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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가먼트 디스트릭트 아트 축제 & 오픈 스튜디오

뉴욕은 세계 미술 중심지

by 김지수



하루가 금세 지나가고 금요일 아침이야. 무얼 할지 고민하고 있어. 금요일 오후 모마에 갈 수도 있고 휘트니 미술관에 갈 수도 있고 루빈 미술관에 갈 수도 있고 메트 뮤지엄 역시 밤 9시까지 오픈하고 메트 뮤지엄에서도 특별 공연을 연다고 자주 이메일을 보내와. 어찌 내 이메일 주소를 알아버렸지. 메트 뮤지엄에서 여는 공연은 가격이 대개 저렴하지도 않아 눈을 감지. 뉴욕에서 열리는 행사 다 보려면 얼마나 부자가 되어야 할까.


서울에서 뉴욕에 와서 수 백 불 하는 오페라 보고 한 달 정도 머물다 돌아가는 사람도 있고 삶은 정말 다양해. 메트 오페라 러시 티켓과 입석 티켓은 저렴하지만 오케스트라 가격은 정말 비싸고 파리나 뉴욕에서 열리는 공연 보기 위해 비행기로 와서 공연만 보고 서울로 가는 클래스도 있고 갈수록 개인의 삶은 다양해져 가. 뉴욕에 수 십 년 거주해도 오페라가 뭔지 뮤지엄이 뭔지 모르고 사는 사람도 있고.

뉴욕 뮤지엄 티켓은 1인 20-25불 사이니 서민에겐 정말 비싸. 그런데 무료입장이나 기부 입장 프로그램이 잘 발달되어 뉴요커들은 뮤지엄에 자주 가곤 해. 뉴욕 관광객도 모마와 메트 뮤지엄은 아주 사랑하는 듯. 그래서 무료입장이나 기부 입장 시 방문객이 많아 복잡하니 뮤지엄 분위기가 아주 좋은 건 아니지. 그래도 자주 전시회를 볼 수 있는 제도가 고맙지.

어제 모나리자 커피를 마시러 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갔다. 모나리자 커피는 내가 붙인 이름이야. 아주 친절한 바리스타 얼굴에 모나리자 미소가 피지. 자주 북 카페 커피를 이용하는 날 기억하고 비싸지 않은 레귤러커피 주문해도 장밋빛 미소로 날 친절하게 해 줘. 그래서 모나리자 커피라 명명했지. 그런데 어제 그 바리스타는 안 보였다. 다른 바리스타가 만들어 준 레귤러커피 마시고 책을 넘기고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내 슬픈 영혼을 달래줄 한 줄의 글도 발견하지 못했지. 며칠 전 어퍼 이스트사이드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서 읽은 책처럼 하버드 대학 인터뷰가 재앙(disaster)이란 것을 읽고 웃었는데. 남이 슬픈 거 보고 웃으면 안 되는데 그 단어 표현이 날 웃기게 만든 거야. 그냥 하버드 대학 인터뷰가 엉망이야, 실패야, 등의 표현이라면 난 웃지도 않았을 거야. 재앙이란 표현을 쓴 걸 보면 작가가 얼마나 낙담했는지 짐작이 돼. 잠시 이 책 저 책 넘기다 서점을 나와 근처에 있는 사랑하는 스트랜드에 갔다. 모차르트 책도 마음에 들고 하버드 대학 출판사에서 나온 종교에 대한 책도 마음에 드나 구입하지 않고 돌아섰다. 문제는 다 시간이야. 하루는 24시간이고 읽고 싶은 책을 다 읽을 수 없어. 꼭 해야 할 일만 해야 하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고 미래도 그럴까. 학교에 사직서 제출하고 집에서 두 자녀 양육 시에도 늘 주위 사람들과 트러블이 많았지. 집에서 지내니 함께 쇼핑하러 가자고 함께 레스토랑 가자고 하는데 도무지 시간이 없는데 그런 전화를 받으면 참 곤란했지.

어제 링컨 센터 공연 예술 도서관에서 저녁 6시 열리는 컨템퍼러리 음악 공연을 미리 예약했고 매주 목요일 무료 공연이 열리는 저녁 7시 반 링컨 센터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아트리움에서 멕시코 음악 공연이 열리는데 난 그만 두 공연을 볼 수 없었다. 이유가 있지. 어제 맨해튼 가먼트 디스트릭트에서 열리는 가먼트 디스트릭트 아트 축제(Garment District Arts Festival)에 갔다. 축제는 19-21일 사이 열리고 난 지난주 처음 알게 된 행사라 우선순위로 정했다.



