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드 댄스 보고
아들 친구 엄마 교통사고 당하고

뉴요커의 일상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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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날씨가 왜 이리 이상해
며칠 전 겨울처럼 추워 난방이 들어왔는데
오늘은 27도까지 올라가니 여름 날인가
목요일 빼고
일주일 내내 비가 온다네
하늘도
나처럼 슬플까
너무너무 슬픈 일도 많고
생은 우리가 알 수 없는 게 너무 많아.


습도가 너무너무 높아 집안에 습기 가득하고 어제는 경찰이 날 놀라게 하더니 오늘은 습도가 날 불편하게 하네. 이웃집 정원에서 잔디 깎는 소리 들려오고 잔디는 오늘 저세상으로 가고 마는구나. 하늘나라에 가면 편히 쉴까. 아파요, 아파요 하고 비명을 외치니 풀 내음 가득하다. 새들은 어디로 숨었지. 아파트 현관에 새똥을 싸고 도망갔어. 우체부가 왔다 간 소리가 들렸는데 계단을 내려가지 않았다. 누가 우편물을 보냈을까. 뻔한 세금 고지서나. 똥 같은 인터넷 고지서인가 몰라. 인터넷 속도는 석기시대이며 가격은 또 얼마나 비싼지 숨이 헉헉 막히지. 가끔은 인터넷 연결도 되지 않고. 짜증 도수가 국왕급이야.

지난번 브루클린 식물원에 엄마랑 벚꽃과 튤립 꽃 보러 간 아들은 꽃 알레르기로 고생하고 그날 이후 집에서 지내다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인데 어제 친구네 이사 도와주러 갔는데 방금 Panera Bread 샌드위치 들고 집에 왔다. 친구가 점심으로 사준 거라 하고 뉴요커가 사랑하는 빵 브랜드. 아보카도와 토마토가 들어 있네.

그런데 어제 아들 친구 엄마는 교통사고가 났다고 하니 깜짝 놀랐다. 다행히 가슴이 멍들었지만 큰 부상은 없으나 차는 고물차로 변해 수리센터로 갔다고. 뉴요커들 운전 정말 거칠지. 우주선처럼 속도가 빠른 분이 많고. 나도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하늘나라로 여행 갈뻔했는데 살아남았으니 오래 살려나. 사람 일은 언제나 알 수가 없지. 롱아일랜드 양롱원에서 발런티어 할 때 만난 직원은 3차례 교통사고가 났으나 사람은 다치지 않았으나 차는 수리할 수 없었다고 나중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수 없으니 너무너무 힘든 생활을 한다고. 계속 사고가 나니 회사에서 피해가 컸을까. 가입도 안된다고 하니 슬펐겠다. 3차례 사고가 났으나 사람은 안 다쳤으니 그건 기적 같은 일이고. 롱아일랜드는 차 없이 지내기 힘든 곳. 한국과 다른 미국이지.

스트레스는 역시 안 좋아. 어제 맨해튼 어퍼 이스트사이드 교회에서 열리는 공연 보려고 아주 많은 시간 들여 리서치해서 찾아 달력에 메모했는데 경찰이 갑자기 찾아와 소동을 피우다 그만 잊고 말았어. 얼른 공연 보고 센트럴파크를 지나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댄스 공연 보려고 했는데. 줄리아드 학교 가는 길 문득 생각이 났으나 저녁 7시 반 열리는 댄스 공연도 지각할 것 같고. 플라자 호텔 근처 지하철역에 내려 숲 속의 궁전 센트럴파크에 도착. 멀리서 들려오는 퍼커션 소리가 공원을 가득 메우고 초록 숲은 궁전으로 변해 아름다웠다. 조깅을 하고 마차는 달리고 연인들은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고 이미 수선화는 다른 세상으로 가고 예쁜 종 모양의 블루빛 꽃을 보면서 공원에서 나와 줄리아드 학교에 갔다.

