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이탈리아 카프리섬

북카페, 배터리 파크 & 소호 드로잉 센터

by 김지수



맨해튼 배터리 파크



어디론가 휴가를 떠나고 싶은 8월. 금요일 주말 아침 습도가 거의 90%에 가깝고 하늘이 왜 이러지. 알 수 없어. 오래전 미국 날씨는 휴양지처럼 좋아 감탄사를 쏟아냈는데 이제 더 이상 휴양지 날씨가 아니다. 일기 예보는 변동이 많고 지난주 발표한 일기예보와 다르고.

어제 아침 일찍 아파트 지하에 가서 세탁을 했다. 깜박 잊고 지난번 세탁이 멈춘 세탁기를 사용했어. 빨래를 넣어두고 30분 후 지하에 내려가니 세탁기 한 대가 아직 세탁을 하는 중. 지난번 세탁기가 멈춰 가슴 놀라게 한 게 기억이 났다. 왜 하필 같은 세탁기를 사용했을까. 세탁기는 분명 뭔가 문제가 있는지 더 느리게 작동하고 오래 기다리니 무사히 세탁을 마치자 건조기에 세탁물을 옮기고 아파트로 돌아와 지난 7월 메모를 쓰고 다시 지하에 내려가 세탁물을 찾아오고 브런치를 준비해 먹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매주 목요일 점심시간 무렵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뮤지컬 공연이 열리나 난 늦게 출발해 뮤지컬을 볼 수 없었다. 지하철은 너무너무 더럽고 냉방도 잘 안되어 마치 아프리카 사막 같아 몸도 마음도 태양처럼 뜨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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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스 앤 노블 북 카페 /유니언 스퀘어


어디로 갈까 하다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가서 휴식을 했다. 냉방이 잘 된 북 카페에서 핫 커피 마시며 이탈리아 사진첩 펴며 이탈리아 여행을 무료로 했어. 아름다운 이탈리아 투스카니의 언덕도 보고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오래전 여행했던 베니스 사진도 보고 여행 추억도 생각이 나고 이탈리아에서 성악을 전공했던 대학생이 가이드로 마중 나와 설명을 했는데 까마득한 추억으로 변하고 거의 20년의 세월이 흐르고 있으니 세월은 얼마나 빨리 흘러가는지. 물 위에 지어진 건축물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고 건축을 공부하기 위해 온 학생들도 많다고 가이드는 설명했다. 내게 물 위에 건축물 지으라면 백만 년이 지나도 불가능할 텐데 말이다. 이탈리아에서 성악 공부하고 세계적인 성악가로 활동한 조수미도 생각이 나고. 서울대 재학 시절 유학을 가서 어려운 형편이라 손세탁을 했다고 하지. 지금은 파리에서 활동하나. 오래전 메트(오페라) 무대에서 활동했다고 하나 난 메트에서 조수미 공연을 본 적은 없고 한국에서 지낼 적 몇 차례 그녀의 공연을 봤다. 베니스 여행 가서 곤돌라 타고 아코디언 연주도 듣고 일본 관광객이 여권 분실해 대소동을 피운 것도 옆에서 보고 아들이 아주 예쁜 유리제품을 깨뜨려 배상을 했던 슬픈 추억. 너무너무 예쁜 가면도 보고. 이탈리아 아름다운 카프리 섬도 보고 싶고, 햇살 가득한 투스카니 포도밭도 보고 싶고, 로마의 트레비 분수도 보고 싶고, 아이스크림 먹으며 낯선 거리를 걸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잠시 상상을 해본다.


북 카페에 가면 만나는 중년 남자는 어제도 보고 평소 뉴욕 타임지를 읽고 있는데 어제는 다른 남자와 대화를 나누고 무슨 이야기를 나눈 지 궁금도 했다. 그 남자가 떠난 뒤 두 명의 아가씨가 자리에 앉아 커피 마시고 떠나고 그 후 두 명의 청년이 와서 카드놀이를 하니 메트 뮤지엄에 있는 폴 세잔의 "카드놀이" 그림도 생각이 났어. "아르헨티나 울지 말아요" 노래도 들려오고 누군가 테이블 위에 두고 간 잡지를 펴니 기고가 경력란에 훌륭한 아내와 열정 많은 자녀들이 있다고 해서 웃고 말았어. 아내와 자녀를 사랑하는 분이나 생각도 들고. 서점을 나오다 딸이 엄마에게 추천한 책 "Educated" 표지도 봤다. 독학으로 공부해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자서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 딸에게 많은 위로를 주었다고 하고 어렵고 힘든 환경에서도 운명과 힘든 싸움을 하며 삶을 개척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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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유니언 스퀘어