가먼트 디스트릭트는 맨해튼 후미진 뒷골목이란 표현이 어울릴 거 같아. 타임 스퀘어 지하철역에서 내려 뉴욕 타임지 빌딩을 지나 근처에 있는 드라마 북숍도 지나고. 지난번 100세 생일잔치를 한 드라마 북숍. 100세 생일 케이크를 나도 조금 먹었지. 그날 와인과 포도와 치즈 등 배불리 먹고 유명한 극작가 얼굴도 보고 한국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미국에서 태어난 중국 극작가도 보고 드라마는 예일대가 명성 높아 예일대 출신이 많이 참석했다. 드라마와 뮤지컬에 대한 서적을 파는 드라마 북숍도 지나고 거기서 가까운 곳에서 여는 오픈 스튜디오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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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여긴 또 뭐야. 새로운 세상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아트 스튜디오가 있네. 방문한 아트 스튜디오를 다 세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아마 백여 개 정도 되지 않을까 싶어.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곳이라 어디에 있지 주소를 확인하며 천천히 걷다 방문했지. 입구에서 낯선 중년 여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무얼 하세요? 아티스트인가요?
-아니요. 무슨 일 하세요?
-아티스트랍니다. 맨해튼에 스튜디오가 있어요.

뉴욕에서 가끔 오픈 스튜디오가 열리고 아티스트들도 다른 아티스트 작품이 어떤지 방문하나 봐. 롱아일랜드 시티에서 온 아티스트도 만나고. 아티스트 스튜디오에 들어가니 맨해튼 정경이 비쳐. 전망 좋은 아티스트 스튜디오에서 일하면 얼마나 행복할지 생각도 해 보고. 아름다운 노을이 비친 스튜디오에서 와인과 치즈와 아몬드도 먹고 수많은 스튜디오 문을 열었다. 초록, 노랑, 빨간색으로 칠해진 문도 인상적이었다. 상당수 아티스트들은 중년으로 보였고 젊은 아티스트들은 소수였다. 의사를 하다 아티스트로 커리어를 바꾼 분은 나 보고 아티스트, 라 묻더니 아니오,라고 하니 그럼 무얼 하냐고 물어. 연구소에서 일하다 그만두고 맨해튼에서 뭐가 열리는지 알아보는 중이라 하니 그럼 그림 그리세요, 라 해. 우린 다 중년이에요. 늦지 않았어요. 그림 그리세요. 그렇다. 맨해튼에서 만나는 노인들은 한국과 많이 다르다. 중년이 지나도 활동을 하는 분도 많고 갤러리에 가서 그림을 보면 화가들 나이가 고령임을 보고 놀라게 된다. 젊은 한국 아티스트 스튜디오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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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중년 여류 아티스트 스튜디오는 그분 지인들이 방문해 축하한다고 하고 작품이 마음에 들어 사진 찍어도 되냐 물으니 자신 작품 앞에서 모델을 서 주셨다. 색감이 따뜻해 좋았다. 록 음악을 사랑한 여류 아티스트는 10년 동안 미국 록 음악 공연장을 방문해 사진에 담아 놀랐다. 389 공연장, 87 시티, 26개의 주에 방문했다고. 미국은 광활하고 스물여섯 개의 주에 있는 약 400여 개 공연장을 방문해 사진을 담았으니 그 놀라운 정열에 다시 놀랐다. 그 경비와 시간과 열정. 그래서 어떤 록 음악 가수나 그룹을 가장 좋아하는지 묻자 답하기 곤란하다고 해. 그분 스튜디오에는 지난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 " Everything is Broken" 노래 가사가 적힌 엽서가 보였다 ". 밥 딜런도 뉴욕과 인연이 깊어. 무명의 가수가 뉴욕에 와서 성공했지.



1941년 5월 24일 미국의 미네소타 주 Duluth에서 탄생한 Robert Allen Zimmerman은 유대인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다. 10대 다양한 밴드에서 활동하며 미국의 포크 음악과 블루스 음악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깊어만 갔다. 우디 거스리는 그의 우상 가운데 한 명이었고 비트 세대 작가와 모던 시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 1960년 대학을 중퇴하고 그의 우상 우디 거스리가 입원한 뉴저지에 자주 방문했고 1961년 1월 24일 아주 추운 겨울날 그리니치 빌리지 라이브 뮤직 카페에 무명의 밥 딜런이 찾아와 노래 몇 곡 불러도 되겠냐고 묻고 자신이 좋아한 가수 우디 거스리 곡을 불렀다. 말하자면 그의 뉴욕 데뷔 무대였다. 그의 노래를 듣고 관중들이 환호를 하자 그는 나이트클럽 카페 화의 주인 Mr. Roth에게 미네소타에서 뉴욕에 와 잠들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주인은 관객들에게 누구 재워줄 사람 없냐고 물었다고 물론 누가 잠을 재워줄 소파가 있다고 했다. 가난한 무명의 가수가 노벨 문학상까지 받아버렸어. 그 시절 누가 알았을까.

