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마, 센트럴파크, 레스토랑
뉴욕의 토요일 아침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좋으나 비가 온다고 하고 일주일 내내 비가 정말 내리나. 날씨가 좋아야 기분도 좋고 더 많은 에너지가 생긴 듯. 오래전 롱아일랜드 양로원에서 발런티어 할 때 노인들 행동 역시 날씨에 따라 많이 달랐다. 날씨가 안 좋으면 이상한 행동을 하는 할머니도 있고 "어디에 지갑이 있니?"라고 외치는 걸 보면 슬펐다. 하늘나라에 가까워지는 시기 양로원에서 하루하루 지내는데 돈, 돈, 돈한 할머니가 계셨다. 지금은 잘 지내고 계실까. 어쩌면 하늘나라로 여행을 떠났는지 모르겠다. 차가 있다면 한번 찾아가 볼 텐데 차가 없으니 사랑하는 롱아일랜드는 너무나 멀기만 하다. 석양이 물들 시각 오이스터 베이(Oyster Bay) 빛은 너무나 아름다워 숨이 막혔다. 그곳에서 만난 낯선 작가는 매일 석양이 지는 시각 오이스터 베이에서 산책을 한다고 하니 행복한 사람인가. 아름다운 빛으로 물든 바다를 보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듯 생각이 멈춘다. 아름다운 보트가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아름다운 곳. 문득 그리워지는 토요일 아침.
어제 금요일 오후 맨해튼 5번가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서 멕시코에서 온 여행객 커플을 만났다. 멕시코에서 뉴욕까지 왕복 항공권이 600불이라고 하며 뉴욕에 대한 첫인상을 물으니 "너무 비싼 도시예요"라 하고. 그래서 하룻밤 호텔비가 얼마인지 묻자 맨해튼 미드타운 호텔에 머무는데 하루 300불을 준다고. 10일 동안 뉴욕에서 머물 예정이니 숙박비만 약 3000불 이상이 들겠다. 뉴욕이 아주 비싼 도시지만 뉴욕이 정말 사랑스럽다고 하니 뉴욕에 볼거리가 많고, 할 게 많고, 다양한 음식도 먹을 수 있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라고 부인하기는 어렵겠다. 역사 깊은 로마와 피렌체와 파리와 분위기는 아주 다르지만 뉴욕이 주는 멋진 선물이 많다. 멕시코 여행객은 꽤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여행을 하고 브롱스에 있는 뉴욕 식물원과 브루클린 어린이 박물관과 모마와 메트 뮤지엄 등에 방문했지만 여행객이라 많은 정보는 없는 듯해서 몇 가지 알려 주었다.
5번가 서점 근처에서 가까운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어제저녁 6시 댄스 공연이 열리는데 어디가 공원 인지도 모르는 여행객. 어찌 5번가 서점은 알고 왔는지 궁금했으나 묻지는 않았다. 금요일 저녁 7-9시 사이 모건 라이브러리 앤 뮤지엄도 무료입장이니 얼마나 좋아. 7월 일요일 저녁 8시에만 여는 모마 특별 공연도 알려주었다. 뉴요커가 사랑하는 최고 여름 축제에 속하니 일찍 도착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주 많고 오후 4시부터 기다리는 사람도 많으니 인기 많은 곳은 오래오래 줄을 서야 하는 뉴욕 문화. 주말 거버너스 아일랜드에 방문해도 좋다고 하고 거기 교회에서 열리는 특별전 꼭 보라고 추천했다. 베니스 비엔날레 참가했던 작품을 뉴욕에서 여니 얼마나 좋아.
만약 그림을 좋아하면 첼시 갤러리에도 가라고. 대개 여행객들은 첼시 갤러리를 잘 모른 듯. 약 300개 이상 갤러리가 밀집되어 있고 컨템퍼러리 아트 전시를 볼 수 있는 좋은 갤러리. 타임 스퀘어에서 매일 공연도 열리고 좋은 정보가 있으면 뉴욕 여행은 백배 이상 즐겁고 아닌 경우 아주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되는 뉴욕. 뮤지컬 공연도 아주 좋으나 대개 12-150불 정도 줘야 하니 아주 저렴하지는 않고 두 사람이 본다면 약 300불 + 식사 비용이 추가되니 하루 여행비용이 아주 많이 들기도 한다. 다른 나라에서 뉴욕에 여행을 오면 뮤지컬 공연은 보라고 권하고 싶고 뉴욕에 사는 뉴요커들은 비싼 렌트비와 생활비로 힘들어 보고 싶어도 마음처럼 보기 힘든 뮤지컬 공연.
모마 콘스탄틴 브룽쿠시 회원 특별전
모마 조각공원 언제나 방문자로 넘쳐
어제 금요일 오후 4-8시 사이 모마 무료입장이라 방문객이 아주 많았고 난 회원권이 있어 기다리지 않고 입장할 수 있어서 좋았고 잠깐 조각 공원에 가니 역시 사람들이 많아서 놀라고 루마니아 작가 콘스탄틴 브랑쿠시 특별전이 열려서 잠깐 전시회를 볼 수 있었다. 일반에게 아직 오픈하지 않고 회원권이 있는 사람에게 미리 오픈했던 전시회. 영화 속 주인공처럼 멋진 스타일의 남자가 날 자주 쳐다봐 무슨 일인지 궁금했는데 그분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해서 아이폰으로 사진도 찍어주니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뭐 어렵지 않은 부탁이니 즐겁게 해 주고. 어릴 적 아주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브랑쿠시. 1913년 뉴욕 아모리전에 마르셀 뒤샹,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와 함께 초대받은 작가라고. 구겐하임 뮤지엄에도 그의 전시회가 열리는데 모마에도 열리니 인기 많은 조각가인가. 갤러리가 너무 조용하니 좋고. 조각 공원 옆 벽에 뉴욕 1911년 풍경이 비디오에 담겨 잠깐 봤다. 너무나 멋진 뉴욕의 과거 모습. 백 년 전 뉴욕 거리가 한국과는 너무나 달랐다.
