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뉴욕에 첫눈이 소복소복 내려 지상은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다. 그날 산타콘 축제가 열린 특별한 날이라 마음은 어디로 갈지 갈등을 했지만 사랑하는 '센트럴파크에 가자'로 결정을 하고 지하철을 타고 달렸다. 강익중의 '행복한 세상'세라믹 아트가 있는 플러싱 메인스트리트 지하철역에서 로컬 7호선을 타고 달리면서 아름다운 뉴욕의 정경을 보며 행복이 밀려왔지만 얼마 후 지하철역에서 뉴욕 교통국 직원(MTA)들이 헬멧을 쓰고 큰 삽으로 제설 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 다시 마음은 흔들렸다.
이유가 있다. 아주 오래전 우리 가족이 뉴욕 롱아일랜드 제리코에 거주할 때 아들은 맨해튼 예비 음악학교에 기차를 타고 수업을 받으러 갔고 어느 해 겨울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진 날 펜스테이션에서 제리코로 돌아오는 기차를 기다렸으나 기차는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았고 아들은 몇 차례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기차가 정상적으로 운행하지 않는다고 연락을 했다. 그때 소형차가 있었으나 운전하는 것을 안 좋아하는 난 눈 내린 도로를 운전을 하고 아들을 데리러 맨해튼에 갈 생각은 추호도 없고 기차가 운행되기만을 기다렸다. 아들은 몇 차례 더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다 보니 몇 시간을 펜스테이션 기차역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결국 그날 아들은 콜택시를 이용해 집으로 돌아왔다. 택시비가 기억에 아마 70불 정도였던 거 같다. 너무 비싼 택시비라서 조금 기다리면 기차가 운행할 거라 생각하고 오래오래 기다렸으나 기대를 저버렸다. 만약 미리 기차가 운행하지 않을지 알았다면 바로 택시를 타고 왔을 텐데 추운 겨울날 고생을 엄청 했다.
직원들이 큰 삽으로 눈을 치우니 그때 일이 생각이 나서 잠시 고민을 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 그냥 지하철 안에 머물렀고 퀸즈보로 플라자 지하철역에 도착해 플라자 호텔에 가는 지하철에 환승하려고 기다렸다. 하얀 눈이 내리니 몸은 춥고 겨울나무는 예쁜 하얀색 드레스를 입어서 더 예쁘고 잠시 후 난 지하철에 탑승해 플라자 호텔 근처에 내렸다. 멀리서 보니 사람들 줄이 아주 길어서 무슨 일인지 놀라 물으니 마차를 타고 센트럴파크에서 산책하려고 기다린다고.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센트럴파크이지만 하얀 눈이 내리면 더 운치가 있다. 하얀 눈으로 덮인 공원은 항상 보여주지 않는다. 마음속의 갈등을 했지만 난 맨해튼에 가서 센트럴파크에서 눈으로 덮인 공원을 천천히 산책하면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색소폰으로 연주하는 것을 듣고 겨울나무 노래도 듣고 하얀 숲 궁전을 거니는 사람들을 보고 지난여름에 만난 노장의 화가도 생각하면서
센트럴파크 쉽 메도우에서 그림 그리는 화가 Janet Ruttenberg
공원을 나올 무렵 붉은색 산타클로스 의상을 입은 산타도 만나 사진을 부탁하고 그 후 줄리어드 학교에 가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3중주와 피아졸아 탱고와 프로코피에프 바이올린 소나타를 감상하고 지하철을 타고 콜럼비아 대학 역에 내려 세인트폴 교회에서 열린 특별 공연을 보고 그 후 맨해튼 음대에서 3학년이 부른 오페라 곡을 감상했다.
만약 그날 집으로 돌아왔다면 난 센트럴파크의 첫눈이 내린 아름다운 겨울 정경도 볼 수 없고 줄리어드 학교, 콜럼비아 대학교, 맨해튼 음대에서 열린 공연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날 콜럼비아 대학 입구 크리스마스 장식은 하얀 눈으로 덮여 더 아름다워 마치 천국의 문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살아가다 보면 늘 고민을 하는 경우가 생기고 그런 경우 난 일단 시도를 해 본다. 만약 시도 후 나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그때 포기를 하지만 미리 포기하지 않는 편이다. 삶은 리허설이 없다. 우린 각각의 인생의 무대에서 독주를 하지만 리허설이 없는 무대라 고민도 하고 갈등도 하고 살아간다. 월요일 오후 겨울 햇살이 비춘다. 브런치로 미트볼 스파게티를 먹고 그 후 아들은 바흐 파르티타 바이올린 곡을 연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