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하는 태양 아래 걷다

장 보러 가는 날

by 김지수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날 걸어서 장을 보러 무사히 다녀왔구나. 태양은 불타오르고 매미는 울고 무궁화 꽃과 채송화꽃과 장미꽃과 수국 꽃도 보며 아들과 함께 걸었다. 차가 있다면 장 보는 게 이리 힘들지 않을 텐데 무더운 여름날 장보기 겁이 나. 어쩌다 이런 삶을 살고 있는지 나도 모르겠어.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다른 나라에 와서 사는 삶 이리 힘들지 몰랐지.

뜨거운 태양이 노래를 하는 여름에 도로에서 공사하는 사람들도 보고 얼마나 힘들지. 삶이 다 그리 힘들까. 초록 잔디밭에 노란 민들레 꽃이 피어 있고 낙엽이 보이니 벌써 가을이 오나 싶어. 먹고사는 일이 왜 이리 힘들까. 작열하는 태양 아래 걸으며 장 보러 다녀오는 게 전쟁터에 가는 거 같다고 하면 군인 아저씨가 화를 내겠지. 아프리카 사막의 열기 같아서 도저히 장을 보러 갈 수 없을 것만 같았는데 암튼 너무 힘든 일을 마쳐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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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수레에 짐을 싣고 신용 카드로 계산을 하고 쌓아둔 빈 박스 찾아서 짐을 담고 한인 택시를 불러 집에 오고. 오늘은 빈 박스가 있어서 다행. 가끔 빈 박스 없으면 물건 담지도 못하고 택시 트렁크에 짐을 싣는다. 한국과 너무 다른 서비스 문화 적응하고 살지만 언제나 장보기도 힘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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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택시 기사는 경상도 어투라 경상도 출신이라 짐작했지. 90년대에 이민 오셨다고 하고 우리에게 언제 뉴욕에 왔냐고 물어서 10년 이상 지냈다고 하니 우리가 미국 좋은 시절 아니고 힘든 시절에 왔다고 하고. 70년대 80년대 이민 오신 분들은 정부 혜택을 많이 받았다고 하나 자세히 묻지는 않은 채 집에 도착했다. 러시아 유대인들은 렌트비도 지원받는다고 하니 무슨 말인지. 브루클린 브라이튼 비치에 러시아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데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다고. 한국 스카이 대학 출신이 뉴욕에 와서 세탁소 하면 한국에서 웃지만 뉴욕 세탁소 운영이 기업적 규모로 하니 엄청난 수입을 창출하고. 과거 이민자들이 친척을 초청하면 쉽게 이민을 올 수 있었으나 요즘은 전과 달라진 이민 정책. 한인 택시를 타면 이민자로서 삶이 궁금해서 늘 물어보곤 한다. 회색 소나타를 몰고 온 기사분은 정장 차림으로 오셨다.

어젯밤은 열기와 한바탕. 한국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역사 깊은 아파트 2층에 사는데 태양의 열이 집으로 쏟아져 밖보다 집이 더 더우니 참기 힘든 여름. 아... 한숨이 나오려 하지만 참고 살아야지. 새벽에 몇 차례 잠을 깨고 에어컨을 켜고 잠들다 다시 일어나고 반복하니 머리가 너무 아파 정신이 하나도 없고. 플라자 호텔에서 살면 좋겠어. 타미 힐피거는 플라자 호텔에 산다고 하던데 무더운 여름 호텔에서 지내면 좋겠지. 맨해튼 럭셔리 호텔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하고. 그들은 좋겠구나. 이 무더위가 뭔지 모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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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센터



며칠 전 무료 티켓을 받아 링컨 센터에서 공연 보니 거긴 딴 세상이더군. 너무너무 시원한 곳에서 멋진 음악을 들이니 지상의 낙원이지. 정말 잠시 천국에서 산책하는 느낌이었다. 오래오래 전 뉴욕 필하모닉 공연 티켓이 28센트, 55센트,.. 그 가격이라면 매일 가서 공연 볼 텐데 말이다. 한 번도 모차르트 축제 공연 안 보니 하늘이 내 심정을 알고 무료 티켓을 줬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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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바다가 그리운 여름. 여행사에서 자주자주 이메일을 보내는데 마음이야 머나먼 곳으로 떠나고 싶지. 현실이 날 붙잡으니 포기하고 살지. 장 보러 BJ's에 가니 Cape Cod 감자칩이 보여 미국 최고의 휴양지 Cape Cod 가 생각났어. 아, 언제 가 볼까. 파도 소리 들으며 바닷가를 걸으면 좋을 텐데...

지구촌이 불바다인데 트럼프는 시원하게 지내겠지. 작열하는 태양의 맛을 느껴야 지구 온난화에 대해 심각히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할 텐데 남의 일처럼 나 몰라라 하니 갖지 않은 자의 서러움은 누가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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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뉴욕



아침에 청소를 하니 지난 추억이 생각났어. 링컨 센터, 카네기 홀, 모마, 메트 뮤지엄, 브라이언트 파크, 센트럴파크 서머 스테이지... 등 너무너무 많은 문화 행사가 열리는 뉴욕. 무더운 날에도 축제는 열리고 집에서 불평하는 게 너무 어리석은지 몰라. 메트로 카드 한 장 들고 지하철 타고 맨해튼 가면 다른 세상을 보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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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정리하고 비빔국수와 치킨으로 브런치 먹고 디저트는 수박. 며칠 전 세일 중인 수박 사 오는 건 정말 잘한 것이다. 아들에게 3번 말했더니 "엄마 그 말을 몇 번 더 말하고 싶어요?"하니 좀 미안했다. 수박을 세일하니 그 값으로 택시 불러와서 자랑을 했지.


2018. 8. 9. 목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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