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계절 6월의 첫날

뉴요커 일상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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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계절 6월이 열렸다. 감미로운 장미향처럼 삶도 감미로우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삶은 꿈처럼 달콤하지 않고 끝도 없는 문제를 던져준다. 신이 존재한다면 신은 장난기 넘친 건 아닐까.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면 얼마나 재미로운 풍경일까. 누구는 파티를 하고, 누구는 술을 마시고, 누구는 사랑을 하고, 누군 병으로 고통을 받고, 누군 돈으로 고통을 받고 제각각 너무 다른 삶을 산다.

메모리얼 데이 보스턴 여행 경비 가운데 호텔 비용이 상당히 많이 차지해 딸이 전부 부담을 했지만 미안한 마음에 숙박비 절반 정도를 보냈는데 다시 돌아왔다. 말할 수 없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혼자 힘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딸. 세상 천재들이 모인 학교 연구소에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일하는데 그렇게 힘들게 번 돈으로 여행을 하다니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아들은 누나 덕분에 보스턴 여행이 즐거웠다고 하고. 편하고 푹신한 침대에 누우면 스르르 잠들어버리고 일식 레스토랑 식사도 너무 좋아 행복한 아들. 호텔 욕실 샤워기를 어찌 사용하는지 몰라 아들에게 물으니 "엄마 기도하세요!"라 하고 다시 시도해도 안된다고 하니 "기도 더 많이 하세요!"라고 장난치는 아들. 더 세게 힘을 주고 샤워기를 돌려야 했는데 육체적인 힘이 부족한지 처음에 샤워기를 틀지 못했다. "둥근 해가 떴습니다" 동요도 2차례 듣고 어릴 적 한국에서 듣던 동요이니 그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

보스턴 여행 마치고 뉴욕에 오니 냉장고는 텅텅 비고 다시 장을 보러 가야 하니 마음이 무거워. 전부 사 먹으면 좋을 텐데 형편은 안되고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편히 지내고 집에 돌아오니 귀족처럼 지내다 다시 서민으로 변하니 보스턴 여행이 꿈같다. 일상을 벗어난 여행은 설레기도 하고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생각을 하게 한다. 이번 여행에서 헬렌 켈러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버스가 달리면 청각 장애인 학교 간판을 보곤 하는데. 장애인이나 얼마나 특별한 삶을 살다 간 것인지. 어려운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 간 숭고한 정신이 갖고 싶다. 본다는 게 축복이라고 하는데 보통 사람들은 그리 생각할까.

한국으로 여행 떠난 아들 친구는 2주 동안 머물 예정인데 부산에도 가고 제주도에 가서 물건을 사는데 점원이 한국어로 말하니 아들 친구가 한국인이 아니고 중국인이라 하니 중국어로 말하니 어리둥절했다고. 중국에서 탄생한 아들 친구는 어릴 적 뉴욕에 이민을 왔고 아이비리그 코넬 대학을 졸업하고 맨해튼 미드 타운에서 일하나 중국어 구사를 못하고 영어만 구사하는데 그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하니 멀리서 들은 난 재미있어. 미국 젊은 층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 가는 듯. 한국에 여행 가고 싶은 사람도 많다고 하니 오래전 스트랜드에서 영어로 쓰인 한국 관광 안내 가이드북을 구입할 텐데 사지 않아서 조금 후회도 된다. 구입하고 안 읽은 책도 너무 많으니 아들은 엄마 특기가 "책 구입하고 안 읽는 거"라고 하고 난 시간이 부족하다고 변명을 둘러댄다. 책은 아무 때나 읽을 수 있으나 어떤 행사나 축제는 그 순간만 열리니 그게 더 중요하다고 변명도 하고 뉴욕은 수많은 이벤트와 축제가 열려 날 유혹하니 난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홍등가도 아닌데 뉴욕의 문화가 날 유혹하면 블랙홀에 빠지듯 축제 속으로 퐁당 들어가고 마는 나.

어제오늘 보스턴 여행 기록을 하며 집에서 지내고 있고 아들은 어제 친구들을 만나러 맨해튼에 갔다. 미드타운에서 할랄을 구입해 비가 오니 먹을 장소를 찾아야 하는데 엄마에게 어느 장소가 좋은지 물어보아 라커 펠러 센터에서 가까운 올림픽 타워에 가서 먹으라고 말했다. 구글에서 일하며 박사 과정을 하는 친구와 예일대 대학원을 졸업한 친구들을 만났는데 맨해튼에 자주 가는 엄마의 정보력이 도움이 될 때도 있나 보다. 구글 검색하면 그런 정보는 없거든. 젊은 나이 구글에서 일하고 동시 박사 과정도 하고 새벽 3시까지 논문을 쓴다고 하니 미국 젊은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것인지. 일과 공부 두 가지 모두 하는 게 결코 쉽지 않은데 말이다.

6월의 첫날 금요일도 종일 수많은 행사가 열리는데 복잡한 일로 마음 무거워 계획한 일도 뒤로 미룬 채 여행 기록만 하고 있다. 수 십 년 전 세계 여행을 다닐 때 기록을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두 자녀 어릴 무렵이라 여행사에 예약하고 트렁크 짐 싸고 떠나고 돌아오는 것만으로 벅찬 여행. 기록하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20년 전 느낌과 지금 느낌이 현저히 다를 텐데. 런던, 파리, 베를린, 프라하, 로마, 밀라노, 시드니, 동경 등 수많은 곳에서 만난 여행객들은 모두 잘 지내고 있을까. 뉴질랜드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할머니 몰래 담배를 피우다 버스를 놓쳐 대소동을 피웠고 베니스에서는 일본 여행객이 여권을 분실해 난리가 났고, 프라하에서 미국 보잉기 회사에 근무한 남자와 결혼한 한국 여인 미국 여권을 분실해 대소동이 벌어졌고 등 가는 곳마다 늘 소동이 일어나곤 했는데. 일본 공항에서 비행기 연착이 되니 승객에게 미안하다고 식사비 주던데 그때 일본 좋아하며 웃었던 기억도 떠올라. 딸이 런던에서 공부할 때 런던에 오라고 초대를 했지만 당시 공부 중이라 너무 힘들어 가지 않았는데 조금 후회도 되고 기회는 항상 찾아오지 않아서.

5월 마지막은 보스턴 여행으로 마무리하고 덕분에 카네기 홀에서 열린 메트 오케스트라 공연을 볼 수 없어서 조금 아쉽고 오페라 시즌이 막이 내리니 오페라도 보고 매일 열심히 이리저리 뛰어다녔는데 6월은 어떤 세상이 열릴까. 새로운 세상은 그냥 열리지는 않겠지. 이상하게 마태복음 구절이 생각난다.

-찾아라, 그러면 찾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구하는 사람은 받을 것이요, 찾는 사람은 찾을 것이요, 두드리는 사람에게는 열릴 것이다.


2018. 6. 1 오후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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