학기 시즌이 끝날 무렵 열리는 시니어 댄스 축제. 졸업반 댄스 발표회였고 미리 공연표를 구해야 했다. 박스 오피스에 도착하니 혹시 남은 표 있니?라고 물은 사람도 많고 얼른 홀로 들어가 댄스 공연을 보기 시작했다. 한국 출신 학생도 한 명 보이고 졸업생들이 무대에 올라 발표를 하고 솔로, 듀엣, 트리오로 구성되어 있고 아름다운 음악과 더불어 춤을 추니 얼마나 아름다운지. 잠시 세상을 잊게 하는 무대지. 그래서 좋아. 줄리아드 학교에서 공연 볼 적 가끔 뵈는 교수님 말고 아는 사람이 없었다. 분명 70대 할머니도 오셨을 텐데 나랑 자리가 달라서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저마다 다른 작품을 보여주고 정말 죽여주게 멋진 댄스 춤도 보았지. 어떤 학생은 수 십 개의 가면을 하나씩 벗기며 춤을 추고 어떤 학생은 춤 무대 배경은 내가 사랑하는 오렌지가 무대에 가득해 놀랐어. 캘리포니아 오렌지 먹고 싶은데 냉장고가 텅텅 비어 그림의 떡인데 어제 공연 보러 가니 무대에 그 많은 오렌지가 놓여 있어. Stand by Me(Ben E. King) 노래도 흐르고 내가 모르는 낯선 곡도 들으며 학생들 춤을 보니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마지막 무대는 졸업생 무도회였는데 모두 파란색 졸업식 가운과 학사모를 쓰고 무대에 올라 사진을 촬영하는 포즈를 취하다 무대를 돌아보고 인사를 하는데 너무나 멋진 장면. 파티의 한 모습 같았다. 졸업생이니 가장 아름다운 청춘 시절 아닌가. 몸매가 얼마나 아름다운데 섹시한 엉덩이를 객석에 앉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연기도 하니 너무너무 멋져 황홀했다. 나도 좋은데 백발 할아버지들은 얼마나 좋으셨을까. 노인들도 댄스 공연을 보러 많이 오신다. 나도 매일매일 댄스 공연을 보면 좋겠어. 줄리아드 학교는 음악으로 유명하지만 댄스와 연극도 아주 좋아. 정말 사랑스러운 학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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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링컨 센터에서 American Ballet Theater가 오픈했다. 약 두 달 동안 발레 공연이 시작되고 아 보고 싶은데 마음은 매일 그곳으로 가는데 왜 돈이 없는 거야. 약 두 달 동안 발레 공연이 시작되고 아 보고 싶은데 마음은 매일 그곳으로 가는데 왜 돈이 없는 거야. 링컨 센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열리는 발레 공연. 메트 오페라 시즌이 지난 토요일 막을 내렸다. 마지막은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이번 시즌 인기가 높아서 카네기 홀에서 만난 몇몇 사람들이 봤는데 너무너무 좋다고 해서 나도 보고 싶은 마음에 어렵게 스탠딩 좌석표 구해서 3시간 동안 서서 봤지. 힘든 이민 생활에 적응이 되었는지 3시간 서서 오페라 보는 게 아주 극적인 고통이 아니더군. 마지막 날이라 오페라 팬도 많이 찾아오고 젊은 연인들도 백발노인들 커플도 모두 함께 서서 3시간 동안 서서 오페라를 봤어. 내 앞에 앉은 20대 백인 뉴요커는 맨 뒤에 서 있는 날 보고 "안녕?"하니 웃고 말았어.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나 레트렙코가 부른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들으며 온몸에 전율이 흘렀지. 그 맛으로 오페라 보러 가지. 잠시 딴 세상으로 들어가는 거야. 황홀의 나라. 마지막 무대니 잘 가라고 안나 레트렙코는 손을 흔들더라. 이제 9월 말이 되어야 새로운 시즌 오페라 볼 수 있지.

유튜브에 올려진 마리아 칼라스 뉴욕 공연을 들어보자.



메트 오페라 입석으로 보는 사람들 쉬는 시간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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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5821.jpg?type=w966 사진 중앙 안나 레트랩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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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공연



어제 링컨 센터 앨리스 툴리 홀에서 갈라가 열린 눈치. 멋진 드레스를 입고 꽃향기 가득한 테이블에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더라. 뉴욕에 갈라도 얼마나 많은지. 갈라에 가려면 얼마를 들고 가야 할까. 지난번 펜 아메리카에서도 스티븐 킹이 갈라에 참석한다고 이메일을 보내왔는데 돈이 있어야 가지. 그렇지 않아. 매일매일 새로운 세상 열어보고 싶으나 나의 한계 안에서 하나씩 여는 거야. 어찌 뉴욕에서 태어나지도 않은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뉴욕에 와서 뉴욕 상류층 문화를 다 엿볼 수 있겠어.


유튜브에서 스탠 바이 미 노래가 끝나니 에드 시런의 노래가 들려온다. 작년 보스턴에 여행 가서 딸이 들려줘 알게 된 가수. 요즘 난 너무 많이 늙어버렸나. 대학 시절 들은 노래를 맨해튼에서 들으면 대학 시절로 돌아가는데 요즘 뉴욕에서 열리는 공연은 거의 모르니 구세대나 보다. 뉴욕에 살면서 매일 공연만 보는 사람도 있는 거 같고 세계적인 음악가 공연을 보려 매디슨 스퀘어 가든 등 많은 곳을 누비며 공연을 본다고 하니 세상이 너무나 달라졌지. 저마다 다른 꿈을 갖고 살아가는 세상.



시간이 왜 이리 빨리 달려가는 거야
너무너무 빠르군
벌써 5월 중순이야
해야 할 일은 히말라야 산처럼 밀려 있는데
누가 내 일을 하지
아무도 없지
내 몫이거든
봄날이나 여름처럼 무더운 오후
이제 하던 일로 돌아가자.



2018. 5. 15 봄날 오후 첼로 음악을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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