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내내 해는 어디로 숨어버렸고 하늘에서 비가 뚝뚝 떨어졌고 오늘 비로소 해가 지상에 비쳤다. 일요일 마침내 에어컨이 좋다는 날씨. 어제 보스턴에서 딸이 뉴욕에 왔고 일요일 저녁 JFL 공항에서 비행기로 보스턴에 돌아갔다. 작년 겨울 엄마에게 하얀 화장대를 조립해 주고 파란색, 주황색, 분홍색 장미꽃을 화병에 꽂아두고 갔는데 오늘은 홀 푸드에서 하얀 작약꽃 5송이를 구입해 화병에 꽂아두고 떠났다.
어제 아침 아들은 외출을 했고 딸은 롱아일랜드에 기차를 타고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집을 나갔다. 축제의 도시 뉴욕. 어제 많은 축제가 열려 나도 샤워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가는 동안 딸에게 연락을 받았다. 구글이 실수를 해서 기차 시간에 착오가 있어 집에서 가까운 기차역에서 목적지까지 기차가 자주 운행하지 않아 결국 맨해튼 펜 스테이션으로 가는 기차를 타서 롱아일랜드에 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일하고 공부하고 시험 보고 앙상블 연주까지 하니 너무너무 바쁜 딸이 뉴욕에 왔는데 스케줄이 흐트러져 혼자 역에서 놀고 있다고 하니 나의 계획을 변경해 지하철을 타고 펜 스테이션에 갔다. 매그놀리아 베이커리에서 컵케이크를 구입해 스타벅스 카페에서 기다린다고 하니 스타벅스를 찾았다.
뉴욕 초기 정착 시절 우리 가족이 롱아일랜드 제리코에 살던 무렵 아들이 기차를 타고 줄리아드 학교에 바이올린 레슨을 받으러 갔고 그때 함께 기차를 타고 맨해튼에 갔던 기억도 떠올랐다. 언제나 기차를 타려고 기다리는 승객들이 많아 복잡한데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과거보다 더 깨끗해져 좋았다. 스타벅스, 매그놀리아 베이커리, 프레타 망제, 셰이크 쉑도 오픈했고 서점은 어디로 간 데 온대 없이 사라져 버렸더라.
딸은 오후 2시가 지나서 기차를 타고 롱아일랜드에 갈 예정.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커피와 빵을 먹으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너무 바쁘게 지내니 평소 딸에게 전화하기도 미안해서 대화를 주고받을 시간도 없이 지나가는데 어제는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딸이 기차를 타고 떠나고 나도 기차역을 나와 헤럴드 스퀘어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유니언 스퀘어 역에 내렸다. 어제 뉴욕 댄스 퍼레이드가 열렸다. 어제도 종일 비가 내렸고 비 오는 날 과연 퍼레이드가 열릴지 궁금하지만 뉴욕은 뉴욕. 비가 와도 퍼레이드가 열렸다. 하얀 비옷과 노란 비옷을 입고 댄스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사람들도 보고 평소대로 비옷을 입지 않고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사람들도 보고 거리에 음악이 울리고 우산을 쓰고 댄스 퍼레이드를 지켜봤다.
오후 3시 맨해튼 어퍼 웨스트사이드 심포니 스페이스(Symphony Space)에서 Wall to Wall 축제가 열렸고 레너드 번스타인 곡을 밤 11시까지 공연했다. 댄스 퍼레이드를 보다 약간 늦게 도착했는데 멀리서 보니 줄리아드 학교에서 자주 만난 70대 할머니가 보였다. 잠시 후 크리스티 경매장과 이스트 빌리지 등 여러 곳에서 가끔 우연히 만나는 이마에 혹이 난 백발 할아버지가 내 옆에 앉으셨다.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의자에 앉아 잠을 자고 있으니 누가 할아버지 여기는 잠자는 장소가 아니라고 하면서 잠을 깨웠다. 할아버지는 음악을 들으며 좋으면 "브라보 브라보" 외치고 피아니스트가 연주를 하면 무릎이 마치 피아노인 거 거처럼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치는 흉내를 내고 손으로 지휘를 하며 흥에 겨워 축제를 보셨다. 늘 같은 양복을 입고 같은 와이셔츠를 매고 손에는 크리스티 경매장 가방을 들고 다니신다. 보컬, 피아노, 재즈, 합창, 댄스 등 다채로운 무대를 볼 수 있었고 정말 재미있던 것은 2년 전엔가 링컨 센터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아트리움에서 내게 댄스를 출까요?라고 말한 중년 남자가 합창을 불렀다. 화장기 없고 주름살 가득한 내게 춤을 추자고 하는 뉴요커 보면 얼마나 놀라운 뉴욕인지. 줄리아드 학교에 가면 가끔 만나곤 했는데 합창단에 속해 활동을 한 줄 몰랐지만 차츰차츰 뉴요커들을 알아가게 된다. 심포니 스페이스에서 많은 행사가 열리고 매년 봄 월 투 월 무료 축제가 열리고 수준 높은 공연이고 사랑을 받는 음악 축제에 나도 참가해 즐겁게 행사를 보았다. 1막이 끝나고 화장실에서 70대 할머니를 만나 인사를 했다. 먼저 밖으로 나와 그 할머니를 기다리고 잠시 후 만나 이야기를 했다.
