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7월(2018)과 나의 추억

by 김지수

매미가 울고, 해바라기 꽃, 무궁화 꽃, 백합꽃, 장미꽃, 능소화 꽃, 수국 꽃, 배롱나무꽃이 피는 7월에도 매일매일 많은 공연과 이벤트를 보려고 뉴욕 여기저기 찾아 움직이며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보냈고 인상 깊은 일을 정리하고자 한다.

먼저 뉴욕 축제를 정리하면 4일 독립 기념일 메이시스 불꽃놀이 축제가 열렸고 뉴욕에 살면서 처음으로 그 축제를 보러 가서 이집트에서 온 젊은 여자 의사를 만났다. 플로리다 주에서 의사 시험을 보고, 미국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하고 싶고, 미국에서 살지 이집트에 돌아갈지 아직 미결정이고 비자 등 여러 문제가 복잡하니 미래는 알 수 없다는 그녀의 말을 들었다. 뉴욕 시민이 가장 사랑하는 축제에 속하고 처음이라 어디서 축제를 봐야 하는지도 고민하고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내려 이스트 리버를 향해 걷다 유엔 빌딩 근처 적당한 자리를 물색했다. 기억에 3시간 이상 기다렸고 찾아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 물도 안 마시고, 화장실도 안 가고,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오래오래 기다렸다는 것. 사실 축제 보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카네기 홀에서 만나 일본 출신 여자도 생각이 나고 예일 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졸업하고 잠시 유엔에도 근무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번역 등 일을 하며 브루클린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판다고 하는 그녀가 유엔 빌딩에 거주한다고 하니 매년 그녀는 불꽃놀이 축제를 쉽게 볼 수 있겠다. 미국 독립 기념일 불꽃놀이 축제를 처음으로 봤지만 정말 힘들게 사진을 담고 집에 돌아온 후에야 비로소 더 좋은 사진은 맨해튼이 아닌 롱아일랜드 시티에서 담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맨해튼 스카이라인과 불꽃놀이 모두를 담을 수 있는 곳은 맨해튼이 아님을 발견. 그래서 경험이 중요함을 새삼 확인한 순간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 축제(Bastille Day)도 7월에 열렸다. 7월 15일 정오부터 오후 5시 사이 플라자 호텔 근처 (60th Street, from Fifth Avenue to Lexington Avenue, NYC)에서 열렸다. 프랑스 국기 휘날리며 공연도 하고 요리도 명성 높은 프랑스 레스토랑 맛 집 축제도 열고 그날 월드컵에서 프랑스가 승리를 해 프랑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짓더라. 우승 상금이 431억이라니 얼마나 좋아. 상금 많은 것도 올해 처음으로 알았어. 하얀 백합꽃과 장미꽃 장식도 보고 네스카페 무료 커피도 마시고 거리에서 그림 그리는 화가도 보고 축제장을 걷다 우연히 폴 고갱 화가 영화 무료 티켓을 받아 그날 영화를 봤다. 플라자 호텔 옆에 위치한 The Paris Theater.

뉴욕 이민 초기 시절 뉴욕 타임지 영화 광고 보며 그 극장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는데 나중 알고 보니 플라자 호텔 바로 옆에 위치. 내 취향과 맞는 영화를 상영하니 자주 보고 싶으나 영화 티켓이 15-17불 하면 상당히 비싸다는 느낌이 들어서 자주 보지 않는 편. 운 좋게 무료 티켓 받아 처음으로 그 극장에 가서 가난과 몸부림치는 폴 고갱의 삶을 담은 영화를 봤다. 폴 고갱의 이야기를 담은 <달과 6펜스> 소설도 대학 시절 감명 깊게 읽었다. 화가 고갱과 고갱의 아내와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고갱의 아내가 고갱을 따라 타히티 섬으로 갈 수 없어서 친정집으로 갔다는 것도 알게 되고. 자녀 교육도 중요한데 어찌 섬에 가서 살 수 있겠니 했다고. 과거나 지금이나 자녀 교육은 중요하기만 하고 갈수록 수명도 늘어나니 더더욱 자녀 교육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고.

