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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성 맨해튼

크리스티 경매장, 줄리어드 학교 체임버 뮤직, 라틴 음악 댄스 공연

by 김지수



토요일 가을 아침 파란 하늘이 창으로 비쳐. 대학시절 친구들이 자주 생각나는 아름다운 시월. 언제 우리 만날 수 있을까. 지난 세월 회고하며 이야기보따리 풀 날이 언제 찾아올까. 대학 졸업 후 각각 다른 세상을 여는 친구들. 운명도 있고 각자 원하는 게 다르니 삶이 달라져 가.

보스턴에 사는 딸이 보스턴에 여행 오지 않을 거냐 물어. 가을빛으로 물든 보스턴도 보고 싶고 하버드 대학 교정도 그립고 찰스 강도 그립고 갤러리가 많은 거리도 그립고 보스턴 항도 그립고. 길을 잘 모르는 기사 아저씨 덕분에 엄청 많은 택시 요금을 지불한 쓸쓸한 추억도 생각나고. 기사의 잘못이 아주 컸지만 가난한 행색이라 차마 요금을 다 줄 수 없다고 할 수 없었다. 1불도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내게는 거액의 금액을 날려버렸지.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 하버드 대학 교정에서 산책하면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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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하버드 대학에서 하버드대: 코넬대 미식축구를 봤지. 부자 모두 하버드대 졸업한 분들은 하버드 대 모자를 쓰고 축구 구경을 왔어. 아들 보고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지. 구수한 보스턴 억양이 들려와. 입학과 졸업이 무척 어려운 하버드대 부자 모두 명성 높은 하버드 대 졸업했으니 기쁜 마음으로 과거 시절을 생각하며 축구를 보러 왔겠지. 경기장에는 어려운 경쟁을 뚫고 하버드대에 입학한 수많은 미식축구 선수들이 보여. 꿈같은 순간이었지. 우리에게 그런 날이 올 거라 미처 생각도 못했지. 미식축구는 한국에서 태어나 교육받고 자란 내게는 너무 낯선 운동. 미국에 와서 슈퍼볼을 알게 되었지. 미국에서 가장 큰 스포츠 행사에 속하고. 슈퍼볼 광고료가 천문학적인 숫자라고 해. 어느 해 슈퍼 불 경기 중 흘러나온 노래를 아래 올려봐. 낯선 땅 낯선 문화에 차츰차츰 노출이 되어가지. 하버드대에서 미식축구를 본 것도 아름다운 시월이었네. 작년 10월 8일. 아, 벌써 1년이 지나갔어.



어제도 마법의 성에 갔지. 라커 펠러 센터 지하철역에 내리니 샤넬 구두를 신고 삭스 앤 핍스 백화점 쇼핑백을 든 여자가 지나가. 그렇지. 맨해튼에 부자가 많으니 그들에겐 샤넬 백과 구두는 아무렇지 않을 테고. 가진 것 없지만 그래도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야지. 귀족들 잔치도 구경을 해야지. 내가 뉴욕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19세기 -20세기 초 미국에 온 이민자들 역시 슬프게 지냈다고 해. 이민자가 그럴듯한 일자리를 찾기 쉽겠어. 어렵지. 언어도 다르고. 그래서 먹고살기 위해서 찾아낸 게 봉제였다고. 기계 하나만 있으면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었다고. 밤잠을 자지 않고 일을 해서 돈을 벌었고 재봉틀 한 대가 봉제 공장으로 변신했고 봉제 공장으로 번 수입으로 맨해튼 빌딩을 샀고 1세대는 그렇게 힘든 세월을 보냈지만 2세대는 맨해튼 빌딩 임대업자로 변신을 해버렸어. 오늘날 세계 패션의 1번지 가먼트 디스트릭트 주요 빌딩 주인이 유대인이라고 해. 이민 1세와 이민 1.5세와 이민 2세 차이는 아주 크지. 물론 어느 세대든 개인차가 크고 언제 이민을 오냐 차이도 크고 능력 많은 자는 이민이 더 쉽고 결혼 등으로 쉽게 비자 해결하면 더 쉽다. 지난번 지인과 통화하다 한국 의사가 미국 영주권 받았다고 해서 좀 놀랐지. 한국 의사 미국 영주권 쉽게 얻는 모양이야. 이민자 역시 상류층이나 귀족이면 귀족의 삶을 누리지. 보통 사람이 힘들다는 거지. 지구촌 어디나 보통 사람들 삶은 어렵지만 이민자 삶은 고국과 완전히 달라.