브런치와 블로그에 오래전 올린 "미국 소득 불평등 역대 최고"란 글에서 과거 재봉틀 하나로 밥 먹고살고 자녀 교육도 하고 맨해튼에 빌딩까지 구입해 자식에게 물려줘 지금 유대인들은 부모가 물려준 재산으로 임대료만 받고 지낸 분도 있다는 글에 "재봉틀로 일해서 빌딩 사고 명문대 보낼 정도의 수입이면 힘들어도 할만한 일이라 생각됩니다"이라고 답글을 남겼다. 만약 지금 재봉틀 하나로 맨해튼 빌딩까지 구입할 수 있다면 지구 상 누구라도 그런 일을 하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너무나 변했다. 그건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일어난 일이다.
지금 미국에서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해도 직장 구하기 어려워 박사 과정에 지원자가 몰려들고 있다고 하고. 미국 시민권과 영주권이 있는 사람도 그런 형편인데 미국에 유학 온 학생들 입장은 신분 문제로 당하는 서러움도 너무나 크고 비자 스폰서 찾기도 너무 어렵고 어렵게 비자 스폰서 구해도 이민국에서 거절하는 일이 흔하니 더더욱 어렵고 그래서 한국에서 미국에 유학 와서 엄청난 유학 비용을 지출하고 한국에 돌아가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과거 70년대 미국에 이민 온 사람들은 한국에서 최고 학위를 갖는 경우라도 미국에 오면 정체성이 사라지니 청과상, 세탁소 등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며 하루 24시간 가운데 종일 일하고 지내며 힘들게 자녀 교육에 성공한 소수 이민자도 있었다고 하나 모든 이민자가 미국에 오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는 점.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지만 이민 생활은 모두 적응하는 게 아니다.
2018년 가을부터 미국 월마트가 맨해튼에서 청과물 배달 서비스를 한다고 하니 한국 청과물상도 비상이 걸렸다고. 월마트와 경쟁하는 게 얼마나 쉬울까. 갈수록 세상이 변하고 있어서 보통 사람들 삶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미국 대공황 이후 빈부 차이가 아주 크다고 하나 사실 미국 빈부 차이는 오래전부터 큰 이슈였다고.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과 찰스 두들리 워너가 쓴 소설 <도금 시대, 오늘날 이야기 The Guilded Age: A tale of Today)이 있고 '도금 시대'는 남북전쟁이 끝나고 미국 자본주의가 급속히 번성하는 시대(1865-1983)를 말한다. 미국의 빈부 차이가 현재만의 이슈가 아니다.
마음이 복잡하니 서점에 오래 머물지 않고 나도 자리에서 일어서 여행객 많은 5번가 거리를 걸었다. 여름 시즌 정말 관광객이 많은 복잡한 5번가. 라커 펠러 센터 채널 가든에 전시된 퍼블릭 아트도 보고 사랑하는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 쇼윈도도 다시 보고 언제 봐도 사랑스러운 쇼윈도.
모마에서 나와 5번가를 따라 걷다 플라자 호텔 근처를 지나 센트럴파크에 가서 잠깐 휴식을 했다. 플라자 호텔 근처 호수에서 산책하는 기러기 떼도 보고 공원에는 늘 그러하듯 아주 많은 사람들이 여가를 즐기고. 초록 잔디밭에 앉아 샴페인과 과일을 먹는 사람도 있고 친구랑 앉아 이야기를 하고, 사진가들은 사진을 찍느라 바쁘고.
트랜짓 뮤지엄에서 시 프로젝트 특별 전시회가 열려서 영화처럼 아름다운 그랜드 센트럴 역에 어제도 가 보았다. 악명 높은 뉴욕 지하철 안에 시 포스터를 붙여 시민들과 여행객들이 읽을 수 있고 예전부터 발표했던 시 작품 전시회였다. T.S. Eliot, 괴테, 비트 세대 앨런 긴스버그 등의 작품이 보였다. 사진도 촬영할 수 있도록 멋진 장식을 해두어 직원은 내게 사진을 찍으라고 권하나 난 그냥 나왔다.
오랜만에 플러싱 삼 원 각에 가서 아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저녁 7시경 손님이 많을 거라 기대했는데 조용한 분위기였다. 짜장면과 국수 종류를 먹는 사람도 많이 보이고 우린 탕수육을 주문해 함께 나눠 먹었다.
토요일 뉴욕에 많은 축제가 열린다. 링컨 센터에서 Mostly Mozart Festival이 열리고, 센트럴파크에서 OZY 페스티벌이 21일과 22일 열리고 유료. 시티 필드에서 비어 축제가 열리고. 모두 티켓을 구입해야 하는 축제.
이웃집에서 잔디 깎는 소리가 들려오는 토요일 아침. 아직 매미는 울지 않아. 센트럴파크에서 휴식을 하는 사람도 많겠다. 아름다운 거버너스 아일랜드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갈 거다. 7월도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2018. 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