내가 대학원에서 공부할 적 사회학 교수님이 준 밥 딜런 음악 시디를 아직도 난 들을 수 없어. 시간이 부족해서 차분히 집에서 음악 들을 시간을 만들 수 없어서.


아주 젊은 여류 아티스트 작품이 좋아 어디서 공부했냐고 물으니 브라운 대학과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미술 대학에서 미술 공부를 했다고. 전혀 동양적인 외모가 아니라서 일본에서 탄생해 더 놀랐고 알고 보니 엄마가 일본인 아버지는 아프리카인이라 더 놀라고 계속 날 놀라게 한 젊은 아티스트. 타이완에 가서 작품을 하게 된다고 하고. 전망 있는 작가로 보였다. 어떤 아티스트에게 "이 작품이 의미하는 게 뭐지요? "라 물으니 "그건 당신에게 달렸지요." 라 하고. 도무지 이해가 안 와서 물으니 그렇게 썰렁한 답을 해.

뉴욕은 세계 미술 중심지이고 크리스티 경매장과 소더비 경매장에서 매년 봄과 가을에 아트 경매가 열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도시고 셀 수 없이 많은 뮤지엄과 갤러리가 있고 첼시에 있는 컨템퍼러리 갤러리와 메디슨 애비뉴와 미드 타운에 많은 갤러리가 있고 브루클린 덤보 오픈 스튜디오와 트라이베카 오픈 스튜디오에도 갔지만 타임 스퀘어 근처 가먼트 디스트릭트 오픈 스튜디오는 어제 처음 알았고 난 놀라고 말았다. 매일매일 새로운 문을 열지만 매일매일 날 놀라게 하는 뉴욕. 정말 맨해튼 빌딩 모든 문을 다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어제 문득 들었다. 하지만 어찌 내가 다 열 수 있겠니. 일반에게 오픈하지 않은 곳도 아주 많아. 세계 최고 귀족이 아니면 감히 들어갈 수 없는 곳이 아주 많아. 마음 따뜻하게 해 준 작품이 걸린 스튜디오도 방문해 와인, 맥주, 아몬드, 치즈, 포도 등을 먹으며 어제도 새로운 세상으로 여행을 했다. 그들의 놀라운 재능과 열정에 감탄을 하고.

시간은 빨리 흐르고 복잡한 일은 처리되지 않고 내가 모르는 수많은 일이 날 붙잡고 소소한 일도 성가시게 하고 쌀은 바닥이 되어가고 하얀 냉장고는 텅텅 비어 가고 스파게티 국수도 없고 감자와 양파도 없고 김치도 없고 과일도 없고 당장 장을 보러 가야 할 거 같은데 시간도 없어. 정말 시간이 많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봐. 매일매일 맨해튼에 가서 여기저기 움직이고 밤늦게 집에 돌아와 기록하는 작업이 고된 노동이다. 정신 집중을 하지 않으면 글쓰기는 불가능하고. 또한 며칠 사진 업로더가 잘 안되어 많은 시간을 쏟았지. 어제도 밤늦게 집에 돌아와 식사하고 아들과 호수에 산책하러 다녀오고 그 후 사진 작업하는데 업로더가 잘 안되어 오랜 시간이 걸렸고 자정이 넘은 시각 메모를 하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글이 날아가버려 허탈한 심정으로 잠이 들었고 불상사까지 일어나면 피로가 누적이 되지.

금요일 난 무얼 할까. 파란 구슬 붉은 구슬 뭐가 더 좋을까. 줄리어드 학교에서도 챔버 뮤직 공연이 열리고 맨해튼 음대에서도 Alexander Sitkovetsky 바이올린 마스터 클래스가 열리고 왜 하필 같은 시각에 열릴까. 음 어디로 갈까. 아, 얼른 브런치 준비 해 식사하고 맨해튼에 가야 할 시간. 정말 시간아 내게로 오렴, 시간아 내게로 오렴, 시간아 내게로 오렴.

2017년 10월 20일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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