어제저녁 7시 반 뉴욕 기타 축제가 열렸고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연주를 볼 수 있었다. 줄리아드 학교에서 클래식 기타를 강의하는 분 Sharon Isbin과 브라질 재즈 기타리스트 Romero Lubambo 공연. 할머니는 기타 축제에 대해 잘 모르셨으나 내가 기타 축제에 대해 말하자 기타 축제를 보러 가자고 하며 홀을 나와 지하철을 타고 축제가 열리는 Brookfield Place에 갔다. 저녁 7시 반경 가까스로 도착해 공연을 보았는데 대학 시절 내가 자주들은 곡을 연주해 더 좋았다. 알베니스의 전설과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은 클래식 기타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곡. 대학 시절 얼마나 사랑했던 곡인지. 세계의 전설적인 클래식 기타리스트에게 대학 시절 사랑했던 곡을 들으니 황홀했지만 기타리스트는 아버지가 1주일 전 하늘나라로 떠나셨다고 슬픈 고백을 하면서 연주를 했다. 뉴욕 클래식 음악 채널 wqxr을 켜면 들리는 목소리 주인공도 보고 뉴욕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가게 된다.
어제 비 오는 날 딸이 집에 도착하기 전 아침 일찍 한인 마트에 가서 고추장과 된장과 김치와 후지 사과와 양파와 상추와 고등어를 구입해 집에 돌아와 식사 준비를 했고 딸이 도착하자 식사를 하고 딸은 먼저 떠났으나 구글맵 착오로 우린 펜 스테이션에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딸은 롱아일랜드에 가고 난 3개의 축제를 보며 맨해튼에서 종일 시간을 보내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밤중에 돌아가니 이미 두 자녀는 집에 돌아와 있었다.
일요일 오후 2시 카네기 홀에서 키신의 공연이 열려 보고 싶었지만 딸과 함께 맨해튼에서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두 자녀랑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고 소호에 갔다. 사랑하는 하우징 웍스 북 스토어 카페에 가니 딸은 동생을 위해 책을 구입하고 나도 책 한 권 구입해 가방에 담고 북 카페를 나와 세포라 화장품 매장에 들려 잠시 놀다 소호 스타벅스에 가서 아이스 카푸치노와 프라푸치노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맨해튼에 스타벅스 카페가 아주 많지만 장소마다 손님들이 다르고 소호 분위기는 다른 곳과 많이 달랐다. 뉴욕 타임지를 읽는 뉴요커들도 보지만 처음으로 카페에서 마약을 하는 젊은 뉴요커를 보았다. 테이블에 앉아 종이에 가루를 담고 돌돌 말더니 밖으로 나가 피우고 카페 안으로 돌아왔다. 마리화나가 아닐까 짐작했다. 카페에서 나와 근처에 있는 Harney and Sons 티숍에 가서 딸이 티를 고르는 동안 난 뭐가 있는지 구경을 하고 신이 났다. 집에 커피가 없어서 테킬라 칵테일을 마셨더니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글도 보이고 남편이 살림을 가르쳤는데 이혼을 하고 집을 보유했다고 하는 내용을 읽고 웃음이 나왔다. 마크 트웨인과 오스카 와일드 등 작가 이름이 새겨진 컵도 보고 내 눈을 즐겁게 하는 것들이 많아서 티숍이 내게는 놀이터였지. 1주일 내내 흐리다 모처럼 하늘에서 해가 솟아 나온 날. 오후 소호 거리를 걷는데 약간 땀이 났다. 맨해튼 거리에서 강아지에게 물뿌리개로 물을 뿌리는 것도 보고 웃음이 나왔다. 강아지도 더운지 아주 좋아한 눈치. 우리는 소호에서 이스트 빌리지를 지나 유니언 스퀘어까지 걸었다. 우리의 점심은 스페인 음식. 치폴레처럼 뉴요커가 사랑하는 음식. 난 처음으로 시도했다. 홀 푸드에 들려 하얀 작약꽃 5송이를 구입하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와 딸은 트렁크를 들고 JFK 공항에 갔다. 지금쯤 보스턴 공항에 도착했을까.
일요일 카네기 홀에서 열린 키신 공연을 볼 수 없어서 조금 서운하다. 카네기 홀에서 봤던 공연 가운데 정말 좋았던 키신 연주. 지난 4월에 처음으로 봤는데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을 가끔 손으로 만지면서 연주를 했는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연주였다. 오늘 공연은 내가 사랑하는 라흐마니노프 곡을 많이 연주해 더 아쉽기만 하다.
지난 금요일도 바빴다. 점심시간 무렵 뉴욕 기타 축제를 보러 가서 플라멩코 기타 선율을 듣고 오후 줄리아드 학교에서 현악 사중주 공연을 보고 저녁 카네기 홀에서 메트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고 자정 무렵에 집에 돌아왔다.
2018. 5. 20 일요일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