프랑스 대혁명 축제를 보며 오래전 극장에서 상영되었던 영화 <세 가지 색깔 블루>도 생각이 나고. 두 자녀 출산 후 사직서 제출하고 집에서 오로지 자녀 양육에만 힘쓰며 시간을 보냈는데 어느새 대학을 졸업했으니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갔는지. 혼자 힘으로 자녀 교육하니 너무너무 힘들도 외출하기도 겁이 나 극장에 가서 영화 본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던 시절. 너무너무 답답해 새벽에 수영장을 다니기 시작했고 어느 날 우연히 그 영화 포스터를 보고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어 정말 어렵게 줄리엣 비노쉬가 출연한 영화를 봤지. 그 모든 게 다 추억이 되어버렸다.

연보랏빛 배롱나무꽃이 핀 링컨센터 메트 오페라 하우스 옆 댐으로 쉬 파크에서 열리는 Midsummer Night Swing 축제도 몇 번 찾아가 멀리서 구경을 했다. 댄스를 추고 싶으면 티켓을 구입해야 하고 댄스도 정말 잘 추는 뉴욕 시민들. 한국에서 오래오래 살다 오니 하루아침에 댄스를 잘 추는 것도 아니니 난 언제나 구경꾼 입장이 되고 그래도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아름다운 조명이 비치고 흥에 겨운 사람들 표정을 보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가끔씩 찾아가는데 라커 펠러 크리스티 경매장과 이스트 빌리지 축제에서 가끔씩 만난 이마에 혹이 난 할아버지도 언제나처럼 양복을 입고 오셨다. 어느 날은 낯선 분이 내게 티켓을 주며 무대에 올라가 댄스를 추지 않겠냐고 물었는데 댄스 문화에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난 거절을 했는데 다시 생각하니 나의 실수였고 더 좋은 사진을 담으려면 무대에서 담은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그녀에게 혹시 표 있냐고 물으니 이미 다른 사람에게 줘버렸다고 하니 기회가 항상 오지 않아. 아쉽지만 돌아서야지. 여름에 열리는 링컨 센터 축제 가운데 가장 먼저 열리는 미드 서머 나이트 스윙 축제도 지나가고.

또 하나 링컨 센터 축제. 아웃 오브 도어스 축제가 7월 말경 시작해 약 3주간 열린다. 미드 서머 나이트 스윙 축제와 같은 장소에서 열리고 무료 축제고 인기 많은 공연은 공연 시간보다 먼저 도착해 기다려야 볼 수 있고 무대에서 누가 공연하는지에 따라 그날그날 형편이 다르다. 무료 축제가 반드시 유료 축제보다 수준이 더 낮은 것도 아니고 일반인에게 무료이지만 스폰서를 받아 축제를 하니 무대에 오른 가수들은 무료 공연을 하는 것은 아니고 1년에 한 번 열리는 축제를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할지. 늘 감사한 마음으로 축제를 본다. 연인들과 가족과 친구끼리 찾아오는 축제. 지난번 70대로 보이는 노인 커플이 너무 흥겨워 춤을 추는 장면을 보고 나도 기분이 좋아져 흥미롭게 봤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고 휠체어에 앉은 분도, 내 앞에 앉은 분도, 다른 분도 모두 노인들이 춤추는 장면을 보고 사진에 담았다. 한국과 달리 많은 축제가 열리는 뉴욕. 룸살롱에만 가서 춤추는 게 아니라 일반인 모두 밤을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참 좋아 보인다. 링컨 센터 축제는 1호선 66가 링컨 센터 지하철역에 내리면 되고 아름다운 분수도 보며 늘 가슴이 뛰곤 한다. 사랑과 희망과 꿈이 분수에서 뿜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하면서 아름다운 분수를 보고 뉴욕 필하모닉 공연을 보는 사람들도 메트 오페라를 보러 온 사람들도 뉴욕 시립 발레를 보러 온 사람들도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분수대를 보며 사랑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사진을 찍는 뉴욕 명소다.

