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폭염 더워 더워 더워
태양이 폭발하려나.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33도(91도). 참기 힘든 더위와 싸움을 하는 것도 부족해 소음과 전쟁을 하네. 아파트 슈퍼는 자주 잔디 깎는 작업을 하지 않다가 왜 이리 더운 날 종일 잔디를 깎을까. 태양과 소음의 이중창을 견뎌야 하는구나. 지하철 타고 맨해튼에 가서 에어컨 되는 북 카페에 앉아 책이나 읽을 걸 그랬지. 너무 덥네. 전기 요금 비싸니 작은 에어컨 켜기도 정말 어렵고 뭐든 다 비싸서 살기 힘든 뉴욕. 문화 예술 면은 천국이지만 모든 게 다 좋은 도시가 아니지. 나의 모든 에너지를 다 가져가는구나.
복숭아와 수박과 체리와 팥빙수 먹으며 시원한 곳에서 쉬고 싶어. 푸른 바다도 그립고 지하철 타고 달려갈 에너지도 없고 센트럴파크 초록 잔디밭 쉽 메도우에는 비키니 차림으로 일광욕을 하고 있겠다. 영화처럼 아름다운 몸매를 보여주는 뉴요커들도 많고 공짜니 즐겁게 봐야지.
어제도 불볕더위. 대포 소리 나는 하얀 냉장고는 텅텅 비어서 칼리지 포인트 BJ's에 장 보러 아들과 함께 걸어서 장 보러 갔다. 차를 타고 가면 좋을 텐데 차는 없고, 왕복 택시비는 비싸 엄두가 안 나고, 할 수없이 걸어서 가고 더운 날이라 평소보다 시간도 더 오래 걸렸다. 채소와 아보카도와 생수와 육류와 닭고기와 달걀과 크로와 쌍 등을 구입하고 계산을 하는데 세금이 약 2불 정도 붙어서 뭐가 세금이 붙었는지 궁금도 했다. 꼭 필요한 식품만 구입했어. 10년 전에 비해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어. 심장 떨리게 많이 많이 올랐는데 먹고살아야 하니 기본 식품은 구입해야 하는데 장 보는 것도 부담이 되네.
한인 택시를 불렀는데 집으로 타고 오면서 대화를 나눴다. 다른 사람 어찌 사는지 궁금도 하니 택시를 타면 늘 묻곤 한다.
-휴가 가세요?
-아니요. 무슨 휴가요? 휴가 떠나세요?
-아니요. 저의 집도 휴가 떠난 지 오래되었어요. 뉴욕에 오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32년 되었지요.
-뉴욕 좋아요?
-아, 살기 너무 힘든 도시예요. 이민 1세는 살기 너무 힘들고 2세는 좋아요. 자식은 1명이고 딸은 27세인데 뉴욕에서 탄생했어요. 결혼은 한국 가서 하고 뉴욕에 돌아왔지요. 다른 주에 가면 사람들 얼굴빛이 달라요. 그들 얼굴은 행복하고 여유롭게 보여요.
-그래요? 지난번 택시 탔는데 그분은 뉴욕이 좋다고 했어요. 자유롭다고.
-그렇죠. 뉴욕이 좋은 면도 있어요. 자유롭지요. 남의 눈치 안 보고 한국처럼 체면 같은 거 생각 안 하고 편히 살지요. 한국에서 체면 생각 안 하고 살았으면 부자 되었을 텐데...
-그동안 택시 기사만 하셨어요?
-아니요. 여러 가지 직업 했지요. 맨해튼 거리에서 액세서리도 팔고 귀걸이, 목걸이 이런 거 팔았지요. 생선 가게도 하고 안 해 본 직업이 없고 지금은 택시 기사 해요. 한인 이민자들 비슷비슷해요. 다 힘들게 살지요.
-어떤 직업이 가장 좋았어요?
-생선 가게가 좋았어요. 과거 생선이 아주 쌌어요. 히스패닉계 직원 4명 데리고 있었는데 생선 1 상자 팔면 직원 주급 줬지요. 이윤이 많이 남았어요.
