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뉴욕 영화제에서 베를린에서 온 여자 교수와 뉴욕 영화 기자를 만나 이야기를 했다. 뉴욕 영화제 이벤트 보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다 서로 말을 하게 되었고 이벤트가 끝나자 베를린에서 온 여자는 "식사하기 어디가 좋아요? 함께 가지 않을 해요?" 하니 아주 바쁘다고 말한 영화 기자도 "그럴까요?"라고 하면서 우리는 링컨 센터에서 가까운 콜럼버스 서클 타임 워너 빌딩 지하 홀 푸드 마켓에 가서 식사를 했다. 영화 기자는 베를린에서 온 교수에게 링컨 센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 걸린 샤갈 그림과 헨리 무어 조각상에 대해서도 설명을 했다.
줄리아드 학교 가는 길 가끔 들려본 홀 푸드 마켓이었지만 난 그날 처음으로 식사를 했다. 셋이서 함께 갔는데 나 혼자 식사 안 한다고 말하기 조금 어색했다. 모두 샐러드 바에서 먹고 싶은 만큼 골라 종이 박스에 담아 각자 계산 후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했다. 종이 박스에 아주 작은 분량의 샐러드를 담았지만 가격은 10불 정도라 가볍지 않았다. 당시 두 자녀 대학생이었나.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사 먹지 않을 때라서.
둘은 코믹 이야기를 하는데 얼마나 서로 호흡이 척척 잘 맞는지 옆에서 듣는 내가 놀랄 정도였다. 난 하나도 모른 이야기를 쉬지도 않고 하는데 너무 놀랐다. 아들이 소개해준 Watch Man 코믹을 읽어 보고 싶은데 아직도 읽지 못했다. 내가 아는 코믹은 거의 없어.
그러다 반전이 일어났다. 둘은 내가 코믹에 대해 전혀 모르니 외계인 보듯이 날 바라봐서 어색했는데 잠시 후 맨해튼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상황이 변했다. 난 맨해튼 지리를 대충 알고 어디에 뭐가 있는지, 어디서 무슨 이벤트가 열리는지, 등 상당히 자세히 아니 뉴욕에서 태어난 기자도 날 호수처럼 큰 눈으로 바라봤다.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영화 기자도 직업에 충실하니 맨해튼에 살아도 영화 분야 말고는 장님처럼 낯선데 난 뉴욕에서 태어나지도 않고 늦게 뉴욕에 와서 공부하고 맨해튼도 아닌 플러싱에 살면서 맨해튼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아니 놀란 눈치. 속으로 웃었지. 난 외계인이 아니야, 하면서. 베를린 교수와 기자는 미혼이고 나처럼 자녀도 없는 상황에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 살고 난 어린 두 자녀 데리고 교육하면서 사는데 온전한 싱글과 얼마나 다른 입장인가.
영화 기자는 정말 바쁘고 700개 정도? 영화 포스터를 모았다고 하니 다시 놀랐다. 작은 노트에 가끔 스케치도 하는 영화 기자는 렌트비가 비싸 맨해튼과 상당히 멀리 떨어진 브루클린에 사는데 식사 후 셋이서 모두 타임 워너 빌딩 밖으로 나왔는데 베를린에서 온 여자는 맨해튼 미드타운 호텔에 머무는데 시내버스가 오자 달려가 타니 영화 기자가 아주 큰 목소리로 "Fuck'이라 욕을 했다.
기자는 브루클린에 살고 나 역시 플러싱에 사니 맨해튼에서 지하철 타고 오래오래 가야 하는데 콜럼버스 서클에서 가장 가까운 호텔에 사는 여자 교수가 가장 먼저 떠나니 섭섭했나 보더라.
베를린에서 온 교수는 1년에 2회 정도 뉴욕에 방문한다고. "맨해튼 너무 멋져요"하면서 감동을 받더라. 베를린에 홀 푸드 마켓 같은 매장도 없고, 뉴욕처럼 많은 축제가 열리지도 않고, 뉴욕 공립 도서관도 너무 멋지고 등등하면서. 언젠가 뉴욕에 봄이라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여행 왔는데 너무너무 추워서 혼이 났다고. 어디서 뉴욕 영화제 정보를 구했냐고 물었더니 호텔 방에 있는 <Time Out> 잡지 읽고 영화제 이벤트 보러 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