아웃 오브 도어스 축제 보고 지하철역으로 가는 중 링컨 센터에서 천체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보는 무리들도 보고 나의 단짝 친구도 떠올랐다. 고등학교 시절 나의 단짝 친구 지금도 직장에 가서 일을 하고 지낼까. 대학 시절 그녀의 남자 친구가 부부 의사 집안 출신이고 건축 공학과 전공을 했는데 부잣집 아들이라 취미도 다르고 그 당시 천체 망원경은 책에서나 본 것인데 그 남자 친구 집에 천체 망원경이 있다고 해서 놀랐다. 시험 기간에 대학 도서관에서 만난 친구 남자 친구가 내게 "멋집 집 지어 줄까요?" 했는데 그때 부탁할 걸 그랬어. 뉴욕 시 맨해튼에 멋진 주택을 지어 달라고.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할까. 친구들과 소식이 끊긴 지 정말 오래오래 되어간다.

뉴욕의 7월 하면 명성 높은 축제가 있다. 현대 미술작품 전시로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모마 조각공원에서 열리는 특별 공연. 매주 일요일 저녁 8시에 무료 공연을 열고 1971년 시작했으니 역사가 깊고 인기 많아 미리 도착해야 좋은 자리에서 공연을 볼 수 있다. 줄리아드 학교 New Music 공연과 재즈 음악으로 구성. 가끔씩 줄리아드 학교에서 뉴 뮤직 공연을 보니 이번 프로그램에 내가 줄리아드 학교에서 본 음악가도 보여 점점 뉴욕에 친숙해져 가는구나 느낌을 받았다. 나의 에너지는 기대보다 낮아 4회 공연 가운데 난 두 차례 공연 잠깐 보고 나왔다.

아름다운 조각 공원에서 노란 성모상도 보이고 런던에서 딸이 공부할 적 엄마를 위해 사준 성모상을 보고 약간 살이 찐 성모상이라 했더니 딸이 엄마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고 하며 웃었다. 모마 조각공원에 전시된 노란 성모상은 마른 체형이더라.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만들어 봤을 하얀 눈사람 조각도 조각공원 내 냉장고에 보관되어 아트라 하니 재미있는 세상이다. 모마 회원권이 있어서 올해 처음으로 목요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공연을 봤는데 일요일 무료 공연보다 내 취향과 더그레가 멀고. 티켓이 필요하니 유료 공연이고 역시 조각 공원에 사람들이 많아서 놀라고 무료도 아닌 유료 공연인데 불구하고 더구나 무더운 여름날 에어컨도 가동이 안 되는 조각 공원에서 공연을 보는 뉴욕 시민들 언제나 놀라워. 여름 시즌 매주 목요일 저녁 6시 반에 공연이 시작되고 그날 저녁 8시까지 모마 전시회를 볼 수 있으니 평소보다 갤러리가 더 조용해 관람하기 좋은 시간이라 생각이 들었다.

모마는 언제나 관람객이 많아 미술품 구경한 건지 아니면 사람들 구경하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인기가 많다. 루마니아 가난한 집안 출신 콘스탄틴 브랑쿠시 현대 조각가 전도 모마에서 열리고 동시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도 열린다. 모마 회원권이 있어서 일반인보다 더 일찍 전시회를 봤고 멋진 차림의 뉴요커가 날 유심히 바라봐 왜 그럴까 생각했는데 내게 사진을 부탁해 속으로 웃었다. 물론 사진도 담아주니 아주 좋아하더라. 혼자 셀카도 찍을 수 있지만 사진 각도 등 원하는 취향대로 담을 수 있는 게 아니니 낯선 내게 부탁을 했나 보다.

