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비 내리는 뉴욕

조용한 토요일

by 김지수

여름 하늘도 변덕을 부리고 맨해튼에 갈 때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보며 평화로운 모습에 좋았는데 밤에 여름 비가 내린다. 하늘도 인간의 마음처럼 변덕이 심하나. 플러싱 지하철역에 도착할 즈음 BJ's에서 삼성 티브이 65인치 500불에 세일한다고 광고 이메일을 보내고 플러싱 지하철역 안은 사우나장. 너무 더워 숨이 막혔다.

맨해튼에 가는 7호선에 탑승하니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외출하는 가족이 많아 가족 나들이 자동차처럼 느껴졌다. 어린 꼬마 아가씨가 종이로 된 왕관을 쓰며 엄마에게 예쁜가 물으니 웃고 말았다. 지난주 일요일 할렘 축제 보러 가서 만난 저널리스트와 이야기하다 알게 된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노래 "Badlands(1978)"에 나오는 가사 가운데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싶어 하고, 부자 사람들은 왕이 되고 싶어 한다고". 정말 그런가? 그런 거 같다. 부자 트럼프 봐라. 대통령 안 해도 될 텐데 미국 대통령이 되어버렸어.


그 저널리스트가 내게 그 노래를 아냐고 물어서 그 노래는 모르지만 그 가수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그의 터프한 목소리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뉴욕에 와서 그의 노래가 가슴에 들려왔다. 필라델피아 거리를 걸을 때도 그가 부른 필라델피아 거리 노래가 생각이 났다. 1주일 전 그 저널리스트랑 꽤 많은 이야기를 했고 그는 뉴요커가 대화를 하지 못한다는 말도 하고 바쁜 리듬으로 사는 뉴요커들은 대개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카네기 홀에 가면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내가 운이 좋은가. 낯선 사람이라도 취미가 같으면 금방 친숙해지는 거 같기도 하고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삶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

퀸즈보로 플라자 지하철역에서 환승하니 아코디언과 기타를 연주하는 거리 음악가 노래도 듣고 기분이 좋기만 했다. 하지만 5번가 플라자 호텔 근처에 도착하자 더 많은 관광객이 지하철 안에 들어오니 백인 남자 얼굴은 인상파로 변했다. 너무너무 소란스러워 내 귀도 먹먹하였다. 관광객은 뮤지컬 보러 간다고 하고 동물원도 아주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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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언 스퀘어에 도착하니 토요일 그린 마켓이 열리고 사랑하는 해바라기 꽃과 장미꽃도 보고. 사람들도 정말 많고 가격은 아주 저렴하지 않은 곳이나 뉴욕 명성 높은 셰프가 장을 볼 정도로 명성 높은 그린 마켓. 잠시 구경하다 난 반스 앤 노블 북 카페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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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북 카페에 손님이 너무 많아 빈자리는 안 보였고 난 정말 오래오래 서서 빈자리가 나오길 기다렸다. 그곳에 가면 만나는 중년 뉴요커는 변함없이 뉴욕 타임지와 여행서를 읽고 스페인, 크로아티아, 프라하, 바르샤바 책을 읽고 있으니 아마도 여름휴가 동안 여행을 가려나 보다. 30분 후 즈음 어렵게 빈자리를 구해 의자에 앉아 북 카페를 보니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남자가 아닌가. 그럼 여자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뉴요커 남자들 북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놀랍기만 하다. 옆자리에 앉은 아들과 아버지. 아들은 수학 알고리듬 컴퓨터에 대한 책을 읽고 아버지는 잡지를 읽고, 반대편 옆자리에 앉은 커플은 그리스 여행서를 펼쳐서 소리 내어 읽어서 놀랐다. 조선시대 서당에 가서 소리 내어 책을 읽는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북 카페에서 여행서를 소리 내어 읽는 것은 처음 보았다. 어떤 젊은 청년은 초코칩과 커피를 먹고 있고.

토요일 메트 뮤지엄 등 많은 곳에서 밤늦게까지 오픈하고 축제도 열리는데 나의 에너지는 다운 다운. 그래서 북 카페에서 책을 읽다 피곤하고 집중이 안 되니 서점을 나와 스트랜드 서점에 갔다. 바구니에 책을 가득 담은 중년 뉴요커도 보고 유니언 스퀘어 지하철역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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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안에서 하는 퍼포먼스를 잠깐 보고 지하철을 타고 타임 스퀘어 역에 가서 플러싱 메인 스트리트에 가는 7호선에 탑승해 롱아일랜드 시티를 지나니 문득 토요일 열리는 모마 PS1 Warm Up Party가 생각났다. 특별 이벤트라 반드시 표를 구입해야 하는 특별 공연. 뉴요커가 가장 사랑하는 여름 공연에 속하고 토요일 밤 9시까지 공연을 하고 아직 한 번도 보지 않은 공연. 10년 전 롱아일랜드 시티에 초록색 빌딩 시티은행만 세워져 있었는데 세월이 흘러가니 많은 빌딩이 들어서고 있고 맨해튼에서 상당히 가까운 지역이고 맨해튼과는 지역적으로 가까우나 두 곳 색채는 아주 다르다.

7호선은 계속 달리고 주말 승객들이 아주 많고 소란스러워 더 많이 피곤했다. 옆자리에 앉은 승객은 한국어로 적힌 벼룩시장 무료 정보지를 읽고 나도 옆에서 슬쩍 보니 미국 시민권에 대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시민권 획득 후라도 만약 부당한 방법으로 취득한 게 밝혀지면 시민권을 박탈하고 바로 추방한다는 내용. 트럼프가 "시민권 박탈 특별 부서"를 특별히 마련했다고. 또 장례식장에 대한 기사도 눈에 띄었다. 장례 비용이 약 2만 불이 들어간다고 하니 난 너무 놀라고 말았다. 사는 것도 쉽지 않은데 죽는 것도 쉽지 않나 보다. 마음이 무거우면 7호선이 달릴 때 뉴욕 남교회 뒤편에 있는 공동묘지가 더 크게 눈에 띄고 마음이 잠잠해지면 공동묘지가 더 작게 보이고 마음에 따라 같은 묘지가 달라 보인다.

곧 링컨 센터 아웃 오브 도어스 축제가 열리는데 앞으로 1주일 내내 비가 온다고 하니 걱정이 되겠어. 날씨가 좋아야 축제를 열 텐데. 정말 조용하게 지나가는 토요일. 특별 공연을 보러 많은 시간 들여 리서치했는데 내 마음은 축제에 갈 기분이 아니라 평소보다 일찍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하고 쉬었다.

멕시코에서 온 여행객에게 거버너스 아일랜드와 첼시에 꼭 가라고 했는데 그들이 갔을까.
토요일 저녁 플러싱 맥도널드 옆에서 장미꽃 다발 파는 상인은 다 팔리지 않아 내가 집에 돌아오는 시각 그를 보게 되었다. 가난한 이민자들도 장미꽃을 살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있나 봐. 매일 같은 자리에서 장미꽃 다발을 판다. 여름밤 빗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온다. 창문을 꼭 닫고 잠들어야겠다.


2018.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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