마법의 성에 간 이야기하다 이민자 이야기로 흘렀네. 다시 마법의 성 이야기를 해야지. 라커 펠러 센터 크리스티 경매장에 갔지. 귀족들 잔치하는 곳. 그림 한 점만 있으면 평생 돈 걱정 안 하고 먹고살겠다. 애비뉴 오브 아메리카 매그놀리아 베이커리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크리스티 경매장이 있지. 매년 봄과 가을 아트 경매가 열리고 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다 볼 수 있지. 단 항상 전시가 열리는 게 아니고 경매가 있기 전에 볼 수 있어. 어디서 확인하냐고. 크리스티 경매장 웹사이트에 들어가 스케줄 확인해야지. 입구에 60만 불-80만 불 하는 티파티 스탠드도 그대로 보여.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 사랑을 받은 모네 작품도 보여. 보라색과 하얀색이 아름답더군. 하늘나라에서 지내는 모네를 불러와 물어보고 싶은 작품이었지. 모네 화가님, 이 작품 당신이 그린 거 맞아요? 글쎄 뭐라 답할지 조금 궁금해. 모네가 살던 시절이면 상당히 오래전인데 그림은 완성한 지 얼마 안 되게 보이고 캔버스 느낌이 1911년 저세상으로 간 모네가 살던 시대라 생각하기 어려워. 적어도 내 눈에 그렇게 보였지. 언젠가 반스 앤 노블 서점 4층에 올라가 미술 서적보다 모조품 만들어 판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적혀 있더군. 아주 오래전 뉴욕 타임지 기사에도 나왔지. 수 십 년 전 미국에 이민 온 중국 출신 화가가 명성 높은 화가 그림 모사해 진짜라고 판 이야기. 세상에 가짜도 정말 많아. 가짜인지 진짜인지 관심도 없고 돈만 많은 벌거숭이 임금님 같은 사람도 있을 테고.



크리스티 경매장에는 마르크 샤갈, 앤디 워홀, 에드워드 호퍼 등 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세상에서 가장 비싼 달러도 보여. 종이에 그려진 달러 사인 6장이 20만 불- 30만 불 해. 앤디 워홀 작품이지. 종이에 달러 사인 그려서 크리스티 경매장에 가서 팔까. 그래서 뉴욕 거리거리에 집이 없어요, 직장이 없어요, 가족이 없어요, 라 슬픈 노래를 부른 홈리스에게 줘버릴까. 하트 모양이 그려진 라테 커피도 마시고 그림도 보고 귀족들 잔치를 잠시 구경한 크리스티 경매장을 나오니 라커 펠러 센터 거리 화분은 노란색 파티를 해. 노란색 국화 향기가 아름답더군. 국화 향기도 맡았지.



마법의 성에서 라커 펠러 센터 크리스티 경매장 문을 1차로 열고 다음은 세상 천재들이 공연을 하는 줄리아드 학교에 갔지.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줄리아드 학교까지 지하철을 타고 갈 수도 있으나 지옥철 일게 뻔하니 그냥 걷기로 했지. 미드타운에서 링컨 센터까지 열심히 걸었지. 가방 하나 메고 룰루랄라 하면서. 가진 거 없어도 자유로운 영혼은 날 어디든 데려다줘. 미드타운 분수도 보고 근처에 운명을 말하는 점성술 가도 보여. 내 운명이 어찌 변할까요? 라 묻고 싶기도 하지만 10불을 달라고 하고 시간도 없으니 그냥 지나쳤지. 카네기 홀을 지나니 어제 공연은 매진. 볼걸 그랬나 좀 후회도 되고.