뉴욕의 대표적인 미술관 메트 뮤지엄에 가서도 전시회를 봤다. 멕시코 특별전도 보고 뉴요커가 사랑하는 루프 가든에 올라가 맨해튼 전망을 봤어. 아름다운 초록숲 센트럴파크 전망도 비추고 부자들이 사는 산레모 아파트도 보고 나도 멋진 럭셔리 아파트에 살고 싶은데 마음뿐이고 현실이 허락하지 않으니 그림의 떡이지. 뉴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와서 점점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지만 세상의 부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란 것도 몰랐어. 가난한 이민자가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는 세상도 아니고 한 계단씩 올라가는 게 너무너무 힘든 세상. 태어난 나라에서도 자리 잡기 힘들면 다른 나라에 가서 자리 잡는 게 얼마나 힘들지 상상으로 부족하지만 지금은 지구촌 곳곳에 흩어져 사는 사람도 많은 세상. 부모가 상류층이 아니라 불평하고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하면서 수저 계급론에 대해 언급하지만 과거에도 가난한 사람들은 살기 힘든 세상이었고 어느 시대나 부자와 가난한 자도 나누어져 있고 미국 빈부 차이도 대공황 이래 역사적인 숫자라고 하고 이민자들 고생은 말로 표현할 수 없지. 그래도 참고 견디고 사는 이민자들이 아주 많고.

그럼에도 꿈을 만들어 가는 사람도 있다. 대학 시절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해 한국에서 대학 졸업도 힘들게 하고 부모 도움 없이 혼자서 돈을 벌어 일본에서 유학하고 이탈리아 남자 만나 결혼한 분도 계시니 참 놀랍기만 하다. 얼마나 특별한 삶을 살고 있을지. 삶이 뜻대로 되는 게 아니고 하늘의 뜻이 있는지 알 수 없는 게 많다.

여름 시즌에만 오픈하는 뉴요커가 사랑하는 여름 휴양지 거버넌스 아일랜드에도 몇 차례 방문했다. 맨해튼에서 페리를 타면 약 10분 내에 도착하는 섬이지만 플러싱 집에서는 적어도 편도 2시간을 잡아야 하니 섬에 가는 게 쉽지는 않으나 특별한 축제와 행사가 열리면 내 마음은 그곳에 간다. 사실 섬에 가서 축제를 보는 마음도 설레지만 나를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름다운 풍경이다. 눈부신 햇살이 비친 날 페리에서 바라본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뜨거운 햇살이 비쳐야 더 아름다운 풍경. 브루클린 다리도 보면서 휘트먼 시인도 생각하고 브루클린 하이츠 보면서 <티파니의 아침>을 쓴 트루먼 카포티도 생각하고 역시 가난한 집안 작가. 초록빛 자유의 여신상도 보며 아메리칸드림을 위해 꿈을 찾아서 미국에 온 이민자들 눈물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

이민이 뭔지 모르고 미국에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와서 새로운 삶을 펼쳐가지만 하루하루 눈물을 뿌리며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낯선 땅에서 새로이 시작하는 삶은 장밋빛 인생이 아니다. 뉴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 어디에 집을 구해야 할지도 문제고 딸이 공부하던 외국인 학교 선생님에게 롱아일랜드 제리코가 어디에 있어요? 물으니 프린스턴 대학 출신 선생님 아버지는 맨해튼에서 의사로 활동하시는데 그분 말씀이 "제리코가 롱아일랜드에 있는 것만 알아요. 다른 것은 하나도 몰라요." 정말 쿨한 답변이었다. 뉴욕에 대해 아무런 정보 없이 차 없이 살기 힘든 롱아일랜드에서 새로운 둥지를 트기 시작했으니 눈물로 이어지는 삶이었고 세월이 흐르자 조금씩 뉴욕에 대해 알아가지만 다양한 인종이 모여사는 도시라 문화면은 정말 발달했으나 뉴욕이 완벽한 도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


