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에서 온 딸
보스턴에 사는 딸이 메가버스를 타고 뉴욕에 왔다. 아들이 아프다고 연락하니 새벽에 시험을 치르고 아침 6시 버스로 출발. 하필 버스가 고장이 나서 예정 시간 더 늦게 뉴욕에 도착했고 아들과 난 메가버스 정류장에서 가까운 펜 스테이션 오봉팽에 도착해 기다렸다. 아들이 맨해튼 예비 음악학교에서 공부할 때 가끔씩 들렸던 카페. 뉴욕 초기 정착 시절 추억도 떠올리며 아들과 난 딸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예전에 비해 더 많이 깨끗해지고 좋아진 펜 스테이션. 프린스턴 대학 갈 때 기차를 탔던 곳이기도 하고. 딸이 뉴욕에 점점 가까워진다고 연락이 와서 우린 자리에서 일어서 펜 스테이션을 나와 FIT 뮤지엄 근처로 걸어갔다. 지난번 영국 록 가수 해리 스타일스 공연을 봤던 매디슨 스퀘어 가든도 지났다.
지난 메모리얼 데이 우리가 보스턴에 가서 딸과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금세 시간이 흘러가 7월 중순에 이르고 일과 공부를 하는 딸은 너무나 바쁜데 동생 얼굴 보러 뉴욕에 오니 너무나 반갑게 맞은 아들. 누나 얼굴 보니 아들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얼른 맨해튼 한인 타운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딸이 추천해 방문한 종로상회(Jongro BBQ)에 가서 런치 스페셜 메뉴를 주문했다. 묵은지로 만든 돼지갈비 김치찌개와 보쌈김치와 돌솥비빔밥을 주문해 먹으니 마치 한국에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맨해튼 한인 타운에 자주 가지 않은 편이고 한식당이 비싼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심 식사 가격은 맨해튼 물가가 비하면 나쁘지 않았다. 3인의 식사비가 약 40불 + 팁. 맨해튼에서 한국적인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식당 내에 '선데이 서울'과 '로버트 태권 브이' 포스터도 보이고 선데이 서울 잡지 표지에는 "돌팔이 의사 유방 확대, 엄마의 정사 딸 일기로 들통, 요일마다 남자 바꾼 7 색깔 간통 글..." 내용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또 "지칠 땐 쉬어가면 되는 거야" 등 한국어로 적혀서 더 반갑기도 했다. 점심시간 특별 메뉴는 평소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한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많이 보였다.
바쁜 딸은 늦은 오후 보스턴에 돌아가려고 메가 버스 예약했는데 동생이 내일 돌아가라고 하니 하룻밤 뉴욕에서 지낸다고. 내일까지 제출해야 할 숙제도 있다고 하는데 일과 동시 공부를 하니 정신없이 지낸 딸이 뉴욕에 와서 고맙기도 하지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식사를 하고 헤럴드 스퀘어 메이시스 백화점 근처에 있는 빅토리아 시크릿에 가서 내 속옷을 구입했다. 아들도 매장에 따라왔고 여자 속옷 전문 매장에 남자들도 많이 보였다. 오랜만에 구입하니 사이즈도 잊어버려 직원에게 부탁해 치수를 재는 작은 소동도 피우고. 얼마 만에 속옷을 구입한 것인지.
딸은 함께 영화를 보자고 제의를 했고 근처에 있는 AM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다."쥐라기 월드 2"였는데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더 좋았다. 내 취향의 영화는 결코 아니지만 볼만한 영화라 하니 두 자녀도 놀랐다. 할리우드 영화를 안 좋아하는 엄마 취향을 잘 알고 있는 두 자녀는 엄마의 평이 어떨지 궁금했는데 내가 만족한 표정을 짓자 놀랐다.
두 자녀와 함께 맨해튼에서 식사하고 쇼핑하고 영화도 보고 그 후 스타벅스에 가서 아들이 좋아하는 커피를 딸이 사주고 잠시 맨해튼에서 커피 마시며 이야기를 하다 허드슨 야드 7호선 종점역에 가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왔다.
아무도 없는 뉴욕에 와서 사는 것은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도전과 싸우며 지내야 하고,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와서 험난한 가시밭길을 천천히 걸으며 대학 시절 꿈꾸던 도시란 것도 알게 되어가지만 뉴욕은 자본주의가 꽃 피는 도시고 한국에서 지낼 적 교과서에서 "자본주의" 단어를 봤지만 자본주의가 뭔지 깨닫는 도시는 바로 한국이 아닌 뉴욕이다. 지난 4월 뉴욕에서 매주 수요일 발행되는 무료 정보지 "TIME OUT"에 구글이 맨해튼 첼시를 구입했다는 글이 있었다. 세계적인 기업 구글의 파워와 힘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껴보았다. 나중 구글이 맨해튼을 통째로 사게 될 날도 올까 무섭기도 하다. 아주 오래전 인디언들이 네덜란드인에게 단돈 24불에 맨해튼을 팔았다고 하는데 그때 내가 240불 주고 살 걸 그랬지. 그럼 지금 나도 세상의 부자가 되었을 텐데 너무나 아쉽다. 기회는 항상 오지 않아서. 세계의 금융 중심지 월가와 패션 중심지 등이 있는 맨해튼. 알면 알수록 놀라기만 하고 천천히 뉴욕에 대해 배워가고 있다.
뉴욕에서 사는 것은 한국에서 지낼 적 보다 백만 배 이상 어렵다고 느낀 것은 우리가 가진 것 없는 평범한 이민자라서 그런지 몰라. 무엇보다 몸이 아프다고 하면 마음이 무너질 듯이 어려운 미국. 병원비가 너무너무 비싸 마음 무겁게 하고 의료 면은 뉴욕보다 한국이 백만 배 더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랜만에 가족의 정과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 어려울 때 서로 돕고 살면 좋은데 갈수록 개인 중심 사회가 되어간다. 멀리서 동생을 위해 찾아온 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며칠 아들이 아프니 난 조용히 집에서 지냈다.
2018.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