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북 카페에서 만난 뉴욕 여행객
지난여름 돌아보면 아쉬운 추억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가족과 함께 더 오래 다양한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아쉽기만 하다. 우연히 맨해튼 5번가 반스 앤 노블에서 그들을 만났다. 모건 라이브러리 앤 뮤지엄 전시회가 그날이 무료로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 그들과 이야기를 하다 서둘러 북 카페를 떠났다.
북 카페에서 오트밀 쿠키를 먹으며 책을 읽으려 하는 순간 히잡을 쓴 아가씨가 내게 의자를 사용해도 되냐고 물었다. 그녀에게 의자를 사용해도 된다고 하면서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왔다고 말했다. 온 가족이 함께 여행을 왔고 뉴욕에서 약 1달 정도 머물 예정이고 2주 정도가 남았다고 하니 내가 사랑하는 축제와 뉴욕 명소를 알려 주웠다. 내 아이폰에 담긴 사진도 보여주며 말하니 내게 사진가라고 해서 웃었다.
거버너스 아일랜드, 첼시 갤러리, 유에스 오픈 축제, 메트 오페라 HD Summer Festival, 서머 스테이지 축제를 보라고 말하고 센트럴파크 사진을 보여주며 노장 화가에 대해 말하니 그분을 꼭 보고 싶다고 해서 날씨 좋은 날 센트럴파크 쉽 메도우에 가면 볼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내 휴대폰 사진만 보고 화가에 대해 관심을 가져서 약간 놀랐다. 아마도 90세? 노장 화가가 센트럴파크에서 그림을 그린다고 하니 호기심이 든 거 같았다.
원래 그날 저녁 매년 여름에 열리는 내가 사랑하는 배터리 댄스 축제를 볼 예정이었으나 흐린 날씨로 인해 포기했으니 다른 거라도 해야 하는데 그 가족이 자꾸 말을 시켜 함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여행객과 이야기 나눈 것도 처음이었는데 그 가족은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한 느낌이라 좋았다. 왜 처음 만났는데 고향 친구처럼 친근한 느낌이 들었는지 나도 모른다.
나랑 이야기를 나눈 아가씨는 재정 전문가라고 하며 딸 아빠가 딸이 돈을 많이 번다고. 아가씨는 서구권 문화에 사니 동양권 문화가 알고 싶어서 외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어를 배웠고 한국 문화에 관심이 아주 많다고 하니 흥미로웠다.
그 가족은 내게 어느 나라에서 왔고, 무슨 일을 했고, 무슨 공부를 했고, 뉴욕에 왜, 언제 왔는지 등을 물어서 그분들의 호기심 채워줄 정도로 이야기를 했다. 연구소에서 일하다 직장을 잃고 지금은 맨해튼 문화 탐구 중이라 말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사우디아라비아와 아주 좋은 관계라고 하자 그제야 조금 생각이 났다. 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꽤 많은 한국인들이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서 일을 했단 것을 들었던 것이. 그 가족이 사는 집도 한국인이 만들었고 아주 맘에 든다고 하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아주 좋았다. 지금도 사우디아라비아에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그 가족과 헤어지고 The Morgan Library & Museum에 걸어서 갔다. 돌아보면 잘못된 나의 선택이었다. 뮤지엄 보다 그 가족과 더 오래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그 가족 여행객은 아랍권이 아니라 한국 고향 친구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더 아쉽기도 하다. 다음부터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아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