지금은 블로그 등에서 정말 쉽게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어서 좋겠다. 내가 매일 맨해튼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를 찾아다니며 기록하고 지내지만 단 한 가지 정보도 그냥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매일 많은 시간을 들여 리서치를 하고 내가 관심 있는 것으로 스케줄을 만들어 뉴욕 행사를 보고 느끼고 기록하고 지낸 지 수년. 맨해튼에서 산다면 삶이 훨씬 더 가벼울지 모르지만 지하철을 타고 매일 플러싱에서 맨해튼에 가는 것은 쉬운 것은 아니고 마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7월 사랑하는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 몇몇 축제도 보고. 낡고 오래된 폭스 바겐 차 전시회도 열렸고 1950년대 1960년대 출고된 차도 보이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한국에서 지낼 적 3년이 지나면 오래된 차라고 새로운 차를 구입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도 많이 봤는데 미국에 오니 문화가 많이 다르다. 매년 폭스바겐 전시회가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초록빛 자유의 여신상이 가까이 보이는 근처에서 열리고 파도 소리 들으며 축제도 보고.


또 음악 축제도 열려 방문했는데 누가 날 보는 거 같아 나도 그가 누군지 봤는데 카네기 홀에서 만난 중년 남자. 뉴욕 명문 스타 이브 센트 학교를 졸업했다고 자부심 강하고 언제 무슨 일하냐 물으니 사진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니 그때 옆에 있던 중국인 이민자 벤자민이 럭셔리 카메라 구입하라고 소개하니 그분이 "돈이 어디 있어야지 구입하죠"라 하고.

이민자 출신 아닌 뉴욕 시민들도 살기 힘든 세상임을 가까이서 느낀다. 낡고 오래된 옷을 입고 공연을 보러 오신 분. 카네기 홀과 맨해튼 그리니치 빌리지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 열리는 축제에서도 본 적이 있는 분. 7월 카네기 홀에서 열린 공연에서 우연히 그분을 만나 악수를 했다.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 내게 다음 공연은 바로 NYO 공연이지요 했는데 그날 오셨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이 아름다운 바이올린 연주를 해줘서 더 감사한 마음으로 공연을 봤다. 미국 전체 주에서 선발한 어린 학생들도 구성된 오케스트라 공연. 무더운 여름날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으면 바이올린 소리가 그리 아름다울까 생각도 하고 전에도 카네기 홀에서 길 샤함 연주를 들으면서 아들이 오래전 매일매일 연습하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이라 길 샤함 연주 템포가 약간 빠르다는 것도 눈치챘다. 7월 연주는 정말 기억에 남을 정도로 아름다운 음색이라 인상 깊었다.


그날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는 전자 기타 음악 실내악 연주였나. 보기 드문 공연을 봤다. 또한 거버너스 아일랜드 교회에서 열린 특별 전시회도 보고 미국에서 탑 미술 대학에 속하는 시카고 미대를 졸업한 Jacob Hashimoto 특별전. 오래전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이라고 하고 베니스에 가지 않고 뉴욕에서 볼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교회에서 열린 전시회도 교회 앞에 주황색 백합꽃이 피어 더 아름다웠다.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 다양한 공연과 전시회가 열리고 감옥에서 죄수가 그린 작품도 보고, 노래도 듣고, 피곤해 그만 돌아서는 순간 낯선 남자가 피자 조각을 손에 들고 오래된 나무 계단을 올라가며 함께 가지 않겠어요? 하면서 꽤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해서 거절하기 어려워 그를 따라 나무 계단을 올라가니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다. 우연히 잠시 후 음악 작곡가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부분은 오케스트라 같고 어떤 부분은 오르간 연주 같고 어떤 부분은 고음악 같다고 하니 내게 음악 좋아하세요?라고 물었다. 음악 좋아하고 자주 카네기 홀에 가서 공연을 본다고 하니 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다. 뉴욕 타임지에 기사가 실릴 정도로 명성 높으나 그 작곡가 이름을 기억하지는 못하고 그냥 낯선 작곡가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정도만 기억한다.

