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 비가 내리고
내 마음에도 비가 내리고
늦은 오후
맨해튼에 가서 축제를 보려고 샤워하는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천둥이 치고
홍수 경보가 울려
내 마음은 갈대처럼 흔들려
그만 집에 머물고 말았는데
아, 글쎄
천둥도 멈추고
여름 비도 그치고
그럼 소나기였던가
뮤지컬과 댄스 축제 보려 했는데
요즘 왜 그럴까
지난번 소호에서도 비가 내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안 보고 지하철 타고 플러싱에 돌아왔는데
비가 그쳤지
여름 비 내리는 날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서
책을 읽어도 좋을 텐데
며칠째 청소 중
난 먼지와 동거했나 봐
하얀 서랍도 열고 안에 뭐가 있는지 확인
카네기 홀과 뉴욕 축제 가서 받아온 작은 기념물도 있고
종이 박스 여니
딸이 런던에서 공부할 적 엄마에게 보낸 작은 엽서도 보이고
눈물 같은 세월을 보냈던 런던 시절
차곡차곡 모아둔 종이들이 오늘 가루로 변했지
블랙 종이 분쇄기에 종이 넣으니
순식간에 잘게 부서져
어느 해 여름날 하늘로 먼 여행 떠난 사랑하는 나의 첼로도 생각이 나고
그 첼로가 날 뉴욕에 오게 했을까
거실에서 첼로는 산산조각이 나 버렸지
그 후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세상에 눈을 뜨기 시작했지
아, 고독한 여행
이민 가방 들고 먼 나라에 오니
낯선 언어
낯선 사람들
낯선 문화
낯선 지리
모든 게 낯설기만 했지
세월이 흘러 어느 날 링컨 센터 필름 소사이어티 회원권을 구입했는데
아 글쎄
대개 회원권 구입하면 무료로 입장하는데
그 회원권은 무료가 아니고
일반인에 비해 약간 할인 혜택이 있다고
그러니까
내 형편에 맞지 않은
상당히 비싼 회원권을 구입했던 거야
아무것도 모르니 그런 실수를 했지
언제쯤 자유롭게 여기저기 떠나볼까
비행기 타고 여행했던 때가 언제였던가
플로리다 올랜도에 간 게 마지막 여행이었나
돌핀 호텔에서 자고 나니
신문에 2008년 위기 사태 기사가 보여
충격을 받았지
아,
까마득한 세월이 흘러가고 있어
두 자녀랑 허드슨강에서 유람선 타며
맥주 마시며
콜드플레이 노래 들었는데
세월은 달려가는구나
세월은 달려가는구나.
오늘 밤
누가 날 위로를 해줄까
오래전 들은 음악이나 들어보자
그러고 보니
오늘 밤
센트럴파크에서
영화제 축제도 열리는구나.
2018. 8. 14 화요일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