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여행객과 이야기

브라이언트 파크 음악 축제 , 북 카페 & 뮤지엄

by 김지수


토요일 아침 습도가 96%. 습도가 날 먹겠다. 뉴욕 날씨가 왜 이리 변했을까. 과거 하와이 휴양지처럼 좋았는데 공포의 도시가 되어가나. 어제 종일 무더웠고 밤에 천둥과 번개가 치고 비가 내렸다. 하늘이 누굴 데려갔을까. 우르르 쾅 천둥이 치니 무서웠지.

어제도 브런치를 먹고 플러싱에서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플러싱 지하철역 근처 맥도널드 숍 옆에서 가방과 시계를 파는 흑인 남자는 내게 친구 하자고 하니 웃었지. 지나가는 모든 여자에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눈 남자. 가끔 아들과 함께 같은 장소를 지나가니 그가 우리 가족을 기억하고 아들 안부도 묻는 남자. 그는 어디서 왔을까 궁금했지만 친구 하자고 하니 자세히 묻지 않았다.

로컬 7호선이 막 출발하려는 즈스 지하철역에 도착해 난 서둘러 메트로 카드를 긋고 지하철에 들어가니 평소 내가 앉는 자리에 누가 앉아 있어서 낯선 할아버지 곁에 앉았다. 지하철을 타면 전망 좋은 곳이 비치는 곳에 앉는 편이다. 이왕이면 창밖 풍경도 감상하면 더 좋지. 승객이 많으면 창밖 풍경이 가려 안 보이면 잠시 휴식하기도 하고. 할아버지는 마켓 광고를 열심히 보고 계셨다. 평범한 의상의 할아버지가 세일하는 품목을 자세히 보니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광고를 보고 더 저렴한 물건 고르는 백인 할아버지인 줄 알았는데 나중 알고 보니 비즈니스를 하는 분. 40년 전에 뉴욕에 이민 와서 접시닦이도 하고 별별 직업 다 하다 지금은 뉴욕시 5곳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그리스는 군복무가 의무라서 2년 동안 군 생활을 했다고 하며 그때 찍은 사진도 보여주었다. 그리스에서 받은 전기공사 기사 자격증과 포클레인 기사 자격증도 있고 또 하나 다른 자격증이 있다고 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고 암튼 3개의 자격증이 있고 브라질에 가서 2년 동안 전기공사 일을 했고, 그 후 그리스로 돌아가 그 후 뉴욕에 이민을 왔다고. 브라질이 무척 아름다운 도시라고 강조하고. 뉴욕에 이민을 와서는 직업을 구하기 어려우니 닥치는 대로 아무 일이나 하면서 돈을 벌었다고 하니 이민이 다 그런 거지. 그리스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아스토리아에 마켓도 있는데 5명의 직원이 일하니 매일 마켓에 가지 않고 아주 가끔씩 마켓에 간다고 하고. 그분 이메일을 열며 엑셀 첨부 파일을 여니 나라별로 다른 새우 가격이 정리되어 나의 눈은 호수처럼 커졌다. 우와 여기 뉴욕임을 실감하는 순간. 나라별 파운드당 새우 가격이 달랐다.

할아버지 집은 중국인 이민자가 많이 거주하는 브루클린 벤슨 허스트 Bensonhurst. 이민자에 관심이 많은 내가 오래전 방문했던 지역이고 조용하고 깨끗한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느낌을 받았는데 지금은 변했을지 잘 모른다. 뉴욕에 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 이야기도 듣게 되네.

그리스에서 온 할아버지에게 그리스가 그립냐고 물으니 그러지 않는다고. 난 여름이 되면 맘마 미마 영화와 뮤지컬에서 본 그리스 섬이 생각나곤 하고 돈이 많다면 그리스 섬을 사고 싶다고 할아버지에게 말하니 웃으셨다. 40년 전에 뉴욕에 이민을 와서 그리스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그리스가 그립지는 않다고 하고. 할아버지랑 이야기를 하니 금세 맨해튼에 도착했고 할아버지와 나 모두 퀸즈보로 플라자 역에서 내려 N 지하철에 환승했고 유니언 스퀘어에서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어제 금요일이라 유니언 스퀘어에서 그린 마켓이 열렸고 해바라기 꽃도 보고 서서히 걷다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갔다. 빈자리 찾느라 고생도 하고 오래오래 기다렸지. 어렵게 자리 구해 앉으니 파리에서 죽을 고생을 한 조지 오웰 초상화가 아주 가까이 보이더라. 그가 파리에서 힘들게 지낸 시절을 담은 책을 뉴욕에 와서 읽고서 알게 된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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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벽화 왼쪽 첫번째 조지 오웰 작가




어제 그곳에 간 것은 그제 읽고 싶은 몇 권의 책을 발견해 바로 그 책을 읽으려 갔는데 어제 보이지 않아 실망했다. 대신 잡지 몇 권 들고 커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손님이 너무너무 많아 힘들었고 내가 주문한 커피를 다른 남자가 가져가니 짜증이 났지만 그 남자에게 아무 말하지 않고 직원에게 다시 커피 달라고 말했다. 북 카페에서 뉴욕 타임지를 읽으니 국제면에 베네수엘라 기사가 떴다.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국민들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수많은 사람들이 베네수엘라를 떠나고 있다는 슬픈 소식도 있고. 블로그 이웃분이 그곳에 거주해 더 걱정이 되고. 남편을 따라 국경과 국경을 넘어 자주 이사를 하는 분. 그리스 위기 시절에 그리스에 머물렀고, 상트페테르 브르그 머물 적도 당시 러시아 형편이 안 좋았고, 그 후 라틴아메리카 베네수엘라로 이사 갔는데 위기의 도시에 살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게 지내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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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 카페




