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식사

뉴욕 누 갤러리 & 프릭 컬렉션

by 김지수

금요일 밤도 점점 깊어만 가고 선풍기 날개는 열심히 쉬지 않고 돌아간다. 습도가 90%에 가까우니 인내심 테스트받는 거 같아. 정오에 맨해튼 링컨 센터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예약을 해서 아들과 함께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을 향해 출발. 집 근처 버스가 달려와 반가운 마음이 들었으나 "Not in Service" 사인이 뜨니 실망을 하고 다음 버스를 기다려 탑승했다. 플러싱에서 로컬 7호선을 탑승하고 달리니 거리 음악가 연주를 듣고 아코디언과 기타와 더블베이스 연주를 하는데 듣기 좋은 시간. 뉴욕 지하철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게 있다면 바로 거리 음악가가 들려주는 음악이다.

평소 같으면 퀸즈보로 플라자 역에서 다른 지하철에 환승해 플라자 호텔 근처에 내려 센트럴파크를 경유해 링컨 센터에 가나 무더운 날씨라 땡볕 아래 걷기 힘들어 우린 타임 스퀘어 역에 내려 1호선에 탑승하기로 했는데 버스 연결이 바로 안 되고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려 약속 시간에 늦을 거 같고 타임 스퀘어 역에 도착하자 1호선이 보여 급하게 탑승하려는 순간 지하철 문이 닫히고 내 발은 문 사이에 끼여 있고 성질 급한 기관사는 너무 빨리 문을 닫았지.

낯선 젊은 남자가 도움을 줘서 가까스로 문에 낀 발을 빼고 동시 문이 열리자 아들과 난 얼른 지하철에 탑승해 가까스로 정오 무렵 링컨 센터 헨리 무어 초록빛 조각상이 세워진 근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햇살이 쨍쨍 내리쬐는데 회전문을 열고 들어가니 레스토랑 안은 너무너무 시원해 좋았고 실내에서 햇살 가득한 창밖 풍경을 보니 더 아름다웠다.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은 돈 많은 사람에게는 더 좋은 계절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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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coln Ristorante



짙은 파란색 정장을 입은 젊은 남자가 테이블로 와서 주문을 받고 우린 레스토랑 위크 메뉴 가운데 골랐다.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가는 동안 아들과 난 레스토랑 웹사이트에 들어가 메뉴를 확인하고 잘 모른 음식이라 구글에 검색을 했다. 웨이터는 이탈리아 출신일 거라 짐작이 되고 아들이 이탈리아어로 된 메뉴를 보고 주문을 하자 "거의 가깝다"라는 표현을 하는 것으로 보아 아들 발음이 그런다는 의미로 들렸다. 다른 곳과 달리 와인 2잔에 16불을 받는다는 말을 듣고 와인 두 잔도 주문했고 아들은 양고기 난 파스타 요리를 주문해 기다렸다. 웨이터 서비스가 너무 좋은 레스토랑. 레스토랑마다 웨이터 서비스가 다르고 정중하게 손님을 대했다.

나이 든 할머니들도 많이 찾아왔고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였다. 음식을 주문하고 레스토랑 창밖 풍경을 보니 파란 하늘에 걸린 하얀 구름이 얼음조각처럼 투명해 마치 조각품 보는 느낌이 들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소나기가 쏟아져 백만 개의 빗방울이 동그라미를 그리고 흩어졌다. 비가 계속 내릴 줄 알았는데 잠시 내리다 그쳤다. 그 사이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나와 오랜만에 와인과 함께 식사를 하며 아들과 이야기를 했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며 이야기 나누는 것도 참 좋은 듯. 자주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와인이 다른 레스토랑보다 더 저렴하니 모처럼 와인도 주문해 식사를 하고 웨이터가 가져온 영수증을 보고 계산을 하려니 마음은 약간 무겁고 괜히 와인 마셨나 생각도 들었지만 지갑에서 신용 카드 꺼내 웨이터에게 주었는데 놀랍게 신용 카드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하니 너무 당황스러웠다. 평소 1개의 신용 카드만 사용하는데 아들은 당황한 내 얼굴을 쳐다보고 결국 아들 신용 카드 주고 간신히 식사 비용을 지불하고 나왔다.

줄리아드 학교 가는 길 늘 지나치던 레스토랑인데 언제 가 보지 했는데 세월이 흐르니 가끔씩 찾아가곤 한다. 언젠가 멋진 정장을 입은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식사하는 것을 밖에서 보며 영화 같다는 생각을 했던 이탈리아 레스토랑. 웨이터 서비스가 아주 좋아.