더 이상 집중이 안 되니 서점을 나왔다. 목요일 유니언 스퀘어에서 재즈, 댄스, 운동, 영화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점심시간이라면 초록 나무 그늘에 앉아 뉴 스쿨 학생 재즈 공연을 들어도 좋을 텐데 난 맨해튼에 살지 않고 이미 지난 시작이니 볼 수 없고 어제는 무더운 날이라 그랬는지 참새 몇 마리도 공원 나무 그늘 아래서 쉬고 있어서 웃음이 나왔다. 세상에 태어나 참새들이 나무 그늘에 앉아 있는 것은 처음 봤어. 참새 하면 보스턴 하버드 대학과 보스턴 호텔 근처 맛집 카페도 떠오르고 하버드 대학 푸드 트럭에서 베트남 음식 사 먹으며 참새들을 보니 너무너무 통통해 웃고 말았지. 사람들이 먹고 남긴 음식을 먹으며 무척 행복한 하버드 대학 캠퍼스 안 참새들. 그런데 보스턴 중심가 호텔 근처 카페에서 본 참새들은 성질 사납고 날 얼마나 귀찮게 하던지. 참새들이 배가 고팠을까. 사람도 동물도 배가 고프면 모두 같을까.

유니언 스퀘어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도 보고 스트랜드 갈 힘도 없고 그리니치 빌리지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 갈 힘도 없어서 난 지하철을 탔다. 어제 집을 나올 적 일기 예보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북 카페에서 확인하니 저녁 무렵 비가 온다고 하니 나의 스케줄은 변동이 되고 마음은 스테이트 아일랜드 앨리스 오스틴 하우스를 보고 싶은데 노란 페리를 타고 아름다운 허드슨강도 보면서 가고 싶은데 비가 내린다고 하니 나의 스케줄은 변동이 되었다. 어제 지하철역은 아프리카 열대 지역. 지하철역에서 무료 사우나도 몇 차례 하고 냉방이 안 된 곳에서 있으면 너무너무 힘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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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배터리 파크



맨해튼 배터리 파크에 가서 아름다운 허드슨강을 보며 잠시 휴식을 했다. 지하철을 타고 조금 달리면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에서 그리 멀지도 않다. 여름휴가철이라 여행객도 아주 많고 공원에서 이제 바이올린을 배우는 어린 학생으로 보이는데 바이올린 켜는 흉내 내면서 돈을 받으니 난 그걸 좋게 생각해야 하는지 아닌지. 바이올린 지판에 테이프가 붙여져 있다. 피아노와 달리 음정 찾기 쉽지 않으니 처음 바이올린 배울 때 지판에 테이프를 붙이고 시작하는 학생도 있고. 야생화 가득한 공원에서 초상화를 그린 화가도 보고, 어린애들은 물놀이를 하고, 자유의 여신상과 앨리스 아일랜드 가는 페리도 보고, 이민자 조각상도 보고. 이민자 삶은 늘 간절하니 기도를 하는 모습도 보이고.

배터리 파크 근처에서 태어난 뉴욕 작가 허만 멜빌도 문득 생각이 났다. 8월 1일이 그의 탄생 199주년. 한때 명성 높은 집안이었다고. 허만 멜빌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해 돌아가시자 자녀들은 학교를 그만두었다고. 허만 멜빌 13세 때 학교에도 안 가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돈을 벌었다고. 과거도 직업 구하기 아주 힘든 시기가 있었다고 하고. 나어릴 적 그가 쓴 "백경" 소설 아주 재미있게 읽었는데 알고 보니 작가가 뉴욕에서 탄생했어. 그가 죽은 후 명성 높아진 작가. "주홍글씨"를 쓴 나다니엘 호손과 좋은 관계로 지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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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 드로잉 센터


어제저녁에도 링컨 센터 아웃 오브 도어스 축제가 열렸으나 갈 힘도 없고 지하철을 타고 소호에 갔다. 오랜만에 찾아간 드로잉 센터. 너무너무 조용하고 시원한 갤러리에서 잠시 전시회 보고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보려고 국제 사진 센터(ICP)에 가려고 걷는데 날씨는 덥고 비는 내리고 내 마음은 이리저리 흔들흔들. 사진전 봐야 할까? 다음에 볼까? 하다 몇 차례 지하철 역을 왔다 갔다 하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왔다. 플러싱에 도착하니 비가 안 내려. 어제 난 사진전과 인연이 없었나 봐.


2018. 8. 3 금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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