-왜 그만두셨어요?
-말하자면 길어요.
뉴욕에 온 지 32년이 되었다는 기사는 50대 중반 즈음으로 보였다. 점점 살기 힘든 도시로 변한다고. 렌트비가 비싸고 점점 인상되니 서민들 부담이 너무 큰 도시. 그분은 이민자들 삶이 다 비슷비슷하고 모두 어렵게 지낸 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소수 예외인 분도 있지만 이민은 고국보다 훨씬 더 어려움이 많다. 한국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도 적응하고 살아야 하는 게 이민이다. 잘 적응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분도 있고 후자의 경우는 미국에 오래 살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요즘 젊은 세대는 영어 실력도 좋고 전문가 직업의 길을 걷는 사람은 뉴욕에 와서도 밑바닥 생활 안 하고 힘들게 살지 않고 영화처럼 누리는 소수도 있다. 능력에 따라 삶이 다르지. 부모 도움으로 조기 유학 와서 엄청 많은 유학 비용 쓰고 한국에 돌아간 학생들도 많고. 과거 한인 이민자는 뉴욕에 와서 청과물상, 세탁소, 델리 가게, 식당 등 서비스 직종을 많이 했으나 요즘은 점점 더 많은 이민자들이 뉴욕에 오니 서비스 분야도 경쟁이 심하다고. 한인이 운영하는 네일 가게가 명성 높았으나 지금은 옛말이다. 다른 인종도 많이 뛰어든 분야다.
택시 기사가 집 앞에 도착할 즈음 우리 대화는 중지되었고 짐을 운반하는 것도 역시 힘든 상황. 엘리베이터가 없는 아파트. 계단을 올라가야 하니 짐 운반이 쉽지 않다. 장을 보러 가는 날은 미리 마음의 각오를 하는 아들. 무거운 짐은 아들이 전부 나르고 난 보조하는 입장이다. 스파게티 국수도 사고 수박도 샀는데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
점심 식사를 하고 짐을 정리하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오후에는 아파트 지하에 내려가 세탁을 했다. 며칠 습도가 아주 높아 사방이 끈적끈적하고 매일매일 침구와 수건을 세탁하면 좋을 날씨. 장 보고 세탁하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 같으면 배달 주문도 하고 집에 세탁기가 있어서 편리하지만 배달 주문도 배송료 줘야 하고, 내가 필요한 물건은 직접 사는 게 좋고 차가 없으니 장 보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더운 날이면 더더욱 그러하다.
토요일 태양을 안고 있는 거 같아. 너무너무 더워. 내일은 37도(99도)까지 오른다고 하니. 태양이 곧 폭발하려나.
식사 준비하기도 너무 더운 날씨야. 시원한 콩물 국수나 먹으면 좋겠어. 아. 너무 비싸고 걸어서 가야 하니 콩물 국수도 그림의 떡이나. 냉면도 먹고 싶어라.
6월의 마지막 날 맨해튼에 가지 않고 슬픈 이민자 삶에 대해 글을 쓰고 있구나. 애벌레가 나비가 되려면 최소 30년이 걸리는 이민. 우리 가족은 이제 애벌레 시기를 벗어난 시점이니 참고 견디고 살아야지. 복 많은 사람은 따로 있더라. 하늘이 준 복도 없고, 뭐든 스스로 하지 않으면 된 게 하나도 없는 운명. 복 많은 사람은 부모 복도 많고, 남편과 아내 복도 많고 하던데 나와 너무나 거리가 먼 이야기야. 내 삶은 무에서 개척하는 길이다. 너무너무 엄청난 세월을 살았지. 보통 사람과 너무나 다른 길을 오래오래 걷고 있다. 정말이지 나 혼자 내버려 두면 좋겠어. 비틀즈 노래나 들어보자꾸나. 음악은 내 친구. 슬픈 날 위로를 하지.
2018. 6.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