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축제, 서머 스테이지,
Pier 17
뉴욕시간으로 7월 15일 오전 11시 프랑스와 크로아티아 월드컵 축구 결승전이 열린다. 한국에서는 자정 시간이라 맥주 마시며 월드컵 축구 보는 사람도 많겠다. 누가 승자가 될까.
무더운 날씨 뉴욕 곳곳에서 축제가 열렸다. 오늘 "City of Water Day" 축제가 열렸고 난 맨해튼 다운타운 Pier 17에서 열리는 행사를 보러 지하철을 타고 달렸다. 타임 스퀘어 역에서 내려 익스프레스 3호선에 환승. 참기 힘든 소음을 들어야 했던 지하철 안.
타이타닉 메모리얼 등대
풀턴 스트리트에 내려 타이타닉 메모리얼 등대가 있는 사우스 스트리트 시프트를 지나 브루클린 브리지와 브루클린 하이츠 전망이 비치는 Pier 17에 갔다. 전망이 무척 아름다운 곳이라 가끔 산책하러 가고 축제가 열리면 찾아가곤 한다. 타이타닉 호는 1912년 4월 맨해튼 첼시 부두에 도착하기로 되어 있는데 비극적인 사고로 수많은 사람들이 저 하늘로 여행을 떠났다. 왜 메모리얼 등대가 첼시가 아니고 사우스 스트리트 스포트에 세워져 있는지도 개인적으로 궁금하고 말없이 저세상으로 떠난 운명적인 사람들은 하늘에서 무얼 하고 지낼까.
Pier 17
어린이들을 위한 연극도 하고 공연도 하고 음식을 팔고 난 코스모스 꽃 씨앗을 무료로 받았다. 초등학교 시절 새마을 운동 붐에 학교에서 꽃길 가꾸기 운동을 했고 가끔 코스모스 꽃 씨를 뿌리곤 했는데 그 시절 추억이 떠올랐다.
월가의 고층 빌딩도 보여 오래전 딸이 인턴십을 했던 추억도 떠올랐고 대학교 3학년 시절 인턴십 구하느라 죽을 고생을 했다. 단 한 가지도 쉬운 게 없는 미국 생활. 수 백통의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보내고 어렵게 구한 월가 인턴십. 여름 방학 동안 지하철을 타고 월가에 출근하고 일했는데 부모와 친척 등 인맥으로 월가 인턴십 구한 경우도 꽤 많고, 일부는 아이비리그 대학 출신도 많다고. 아이비리그 대학 출신도 반드시 월가 인턴십을 구한 것도 사실 아니고 지인 아들도 콜롬비아 대학 출신이나 월가에서 인턴십 구하지 못했다. 미국을 잘 모른 한국 학부모는 미국 대학 성적만 중요한 줄 아는 분도 많으나 미국은 경험을 아주 중요시하는 문화. 그래서 인턴십 경험 없이 좋은 직장 구하기 너무 힘들다.
물의 날 축제를 보고 지하철을 타고 아프리칸 축제를 보러 할렘에 갔다. 평소 자주 할렘에 가지 않아서 지리를 잘 모르고 지하철역에서 내려 어디로 갈지 망설이고 있는 순간 낯선 흑인 여자가 말을 걸었다.
-길을 잃었어요?
-아니요. 축제를 보러 왔어요.
축제가 열리는 장소를 찾는 내게 아주 친절한 흑인 여자는 내게 한국에서 왔냐고 하니 눈치가 얼마나 빠른지. 한국에서 온 사람들을 많이 봤다는 생각도 들었다.
잠시 후 축제가 열리는 장소에 도착했고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거리에서 음식과 보석과 옷가지 등을 팔고 음악 시디를 판 흑인 할아버지 노래 솜씨가 대단해 놀랐다. 햇살이 너무 뜨겁고 나의 기대만큼 축제는 만족스럽지 않아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탑승했는데 낯선 남자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무슨 일로 할렘에 왔어요?
-축제를 보러 왔지요. 무슨 일하세요?
-저널리스트이에요.
-뉴욕에서 태어났어요?
-뉴욕에서 탄생했지요. 할아버지도 뉴욕에서 탄생했고 선조는 헝가리, 독일, 오스트리아 비엔나 출신이지요.
-어디에서 살고 계세요?
-링컨 센터 근처에 살아요. 어디에 살아요?
-링컨 센터 좋아하고 자주 축제 보러 가요. 퀸즈에 살아요.
-자주 축제가 열리죠. 어떤 공연 좋아하세요? 발레? 오페라? 뉴욕 필하모닉?
- 모두 좋아하지만 오페라 공연 좋아해요.
-이탈리아 오페라? 프랑스 오페라? 독일 오페라? 어느 나라 오페라 좋아하세요?
-오페라 가수가 부르는 아리아가 좋고 안 좋은지에 따라 그날 공연이 좋은지 결정이 돼요.
-어디에 가세요?
- 뉴욕 시립 미술관에 갈까 생각 중이에요. 그 후 센트럴파크에서 열리는 서머 스테이지 축제 보러 갈 예정이고요.