뉴욕의 명소 사랑하는 센트럴파크에서도 7월에 공연이 열린다. 작년 제1회 이탈리아 오페라 공연이 열렸고 올해 2회 공연이 열려서 너무 더운 여름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공원에서 오페라 아리아를 감상했다. 뉴욕은 일반인도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는 문화가 좋은 듯. 링컨 센터 메트(오페라)에 가서 오페라 보는 게 쉽지는 않지만 오페라를 사랑하는 열정이 있다면 러시 티켓을 구입해서 보기도 하고 저렴한 패밀리 서클 티켓을 구입해 보기도 하니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가 부르는 오페라 공연을 볼 수 있는 점은 오페라를 사랑하는 분에게 주는 뉴욕의 선물 같다. 낯선 가수가 부르는 오페라 아리아도 감상하고 8월 말경 링컨 센터에서 HD 오페라 무료 축제가 열리고 오페라 사랑 분에게 정말 좋은 여름 축제.

오페라 공연이 열린 나움버그 밴드 쉘에서 해마다 7월에 '나움버그 밴드 셀 공연'이 열리고 1905년에 시작했다고 하니 역사 깊은 무료 야외 공연이다. 휠체어를 타고 온 분도 계시고 수수한 옷차림으로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러 오는 뉴욕 시민들. 노인들도 음악 공연을 즐기고 사랑해 놀랍다.

맨해튼 미드타운에 있는 브라이언트 파크. 뉴욕 공립 도서관 옆에 위치한 작은 공원이지만 번잡한 도심 속의 오아시스 같아. 햇살 비추는 날 초록 나무를 보면 처음에 인상파 그림이 떠올랐던 공원인데 1년 1000개 이상의 특별 이벤트가 열리고 오래전 홈리스 가득한 공원이고 무서운 지역이 지금은 문화 공간으로 변했다. 7월 하면 목요일 점심시간에 열리는 뮤지컬 공연이 인기 많고 무더운 날에도 공원에 뮤지컬을 보러 온 사람들이 아주 많고, 점심시간 브라이언트 조각상 옆에서 공연도 열리고, 댄스와 셰익스피어 연극도 열리고, 체스 시합도 열리고, 어린아이를 위해 마술 이벤트도 열리고, 매일 공원에서 뉴욕 타임지 등 책과 잡지를 읽을 수 있고, 탁구를 치는 사람도 있고, 더운 여름날 붉은 실로 뜨개질을 하는 사람도 있으니 사람들 삶은 다양하다. 물론 뉴욕 홈리스도 벤치에 앉아 휴식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뉴욕 매거진" 표지 그림 전시회도 브라이언트 파크 벽에 걸어두고 거리거리를 돌면 일반인을 위해 많은 전시 공간이 준비된 뉴욕.


할렘과 로어 맨해튼 피어 16에서 열린 축제를 보러 가서 우연히 만나 저널리스트와 이야기도 나누고 한국에도 방문했다고 하니 놀랐고 제주도에도 방문했고 놀란 것은 해남에도 방문했다고. 제주도야 명성 높은 관광지라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지만 전라도 해남은 관광객이 찾는 곳은 아니고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한국 전쟁과 9.11에 대해서 몇 가지 물었는데 그와 나의 생각이 같았다. 뉴욕 곳곳에 감시 카메라가 있다는 이야기도 듣고 그날 뉴욕 시립 미술관에 갈 예정이었으나 그와 이야기 하나 미루다 아직 가지 않고 시간만 흐르고 있다. 링컨 센터 부근에 살고 대학에서 저널리즘 강의한다고 이야기를 해서 놀라고 내가 오페라를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탈리아 오페라, 프랑스 오페라, 독일 오페라 가운데 뭐가 더 좋은지 묻자 오페라에 대해 깊은 지식이 없는 난 어느 나라 오페라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날 누가 아리아를 부른 지가 더 중요하고 공연이 좋으면 좋은 거라고 하니 그분이 웃었다. 뉴욕은 이민 사회고 이민 사회 파워도 있고 나라별도 다르니 오페라 공연도 이민 사회 파워가 영향을 줬다고 하고.

