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새소리 들려오고 꽃향기 가득한 플러싱 화사한 분홍빛 벚꽃, 노란 민들레 꽃, 보랏빛 아이리스 꽃과 제비꽃, 자목련 꽃, 하얀 배나무 꽃, 보랏빛 등나무 꽃향기를 맡으며 천천히 걷다 우체국에 갔다. 어제 집에 우체부가 아파트 현관문에 두고 간 쪽지를 보여주고 우편물을 달라고 부탁했다. 우체부가 남긴 쪽지에는 내 본명이 아닌 필명 김지수로 되어 있었다. 한국 수필에서 지난 4월 호 작가 소개에 다른 인물 사진을 올렸다. 실수였다. 지난번 한국수필 협회에서 보내온 한국 수필집이 든 소포에는 내 본명과 필명이 모두 적어져 별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직원이 김지수라고 적힌 아이디를 달라고 하니 필명만 적어져 있나 보다 추측을 했다. 직원은 내개 주소와 이름이 적힌 아이디(신분증)를 달라고 하고 내게 필명으로 된 뉴욕 아이디는 없으니 그런 이유를 설명하자 우편물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흑인 여자에게 설명을 했으나 강력히 거절 의사를 비춰 중국인 여자에게 혹시나 내 사정을 이해 하나 하고 다시 물었으나 신경질적인 얼굴 표정을 지으며 괴롭힌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한국인 우체부는 없었다. 만약 한국인 우체부가 있었다면 우편물을 찾을 수 있었을까.
어제도 우체부가 메모를 남길 시각 난 집에 있었다. 우체부는 정말 성의가 없다. 주인이 집에 있는지 확인도 안 하고 아파트 현관문에 쪽지를 붙여두고 떠났다. 지나 번에도 한국 수필집에서 보낸 소포를 찾으러 우체국에 갔다. 그때도 집에서 있었다. 우체국은 집 옆에 없다. 차도 없다. 걸어서 간다. 우체국은 늘 손님이 많다. 우체부가 남긴 메모를 보면 솔직히 마음이 가볍지 않다. 소포나 우편물을 찾으러 가야 한다는 사실이 무겁기만 하다. 흑인 우체부에게 집으로 배달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아파트 현관문에는 내가 집에 있으니 현관문을 노크해 달라고 부탁을 한 메모를 붙였다. 필명으로 된 뉴욕 아이디가 없는데 과연 찾을 수 있을까. 지난번 한국수필 협회에서 보내온 소포 박스가 집에 있다. 거기에 두 이름이 적어져 있다. 그걸 사진을 찍어서 흑인 우체부에게 보여줬으나 사진을 볼 이유가 없다고 했다. 집이라면 사정이 다를까.
한국에서 보내온 우편물에는 다름 아닌 내 사진 스티커가 있을 것이다. 지난 4월호 '한국수필'집에 작가 사진이 실수로 다른 분 얼굴이 올려져 내 사진 얼굴을 스티커로 만들어 보내준다는 연락을 오래전 받았다. 실수가 실수를 부르고 있다. 처음 작가 소개에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없을 테고 난 몇 차례나 우체국에 가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우편물이 아니었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것이고. 지난번 우체국에 가서 오래오래 기다렸다. 우체국에 가는 것이 즐거운 일이 아니다.
이런 작은 실수가 자주 일어난다. 보통 사람에게는 흔히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 내게는 자주 일어나니 마음이 불편하고 힘들지. 작가 소개란에 다른 사람 사진 올려진 게 어디 흔한 일인가. 그것뿐 아니다. 너무너무 많지만 하나의 예만 든다. 오래전 혼자 유학 수속을 했고 학교에서 보내준 미국 유학생 신분 서류 I-20에 문제가 있었다. 미들 네임이 없는데 서류에 미들 네임이 있다고 적혀 있었다. 급히 학교에 연락을 했다. 하지만 바로 한국에 정정된 서류가 도착하지 않았다. 유학 서류가 빨리 도착해야 준비를 할 수 있다. 그 서류 하나로 이어지는 수많은 문제들. 뉴욕에 살 집도 구해야 하고 등등 머리가 한없이 복잡하나 서류는 늦게 늦게 도착했다. 기억에 한 달 정도 걸렸다. 비행기 표도 늦게 구하니 비싼 표였다. 삶은 정말 눈물겹다. 하나가 빗나가면 이어지는 수많은 문제들. 끝도 없이 복잡하다. 만약 한국이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 그러하지 않을 것이다. 외국에 산다는 게 피곤하고 힘든 경우가 많다.
삶이 뜻대로 될까. 뜻대로 되지 않아. 끝도 끝도 없는 수많은 문제들.
그제와 어제 무더운 날씨였다. 그제는 30도까지 올라갔다. 숨 막히게 더워 힘들었다. 오늘은 17도. 봄날이다. 하늘은 흐리다. 어제 브루클린 식물원에 가서 예쁜 튤립 꽃과 화사한 분홍빛 벚꽃을 봤는데 1년이나 지난 거 같다.
2018. 5. 5 슬픈 토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