등나무 꽃도 피었다. 대학 시절 아카시아꽃 피는 나무 아래서 동아리방 선배들이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놀았는데 그리 아름답던 시절은 추억이 되고 말았어. 아카시아꽃나무 아래서 앉아 노래 부르고 바람 불면 가슴에 행복 가득했는데 세월이 흐르니 삶이 갈수록 무겁기만 하고 우주처럼 고민은 커져가니 고민과 근심이 날 삼키려 하니 난 아름다운 꽃향기 맡으러 가고 가끔 카네기 홀에 가서 아름다운 영혼이 흐르는 음악을 듣지.


너무너무 슬픈 영혼을 달래러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가 볼까.
누가 누가 내 슬픈 영혼을 달래줄까.
브루클린 식물원에서 본 분홍색, 하얀색, 빨간색, 보라색 튤립 꽃도 그리워.
튤립 꽃은 모양과 색이 다르니 한 송이 꽃 보다 함께 어울려 있는 튤립 꽃 정원이 훨씬 더 아름답더라.



2018. 5. 7 월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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