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린 K와 통화

by 김지수

어제 오전 K와 통화를 했다. 현 73세. 수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졌는데 지금은 치매 증상이 와서 가족이 돌보기 힘든 상태라고 하는데 마음이 아프고 멍했다. 가까운 사람인 경우라 마음이 더 무겁고 나도 언제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엄습했다. 카네기 홀에서 가끔 만나는 노인들 가운데 70대가 꽤 되고 그들은 마치 50대처럼 젊고 매일 공연과 전시회를 보러 다닌다. 맨해튼 음대를 졸업하고 플루트 연주가로 활동한 분도 기억에 의하면 73세 정도. 개인마다 노화의 속도로 많이 다른가 보다.

물론 한국과 뉴욕 문화가 달라 노인들의 삶도 많이 다르다. 치매에 걸린 지인은 한국에서 의사로 활동하고 지내고 가끔 골프를 치는 정도. 한국 문화가 뉴욕과 많이 다르니 뉴욕 노인들처럼 지내지 않았다. 수년 전 지인이 뉴욕에 오게 되어 만나 함께 식사하고 맨해튼 5번가와 타임 스퀘어와 라커 펠러 센터 크리스티 경매장과 링컨 센터와 센트럴파크 등에 갔는데 건강이 악화되셨다고 하니 마음이 아팠다.

롱아일랜드 제리코에서 살 때 아들과 함께 치매 전문 양로원에서 발런티어를 수년 동안 했다. 사립 양로원이고 비용도 비싸 환자들 대부분 젊을 적 직업이 의사, 검사, 교수, 교장, 변호사, 등 남부럽지 않은 직업군에 속했다.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집에서 모시기 힘드니 양로원에 맡겨두고 자주 방문하는 자식들도 있고 거의 방문 안 하는 자식도 있고 집집마다 달랐다. 롱아일랜드에서 바닷가재를 잡아 돈을 많이 벌었다는 아드님은 자주 양로원에 찾아왔고 배 3척을 모두 팔아서 어머니 양로원 비용을 대고 있다고. 과거 교장으로 활동하신 어머니는 건강이 안 좋아 양로원에 계셨다. 학력 수준도 높지만 치매에 걸린 노인들은 단어조차 기억을 잘 못했다. 과거 그들이 자주 들은 노래는 기억하고 함께 부르고, 게임을 하거나 가벼운 운동을 하고, 그림 그리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세월을 보낸 노인들도 생각이 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봤던 영화나 레스토랑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노인도 계셨다.

양로원 노인들이 정말 사랑했던 노래 자니 캐시의 노래. 지금은 어쩌면 하늘나라에 계신 노인들이 더 많은 거 같은데 롱아일랜드 오이스터 베이에 간지도 정말 오래되어간다. 차가 없어서 롱아일랜드에 방문하기 어렵지만 마음속은 언제나 그리움으로 가득한 곳.




전 세계 약 4천5백만 명의 사람들이 치매 환자라 하고 치매 치료에 드는 비용도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환자 본인은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고 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는 치매. 나도 예외가 되란 법도 없고 미리 유서라도 작성해 만약 치매에 걸리면 안락사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그럼 안락사 허용된 곳에서 살아야겠구나.

삶이 뜻대로 되는 게 아니지만 양로원에서 발런티어 하면서 느낀 점은 하루하루 즐겁게 행복하게 감사함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도 대학 칼리지 에세이에 양로원에서 지내며 느낀 점에 대해 썼다고 한다.

언제 어찌 될지 그 누가 알겠는가. 반드시 화려하고 멋진 직업이 최고도 아니고 자신에게 맞는 직업이 있을 테고 행복은 "감사하고, 삶을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데 있다"라는 생각이 든다. 각각의 삶이 천지차이로 다른데 다른 사람 삶과 비교하며 스스로 불행을 만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셜 미디어 발달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불행하다는 보고도 있고 다른 사람 삶을 엿보며 좋은 정보를 찾는 게 아니라 소외감을 느껴서 그런 거 아닐까 생각이 든다.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하나 무엇이 행복인지 모른 사람도 많다. 행복은 긍정적인 사고도 아주 중요하고 부정적인 사고는 행복과 참 거리가 멀다.

난 끝없이 복잡한 삶 가운데 휘청거리지만 잘 사는 친구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삶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그날 그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다. 다시 한번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K와 통화. 대학 시절부터 어떤 삶을 살지 많은 고민을 해왔고 늘 복잡하고 위기 가운데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만들어 왔다.

뉴욕은 세계 문화 예술의 도시라 메트로 카드 한 장 들고 맨해튼에 가면 저렴하게 또는 공짜로 받는 혜택도 많고 한국도 점차 뉴욕처럼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문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문화 공간이 확립되면 좋겠다. 문화 공간이 없는 점도 시민들이 문화 행사에 참가하지 않은 이유도 될 테고, 애초에 관심도 없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더 좋은 공연과 전시회를 보고 공원에서 산책하면 마음이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지상에서 무거운 짐 지고 평생 살다 저 하늘로 갈 때는 아름다운 기억만 갖고 긴 여행 떠나더라. 매 순간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며 행복 찾기를 해야겠다.


2018. 6. 30 늦은 오후



2018.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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