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하누카 Happy Hanukkah

by 김지수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 이메일이 왔나 확인하려고 이메일을 열었는데 American Friends of the Israel Philharmonic Orchestra에서 "해피 하누카"라고 이메일이 왔다. 맨해튼 어퍼 웨스트사이드 심포니 스페이스에서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 있고 그때 이메일 주소를 남겨서 유대인도 아닌 내게 하누카에 대한 소식을 보내준 것으로 생각한다. 카네기 홀에서 지난 11월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두 차례 봤고 그때 예핌 브론프만과 길 샤함 연주를 들었고 주빈 메타 지휘자를 생에 처음으로 봤다. 주빈 메타는 인도인이고 두 명의 음악가는 유대인이다. 길 샤함은 내가 사랑하는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주었다.


하누카는 유대인 축제일이고 크리스마스와 비슷한 시기다. 뉴욕에 와서 살게 되면서 유대인 문화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학기 중 유대인 명절은 휴강이다. 수업 준비와 숙제로 힘든 시절 유대인 명절로 쉬면 그동안 열심히 준비를 하니 그보다 더 반가울 수 없는 유대인 휴일이었다.

뉴욕에 와서 차츰 유대인 명절에 친숙해지고 우리 가족이 살던 롱아일랜드 제리코는 유대인이 많이 거주한 부촌이다. 아들은 학교에서 유대인 출신 친구들을 만났고 롱아일랜드 딕스 힐에서 제리코로 전학한 아들에게 유대인 성년식에 아들 친구가 초대했는데 그때 난 공부 중이었고 낯선 지역에 운전하는 것을 몹시 싫어해 아들이 성년 파티에 참가할 수 없어서 오래도록 후회가 남는다. 평생에 한번 열리는 특별한 파티에 보낼 수 없다니. 왜 마음의 여유도 없었는지. 그때 택시를 이용해도 될 텐데. 물론 택시비가 저렴하지 않아 큰 부담이 되니 택시 탈것을 생각조차 할 수도 없었다. 지금처럼 조금 여유가 있다면 아들 친구네 집에 데려다주었을 텐데 그때 학교 수업 준비하고 가사 하는 것도 너무 힘드니 다른 것에는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유대인 친구들은 부잣집 출신이 많고 그런 이유로 라이프 스타일이 다를 수밖에 없다. 자주 친구끼리 여행을 하고 등 클래스가 다른 경우 그룹에 소속하기 힘든 것은 뉴욕도 마찬가지다.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 가서 자주 운동 경기를 보고 경기 관람료가 비싸니 아직 한 번도 보지 않은 프로야구 경기와 하키 경기 등도 유대인 집안 자녀들은 자주 보러 간다.

이작 펄만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UNADJUSTEDNONRAW_thumb_1a.jpg?type=w1 2016년 12월 22일 플라자 호텔 앞 하누카 촛대


작년 맨해튼 플라자 호텔 앞에 거대한 유대인 촛대에서 촛불을 켜는 것을 보았다. 우연히 지나가다 보게 되었고 촛불 켜는 행사를 지켜보는 군중이 아주 많아 놀랐다. 맨해튼 빌딩 곳곳에 작은 유대인 촛대를 준비하고 매일 촛불을 켠다. 링컨 센터 공연 예술 도서관과 줄리아드 학교도 그러하고. 그러듯 유대인 문화가 뉴욕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지 알 수 있어.

맨해튼에 두 개의 유대인 박물관이 있고 하나는 어퍼 이스트사이드 뮤지엄 마일에 있고 '유대인 박물관'과 다운타운 허드슨 강변 옆에 '유대인 문화유산 박물관'이 있다. 두 곳 모두 유대인 문화와 관계된 전시를 하지만 다운타운에 있는 박물관에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록물을 전시하고 있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공포의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유대인은 지구촌 인구 69억 가운데 약 1700만 명 정도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으나 오늘날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가장 파워 있는 민족이다. 철학가, 정치인, 과학자, 작가, 음악가, 영화감독, 화가 등 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유대인 출신이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아인슈타인 프란츠 카프카, 마르크 샤갈, 카를 막스, 조지 소로스, 헨리 키신저, 구스타프 말러, 지그문트 프로이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 등 구글 창업자도 유대인 두 명이다.

지난주 어퍼 이스트사이드 뮤지엄 마일에 있는 메트 뮤지엄에 방문한 날 뮤지엄에서 나와 어퍼 이스트사이드를 걷다 우연히 National Jewish Fund Inc. 를 보았다. 인구는 작으나 유대인 커뮤니티를 위한 단체가 많고 커뮤니티를 위해 많은 일을 한다고. 늘 그런 문화가 부럽기만 하고. 한국 이민자 가운데 뛰어난 소수도 있지만 아직 한국은 기부 문화가 발달되지 않은 편에 속한다.

뉴욕에 와서 내가 만난 유대인 가운데 기억하는 몇몇 사람들이 있다. 대학원에서 공부할 적 노인학을 수강했는데 콜롬비아 대학 출신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정말 밀도 높은 수업을 하셨고 학생들이 준비할 게 정말 많아 눈물로 지새웠다. 대개 유대인계 교수님 수업이 더 힘든 면이 있다.

그리고 운명이 뭔지 슬픈 사연이 있는 폴란드 출신 유대인 여자 강사. 맨해튼 버나드 칼리지 대학원을 졸업하신 분이고 병원에서 근무하다 의사 남편을 만나 결혼해 4명의 자녀를 출산했으나 어느 날 남편이 식물인간으로 변해버린 영화처럼 슬픈 사연을 내게 들려주었다. 믿을 수 없는 운명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대학 강사. 생활이 어려우니 장녀는 이스라엘로 대학을 보낸다고 하셨고 학비가 전부 무료란 이야기를 들었다. 영화배우처럼 미모의 얼굴을 지닌 분이 가끔씩 떠오르나 자주 연락은 주고받지 않는다. 마음속으로 늘 기도를 하고. 슬픈 운명을 경험한 사람은 서로서로 이해를 하게 되고. 생은 아무도 몰라.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른 분은 유대인 의사가 기억에 남아. 멋진 세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하나는 멋진 스포츠카, 하나는 멋진 승용차, 다른 하나는 SUV. 매년 스키를 타러 가고 휴가를 맞아 프랑스에 성을 빌려서 친구들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간다고. 특별 요리사를 불러 식사 준비를 해서 식사하고 등 사는 수준이 한국과 많이 다름을 느꼈다.

suAfVdtwPHkNTe0LazfQJojm7kE.jpg 줄리어드 학교 하누차 촛대



갑자기 하누카에 대한 이메일을 받다 보니 지난 세월이 머릿속에 스쳐 지났다.
2017년 12월 12일이 하누카 첫날밤이라고.
오늘 저녁 줄리아드 학교에서 이작 펄만 스튜디오 공연이 열리는데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작 펄만이 작년처럼 얼굴을 비칠지. 부부 모두 오셔서 제자들 공연 보고 얼굴에 미소를 띠며 휠체어를 타고 떠나셨다. 평범한 노부부의 행복한 모습이 느껴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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