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미드타운 57번 스트리트와 7번 애비뉴가 만나는 모퉁이에 세워진 카네기 홀은 나의 아지트로 변했다. 위대한 거장들의 공연을 감상하러 가러 카네기 홀에 가는 날이면 가슴이 설렌다.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와서 세월이 흐른 후 차츰차츰 뉴욕 문화에 노출되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우리 가족은 카네기 홀에서 자주 공연을 보게 되었다. 붉은색 상의를 입은 카네기 홀 직원들을 만나면 웃고 서로 인사를 나눈다. 1891년 처음으로 문을 연 카네기 홀은 역사적인 랜드마크며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이 자주 찾아온다. 가끔씩 카네기 홀에 가면 만나는 낯익은 사람들도 있고 여행객들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니 재미있다.
수년 전 카네기 홀에서 낯선 바이올리니스트 Augustin Hadelich, Violin 공연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도착해 박스 오피스 문 열기를 기다리다 필라델피아에서 뉴욕에 여행 온 노부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필라델피아 시청에서 일하다 퇴직 후 시청과 병원에서 발런티어를 하는 할머니는 음악을 무척 사랑하고 젊게 느껴졌다.
카네기 홀에서 2018년 The 60's(The Years that Changed America) 축제를 여는데 그 공연 포스터를 보며 할머니는 60년대 대학 시절 할아버지를 만나 교제하다 결혼해 지금껏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지금 70세가 넘으셨다고 하면서 뉴욕에 며칠 머무르며 매일 공연을 볼 거라고. 전날은 뮤지컬 공연을 봤고, 나를 만난 날은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보고, 다음날은 링컨 센터에서 뉴욕 필하모닉 공연을 볼 예정이고 카네기 홀 박스 오피스에서 표를 구입 후 메트 뮤지엄에 가서 전시회를 본다고 하셨다.
노부부가 함께 공연과 전시회를 보러 뉴욕에 여행 온 게 참 부럽고 놀라웠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난 한 번도 그런 부부를 본 적이 없기에 더 놀라움으로 다가왔는지 모른다.
그날 나도 카네기 홀에서 표를 구입하고 메트 뮤지엄에 가서 크리스마스트리도 보고 로댕 전과 데이비드 호크니 전과 미켈란젤로 전을 보다 우연히 황금빛으로 장식된 '사랑의 승리' 장식품을 보며 노부부를 떠올렸다. 젊을 적 만나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내며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니 얼마나 멋진가!
어느 해 여름 나도 필라델피아에 여행을 가서 낯선 거리를 걸으며 브루스 스프링스턴의 '필라델피아 거리' 노래를 떠올렸다. 한국에서 허스키한 그의 목소리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민자 1세로서 뉴욕에서 지내다 보니 허스키한 목소리 브루스 스프링스턴 노래도 가슴을 울려서 공부할 적 힘들 때 가끔 듣곤 했다.
또 얼마 전 카네기 홀에서 힐러리 한 공연을 볼 때 그날 아침에도 미네아폴리스에서 뉴욕에 여행 온 할머니를 만났다. 그분은 말레이시아에서 온 이민자다. 오래전 뉴욕 할렘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으나 직장에서 일하지는 않았고 할머니 남편분은 콜럼비아 대학에서 의대 공부를 하고 내과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닥터 생활을 하다 은퇴하고 지금은 콜럼비아 대학에서 교양 강의를 듣는 중이라고.
할머니는 미네아폴리스에서 손자 손녀들을 키우다 어린아이 돌보는 사람에게 잠시 맡기고 며칠 뉴욕에 여행을 오셨다. 맨해튼 차이나타운에 대해 아주 잘 아는 할머니는 중국 오페라를 보러 가고, 식사와 미용실도 저렴하니 차이나 타운에 자주 간다고 하니 얼마나 놀라워. 70대 할머니는 활력이 대단한 20대 젊은이처럼 보였다. 뉴욕에 여행 오면 매일 공연을 보러 다닌다고 하셨다.
런던, 파리, 동경, 베를린, 비엔나, 로마 등 많은 곳을 여행했지만 뉴욕처럼 좋은 도시가 없다고 말씀하시는 할머니. 런던 뮤지엄은 무료나 공연은 대개 비싼 편이고, 파리는 뮤지엄도 무료입장이 드물고 입장료는 비싸고 뉴욕은 기부금이나 무료입장하는 박물관들도 많아서 좋다. 또, 저렴한 티켓을 구입해 공연을 보거나 무료 공연을 볼 수 있는 뉴욕이 좋다는 말이다.
평범한 의상을 입고 매일 공연 보러 다니는 할머니 역시 한국에서 보기 드문 경우라 인상에 남는다. 말레이시아 문화는 어떤지 묻자 한국처럼 상류층이 고급 의상을 입고 공연을 보러 다니고 아닌 경우 티켓값이 너무 비싸 클래식 음악 공연을 즐길 수 없다고 하셨다.
지난봄 미네소타에서 온 중년 남자를 카네기 홀에서 자주 만났다. 그분 역시 아주 오래전 미국에 이민 온 이민자. 베트남에서 이민을 와서 일하다 은퇴했다고. 뉴욕에 여행을 와서 몇 달 머물면서 매일 공연과 전시회를 보러 다닌다고 해서 놀랐다. 숙박비 비싼 호텔에 머물지 않고 지인 집에서 머문다고 말한 그 남자도 역시 평범한 의상을 입고 카네기 홀에 공연을 보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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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 따라 티켓값은 다르지만 무대가 잘 안 보이는 좌석은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형편이 안된 경우 저렴한 표를 구입해서 공연을 자주 보는 사람들이 뉴욕에 꽤 많다. 카네기 홀 공연은 상류층만 즐기는 문화가 아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주 공연을 볼 수 있는 뉴욕 문화가 참 좋아.
음악을 사랑하는 우리 가족은 카네기 홀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경화, 조성진, 힐러리 한, 요요마,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길 샤함과 빈 소년 합창단 등 수많은 공연을 보고 있다. 빈 소년 합창단이 부른 징글벨이 귀에 울리는 거 같아. 천사들의 합창처럼 느껴져 좋아.
카네기 홀 빈 소년 합창단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