다시 룰루랄라 하며 걷고 콜럼버스 서클을 지나 링컨 센터 분수대를 보고 줄리아드 학교에 도착했지. 오후 4시 Honors Chamber Music 공연이 열렸지. 비슷한 시각 맨해튼 음대에서 바이올린 마스터 클래스가 열렸는데 고민하다 줄리아드 학교에 갔지. 모차르트, 베토벤, 멘델스존 체임버 뮤직 공연을 했지. 모짜트르 후기 작품 하이든에게 헌정한 작품도 듣고 하이든과 모차르트는 서로 재능을 알아보고 존경했다고 해. 두 번째 그룹은 아들 친구가 제1바이올린 여주를 했지. 아들과 함께 롱아일랜드 제리코 학교에 다녔던 친구. 고등학교 시절 함께 줄리아드 예비 음악학교 오디션도 봤지. 둘 모두 눈물을 흘렸던 오디션. 아들은 맨해튼 예비 학교에 지원해 다녔고 그 친구는 예비학교에 안 가고 나중 줄리아드 학교 바이올린 오디션 보고 합격해 지금은 대학원에서 공부 중. 어제 4 그룹 가운데 베토벤 곡 연주가 가장 내 마음에 들었지. 체임버 뮤직 공연은 오후 4시 시작 오후 6시 반이 되어야 막이 내리고 난 객석에 앉아 음악을 듣는 팬. 지도교수님도 폴 홀에 보여.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학생들 연주를 보시더라. 자주 줄리아드 학교에 가니 얼굴이 낯익은 교수님도 있고.

작년 시월 보스턴에 여행 갔을 때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에서 공연 보고 그때 본 세상에서 가장 예쁜 학생도 기억나. 두 자녀와 나 모두 정말 예뻐, 하며 감탄을 했다. 마치 신화에 나온 인물 같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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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 반 링컨 센터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아트리움에서 라틴 음악 공연이 열렸지. 체임버 뮤직 공연 보고 학교에서 나와 단테 파크 근처에 있는 거리에서 노란 바나나와 딸기를 구입해 가방에 담고 라틴 음악 공연 보러 갔지. 파리와 런던 테러 사건 후 수색이 심해지고 입구에서 검사를 맡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여긴 다른 나라 세상. 맨해튼 로어 이스트사이드 클럽 밴드가 나와 무대에서 연주를 하고 살사 춤을 추는 뉴요커들. 홀에서 내가 아는 얼굴은 단 한 명. 몸집이 거대한 할아버지가 춤을 잘 춰. 작년 자주자주 봤는데 어제도 양복을 입고 오셔 파트너를 바꿔가며 춤을 추더라. 아름다운 조명이 비치고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고 낯선 뉴요커들이 내 앞에서 흔들흔들 춤을 춰. 지난여름 허드슨강이 비치는 곳에서 살사 춤을 보러 간 적이 있지. 이민족이 사는 뉴욕은 세계 문화의 수도. 정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매일매일 낯선 세상을 보여줘. 그러니 마법의 성이지. 지하철을 타고 몇 시간 달리면 마법의 성에 들어가 내가 사는 현실과 정말 동떨어진 다른 세상을 구경하게 본다. 마법의 성에는 별별 풍경이 펼쳐져. 천재들 음악 구경도 하고 귀족들 돈잔치 하는 그림도 구경하고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는 사람도 보고. 아직도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은 무궁무진하겠지.

일주일 전 뉴욕 오픈 하우스 축제였고 그날도 정말 바빴지. 불로장생 약을 구해야 할까. 마법의 성 뉴욕에 난 지각생이야. 봉제 공장에서 밤낮없이 일하던 이민 1세처럼 나도 이민 1세. 이민 1세로서 마법의 성에서 사는 현실은 정말 무겁지. 한 번도 상상하지 않은 현실도 참고 견디고 살아야지. 언제 구름이 걷히고 맑은 날이 올까. 무섭게 부는 폭풍 지나고 미풍이 부는 아름다운 날이 찾아올까. 불로장생 약을 구해 오래오래 살면 이민 2세처럼 더 멋진 세상을 구경할 수 있을 거 같아.

오늘도 마법의 성에 가서 파티 구경하려면 서둘러야 할 거 같아. 장도 봐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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