식사를 하고 아들과 함께 단테 파크를 지나 카네기 홀 근처에 가서 아들은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가고 난 맨해튼에 남아 시간을 보냈다. 매달 첫 번째 금요일 무료로 입장하는 박물관에 가기 위해서.

첫 번째 금요일 저녁 6-8 시 사이 독일과 오스트리아 작품 전시를 하는 누 갤러리 무료입장이고 매달 1회 무료 행사를 하니 1년 12회 무료입장. 이런저런 일도 생기고 피곤하면 뮤지엄에 가는 게 쉽지 않으니 미리 마음먹고 기다려야 방문이 가능. 오랜만에 누 갤러리에 갔다. 아들과 함께 식사 후 5번가 북 카페에 가서 커피 주문하고 신용 카드 주니 역시 카드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하니 지폐를 주었다. 직원은 내게 반스 앤 노블 회원권 구입하지 않겠냐고 묻고 난 다음에 가입한다고 하고 테이블로 돌아와 잠시 책과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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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5번가 반스 앤 노블


서점에서 나와 뮤지엄에 가려고 메디슨 애비뉴로 향해 걷고 오래오래 시내버스를 기다려 탑승했다. 버스가 달리는 동안 화려한 명품 매장 가득한 메디슨 애비뉴를 보고 난 누 갤러리 근처에 내려걸었다.

금요일 저녁 누 갤러리도 무료입장, 메트 뮤지엄도 금요일 밤 9시까지 오픈, 휘트니 미술관도 밤 10시까지 오픈, 프릭 컬렉션도 밤 9시까지 오픈. 뉴욕의 뮤지엄은 밤에도 오픈하니 직장에 근무한 사람들도 전시회 보러 뮤지엄을 찾는다. 난 오랜만에 누 갤러리에 가서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 특별전을 봤는데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 누 갤러리의 대표작 <아델 -블로흐- 바우어> 초상화도 미술사 서적에 나온 거처럼 황금빛 색상이 아니다. 내 눈에만 그런가. 난 몇 번을 봐도 그 작품이 내게 큰 감명을 주지 않는다. 차라리 인쇄물로 본 그 작품이 백만 배 더 좋은 듯. 2층에 전시된 두 작가 드로잉 전도 갤러리 빛이 너무너무 어두워 작품 보기 힘들고 외설스러운 드로잉이 걸려 일부러 어두운 빛으로 하는 건지 모르겠다.

차라리 지난번 보스턴 미술관에서 본 두 작가 작품전이 훨씬 더 좋았다. 그때 보스턴에 도착해 식사하고 미술관에 방문했고 그날이 마지막 전시회 날이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아쉽게 빨리 미술관을 떠났다. 보스턴 여행하면 보스턴 미술관에 꼭 가라고 추천하고 싶다.

누 갤러리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 3층에 가서 작품을 보니 2층 보다 3층 작품이 더 좋고. 칸딘스키 작품도 봤지만 오늘 나의 관심을 끈 작품은 독일 화가 가브리엘 뮌터의 작품 White Hall(1930).

클림트와 실레 죽은 지 100주년 특별 전을 보고 클림트는 55세 실레는 28세 세상을 떠났네. 누 갤러리는 사진 촬영 불가. 한 장의 사진도 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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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릭 컬렉션 / 정원만 사진 촬영 가능


누 갤러리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프릭 컬렉션도 첫 번째 금요일 무료입장이고 오랜만에 방문했다. 프릭 컬렉션 정원에서 스케치를 하는 뉴욕 시민들을 보고 뮤지엄에서 음료와 견과류도 무료로 주는 첫 번째 금요일 저녁 6-9시 사이. 나도 음료와 견과류를 조금 먹으며 스케치하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분수가 흐르고 난향기 가득한 곳이고 기타와 플루트 연주도 들려주니 더 좋았다. 진한 녹색 카펫이 놓인 갤러리에서 늘 보곤 하는 렘브란트 초상화도 보고, 베르미어 작품도 보고, 프랑스 초상화가 잉그레의 "오슨빌의 공작부인"도 보고 나왔다. 늦은 밤 집에 도착하니 밤하늘에 별이 떠 있었다. 신용 카드 회사에 전화도 해봐야겠다. 왜 말썽을 부린 거야.

2018. 8. 3 금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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