우리의 이야기는 길어지고 버스가 5번가에 진입하고 뉴욕 시립 미술관 근처에 내리려 하자 그도 따라 내렸다. 내가 뮤지엄에 전시회 보러 간다고 하자 그분과 이야기하는 게 더 재미있을 거라고 해서 나도 모르게 웃었다. 함께 이야기를 하자고 하니 낯선 남자와 뮤지엄 마일에 있는 벤치에 앉아 대화를 하게 되었다. 알고 보니 저널리스트는 한국에도 방문한 분. 북한과 남한 모두 방문했다고 하니 깜짝 놀랐다. 또한 우리가 앉은 벤치 주위뿐 아니라 뉴욕 전체에 몰래카메라가 있다고 하니 더 놀랐다. 어쩌면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것도 기록하고 있다고 하니 더 놀라고. 뉴욕 시립 미술관은 기부금 입장이라고 하니 뉴욕 비영리 단체가 돈이 아주 많다고 하고 강조를 하고 뉴욕은 소수가 아주 잘 살고 85% 이상은 가난하게 산다고. 조카가 로스쿨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 중인데 너무너무 힘든 직업이고 하기 싫다고. 직업이 싫으니 행복하지 않은 변호사라고 하며 뉴욕 부유층 가운데 불행하게 사는 사람도 많다고, 오로지 돈만 벌려고 하니 행복이 뭔지 잘 모른다고. 그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나중 대학교에서 저널리즘도 강의를 한다고 하며 지금 책을 집필 중이라고 하면서 내게 그분이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해주었다.
줄리아드 학교, 카네기 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소호 하우징 웍스 북 스토어 북 카페에서 하버드 대학에서 일하다 해고된 후 서울 연세대에 가서 강의를 하다 미국에 돌아온 분과 이야기를 한 적도 있으나 버스에서 만난 낯선 분과 이야기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 내게 명함을 주면서 그분 핸드폰 전화번호를 주며 내 연락처를 물어서 이메일 주소만 준다고 하니 그분이 수줍은 사람이네요, 하면서 웃었다. 결국 뉴욕 시립 미술관은 가지 않았다.
Summer stage at Central Park
그분과 헤어지고 버스를 타고 센트럴파크에 갔다. 오후 3시 럼지 플레이 필드에서 서머 스테이지 축제가 열렸고 라틴 음악 축제였다. 무더운 날이라 수박을 먹거나 맥주를 마시며 공연을 보고 싶다는 마음도 들고 잠시 공연을 보다 너무너무 더워 공원을 나와 구겐하임 뮤지엄에 가볼까 한순간 아들에게 연락이 왔다. 늦은 오후 친구네 집에 갈 예정이었는데 계획이 변경되었다고. 아들과 통화 후 나도 마음을 바꿔 집에 가려고 다시 버스에 탑승해 플라자 호텔 근처에 내려 지하철역 안에 갔는데 하필 지하철이 운행하지 않았다. 미리 주말 지하철 운행을 확인해야 했는데 깜박 잊어버렸다. 플라자 호텔 앞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M1 버스에 탑승해 5번가를 바라보았다. 멋진 럭셔리 백화점 버그도르프 굿맨 백화점 쇼윈도 보고 라커 펠러 센터 채널 가든도 바라보고 배롱나무꽃이 피어 있어서 유심히 바라본 순간 동양인 여자가 내 얼굴을 봤다. 뉴욕 공립 도서관 앞에 내려서 브라이언트 파크 지하철역 안에 들어가 7호선에 탑승했는데 조금 전 버스에서 만난 동양인 여자가 날 보고 미소를 지었다.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필리핀에서 왔어요.
-어머 그래요. 오래전 공부할 때 만난 분이 필리핀에서 왔다고 했지요. 필리핀에서 의사로 활동했는데 미국에 와서 병원에서 일하나 의사는 아니라고 했어요.
-이민자가 많이 그래요. 미국 의사 과정 너무 어렵지요.
-어디에 살아요?
-플러싱에 살아요. 어디에 살아요?
-저도 플러싱에 살아요.
-언제 미국에 왔어요?
-1986년에 왔어요.
-어머 오래되셨네요. 무슨 일하세요?
-가사도우미이에요. 매일매일 다른 집에서 일해요. 톰 크루즈 집에서도 일하고.
-어머 세상에. 톰 크루즈 성품이 어때요?
-아주 좋아요.
-수입은 좋아요? 보스는 좋은 가요?
-수입도 좋고 보스도 좋아요. 모두 아주 부자이에요. 오페라 좋아한 보스는 오페라 티켓도 자주 줬어요. 그러나 오페라를 안 좋아해서 다른 사람에게 표를 줬어요.
-세상에. 오페라 표 구하기 너무 어려운데.
- 가족이랑 함께 살아요?
-예, 자녀랑 함께 살아요.
-전 싱글이에요.
-어머나, 결혼 안 하셨네요.
-61세이고 결혼은 하지 않았어요. 친구들이 많아요. 친구가 메이시스 백화점에 오라고 연락이 왔어요.
-요리 잘 하세요?
-예, 아주 잘 해요. 프랑스 요리, 이탈리아 요리, 아메리칸 요리 모두 잘 해요.
-그럼 요리도 해요?
-아뇨, 대개 부자들은 셰프가 만든 요리를 먹어요.
Plaza Hotel
그녀는 매일매일 다른 집에서 일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삶으로 아주 행복하다고 하고. 타미 힐피거가 플라자 호텔에 산다는 말도 해주고 그의 부인도 자주 본다고. 친구가 보내준 다이아몬드가 박힌 목걸이 사진을 보여주고 2000불인데 세일해서 약 700불이라고 그걸 사러 간다고 하며 우린 헤어졌다. 맨해튼 가사도우미 만나 이야기 들은 것은 완전 영화 같아. 점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들으며 맨해튼에 대해 더 알아가게 된다.
플러싱에 도착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아들이 식사 준비를 해서 맛있는 저녁 식사를 먹었다.
무더운 여름날이라 더 많은 축제를 보려고 메모했는데 깜박 잊어버리고 타임 스퀘어에서 열린 이벤트를 놓치고 말았다.
수박, 아이스크림, 맥주, 와인, 복숭아, 살구가 그립네.
아, 더워.
2018. 7. 14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