또 그날인가 맨해튼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필리핀 여자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웃었다. 맨해튼 상류층 집안에서 일을 하고 우연히 톰 크루즈 집에서도 일했다고 하니 인성이 어떤가 묻고 그녀가 좋다고 하고. 오페라를 사랑하는 주인이 오페라 공연 티켓 자주 줬지만 오페라 안 좋아하니 보지 않았다고 하고 그럼 나 주면 얼마나 좋아. 플러싱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일하는 친구가 보석 세일한다고 하니 백화점에 보석 사러 간다고 하는 가사도우미. 그러니 보석이 비싼가 봐. 가사도우미도 힘들게 일해 보석을 구입하니 돈 많은 상류층은 보석을 얼마나 사랑할지.

맨해튼 미드타운 5번가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서 멕시코에서 온 여행객도 만나 거버너스 아일랜드와 첼시 갤러리와 브라이언트 파크와 타임 스퀘어 공연도 소개해주고 북 카페에서 가까운 곳을 하나도 모르더라. 그 여행객의 첫마디는 뉴욕은 너무 비싼 도시라고. 뉴욕은 정보를 모르면 정말 많은 돈을 지불하는 관광 도시. 팁과 세금도 줘야 하니 더 비싸게 느껴지고. 식사비 비싸면 세금과 팁도 함께 올라가니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기도 겁이 난 도시.

그래서 우리 가족은 매년 두 차례 열리는 레스토랑 위크 축제를 사랑하고 명성 높은 레스토랑에 가서 세계적인 셰프가 만든 요리를 먹어본다. 아들과 내가 사랑하는 장 조지 셰프와 다니엘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항상 방문하는 편. 미리 예약해야 식사할 수 있고 매일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할 형편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맨해튼 부촌 콜럼버스 서클 트럼프 타워 안에 있는 장 조지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하다 한국에서 온 여행객 부부도 만나 이야기도 했다. 와인 한 잔에 15불이나 하니 너무너무 비싸다고 하고. 세븐 일레븐 보면 너무 반갑다고. 그곳에서 와인 한 병 구입해 호텔에서 마시면 저렴하고 좋다고. 그러다 세상 이야기도 하고. 요즘 남들처럼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모두 최고로 잘 사는 사람들처럼 살려고 하니 불행한 사람들이 많다고.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를 하셨다. 그분은 무사히 보스턴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셨을까. 시애틀에서 여행하고 뉴욕에 와서 자유 여행하고 보스턴에 가고 그 후 한국에 돌아갈 예정이라고.

맨해튼 부촌 어퍼 이스트사이드에 있는 다니엘이 운영하는 Cafe Boulud에 가서 식사도 하고 식사 후 근처에 있는 가고시안 갤러리에 가서 제프 쿤스 전시회도 보고 며칠 전 첼시 갤러리에 갔다. 뜨거운 여름이라 걷기 힘들어 자꾸 미루고 미루다 오랜만에 방문해 전시회를 보며 힘들지만 갤러리 문을 열면 다른 세상이 열리니 좋다. 세계 미술 시장을 움직이는 첼시 갤러리는 메트 뮤지엄과 모마처럼 방문자가 많지 않아 조용해 더 좋고 갤러리마다 냉방이 더 잘 된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으니 각각 재정 형편이 다르다는 생각도 들고. 비싼 작품 많이 팔리는 갤러리는 수입이 많을 테고.

8월에 열리는 미국 최고의 스포츠 축제 유에스 오픈 테니스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에 가서 티켓도 미리 구입했고 8월이 되면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들 경기를 볼 수 있겠다. 딸도 뉴욕에 와서 함께 테니스 경기를 보기로 했는데 그날 누가 경기장에 나올지 궁금도 하고.

스스로 찾으면 새로운 세상을 여니 좋기도 하지만 슬픈 일도 아주 많은 뉴욕. 7월에 아들이 아파서 마음이 무척 아팠다. 엄마 걱정할까 봐 많이 아프다고 말도 안 한 아들. 누나에게 말하니 보스턴에서 일하는 딸이 휴가를 내서 뉴욕에 와서 하룻밤 자고 돌아갔다. 맨해튼 한인 타운에 가서 한국의 진한 맛을 느끼는 식사도 하고 공룡이 나오는 영화도 보고 누나가 와서 지내니 아들 기분이 좋아서 더 빨리 나았을까. 아무도 없는 세상이니 서로 도우고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낡은 프라이팬을 보고 딸이 아마존에서 주문한 새로운 프라이팬도 도착하고 냄비 세트가 집에 도착했다. 힘들게 일하고 돈 번 딸이 엄마 대신 냄비 세트를 구입했으니 너무 미안하고. 이민 초기 아키아에서 구입한 냄비와 프라이팬과 접시들로 사는 삶. 낡고 낡은 의자도 진즉 쓰레기통에 가야 할 처지인데 그대로 사용하니 딸이 아마존에서 구입해 집으로 보냈다.

매일매일 나와 좋은 친구로 지낸 랩톱이 고장이 나서 가슴 떨렸지만 포기할 수밖에. 며칠 랩톱을 열지도 않고 시간을 보내다 맨해튼 플라자 호텔 근처에 있는 애플 스토어에 가서 수리를 했다. 하지만 그동안 기록한 모든 자료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니 너무 슬펐다. 그날 그날 특별한 이벤트를 찾아서 기록한 사진도 아깝고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쓴 글도 사라져 버려 생각을 안 하는 게 보약이고 잊기로 했다. 한순간에 그 많은 자료가 사라질 거라 미처 생각을 못 했다.

친정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3주기 되는데 한국에 방문도 하지 못하고 마음은 무겁고 내가 알 수 없는 현실에 항복을 하고 사는 삶. 무거운 현실이니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지도 못하고 뉴욕에서 살면서 매일 여행자처럼 지내려고 노력하고 방랑자처럼 오래된 작은 가방 들고 뉴욕 여기저기를 찾아다닌다. 언제 나의 방랑은 막을 내릴까. 삶은 어디서 막을 내릴까. 첼시 갤러리 컨템퍼러리 아트처럼 내 삶은 내가 알 수 없고 받아들이기 힘들고 거부하기 힘든 운명의 노예임을 늦게 깨닫는다.

7월을 보내고 벌써 8월의 둘째 날. 아침나절 잠깐 틈을 내어 기록하는데 단편 소설이 되어버렸어.

마음은 자유롭게 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나고, 한 번도 방문 안 한 낯선 도시를 찾아 떠나고 싶고, 무더운 여름날이니 아름다운 호수 빛이 비친 뉴질랜드 호텔에 가서 잠시 쉬면 좋겠다는 꿈같은 생각도 하고. 꿈과 현실은 다르니 우주 속 먼지만큼 작은 난 현실에 굴복을 하고, 나의 현실 안에서 최선을 다해 자유롭게 지냈다. 아침 일어나 지하에 내려가 세탁을 하면서 즉석 메모로 마친 지난 7월의 나의 추억들 여기서 마친다.


2018. 8. 2 아침에 쓴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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