북 카페에서 화장실에 다녀오니 내 자리 옆에 두 사람이 앉아 있는데 사람과 사람 사이 필요한 최소 공간이 없을 정도. 어제 북 카페는 평소와 달리 시원하지 않아 사랑하는 연인이 아닌 상황이라면 사람과 사람 사이 최소 공간이 필요했으나 내 테이블 옆에 바싹 붙어 앉아 너무 피곤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지구를 삼킬 듯이 컸고 또한 스페인어로 말하니 무슨 내용인지도 몰라 난 너무너무 힘든 상황. 또 악취 나는 홈리스 냄새도 북 카페에서 나고 요즘 맨해튼에 가면 상당히 위험한 도시로 변함을 느낀다. 점점 홈리스가 많아져가고 참을 수 없는 악취가 나는 공간이 점점 더 많아져가고. 북 카페에서 복잡한 일도 많이 생겨 차분하게 글 읽을 여유도 없고 여행서 잡지를 넘기며 아름다운 사진을 보고 여행을 떠났지. 아름다운 페루와 지중해 사진도 보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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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트 파크




오후 5시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Emerging Music Festival이 열렸고 낯선 가수들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어린아이들은 공원에서 신나고 놀고 어른과 어린이들은 다르지. 비치 볼 하나로 너무너무 행복한 어린이들을 보며 잠시 어른의 나라에 대해 생각을 했다. 초록 잔디밭에 앉거나 누워서 공연을 보는 사람도 있고 무더운 날씨라 몸을 식히려 5번가 북 카페로 갔다. 어제 원래 저녁 7시 배터리 댄스 축제를 보려 했는데 일기 예보가 비가 온다고 하고 하늘은 찌푸듯하고 흐린 날씨라 아름다운 석양도 볼 수 없을 것만 같고 이래 저리 핑계를 대고 대신 서점에 갔다. 정신이 이상하게 보이는 구레나룻 수염을 기른 할아버지가 비틀비틀하니 신경이 쓰였다. 유니언 스퀘어에서 커피를 마셔 어제 5번가 북 카페에서는 커피 대신 쿠키를 주문했다. 북 카페에서 받은 영수증에 쿠키 1개를 구입하면 1개를 공짜로 주는 행사를 9월 1일까지 하고 지난번 두 자녀와 같은 장소에서 쿠키 먹을 때 사용했던 영수증.

오트밀 쿠키 먹으며 책을 읽으려 하는 순간 히잡을 쓴 아가씨가 내게 의자를 사용해도 되냐고 물었다. 잠시 후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뉴욕에 여행 왔다고. 약 1달 정도 머물 예정이고 2주 정도가 남았다고 하니 내가 사랑하는 축제와 명소를 알려 주웠다. 내 아이폰에 담긴 사진도 보여주며 말하니 내기 사진가라고 해서 웃고. 거버넌스 아일랜드, 첼시 갤러리, 유에스 오픈 축제, 메트 오페라 HD Summer Festival, 서머 스테이지 축제 보라고 하고, 센트럴파크 사진 보여주며 88세 노장 화가에 대해 말하니 그분 꼭 보고 싶다고 해서 날씨 좋은 날 센트럴파크 쉽 메도우에 가면 볼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하고.

원래 저녁 배터리 댄스 축제 볼 예정이었으나 흐린 날씨로 인해 포기했으니 다른 거라도 해야 하는데 그 가족이 자꾸 말을 시켜 함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암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여행객과 이야기 나눈 것도 처음이고 그 가족은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한 느낌이라 좋았다. 나랑 이야기를 나눈 아가씨는 재정 전문가라고 하며 아빠가 딸이 돈 많이 번다고 하고. 아가씨는 서구권 문화에 사니 동양권 문화가 알고 싶어서 외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어를 배웠고 한국 문화에 관심이 아주 많다고. 그 가족은 내게 어느 나라에서 왔고, 무슨 일을 했고 무슨 공부를 했냐 묻고 뉴욕에 왜, 언제 왔는지 등 물어서 호기심 채워줄 정도로 이야기를 했고 연구소에서 일하다 직장 잃고 지금은 맨해튼 문화 탐구 중이라 하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사우디아라비아와 아주 좋은 관계라고 하자 그제야 조금 생각이 났다. 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꽤 많은 한국인들이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서 일을 했단 것을 들었지. 그 가족이 사는 집도 한국인이 만들었고 아주 맘에 든다고 하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아주 좋았다. 지금도 사우디아라비아에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그 가족과 헤어지고 The Morgan Library & Museum에 걸어서 갔다. 서점에서 나와 그랜드 센트럴 역 쪽으로 걸어가고 메디슨 애비뉴를 따라 걸으니 지난번 아들과 함께 식사한 일식 레스토랑 Zuma을 지나쳤다. 레스토랑 분위기가 고급스러웠고 평소 가격이라면 너무 비싸 레스토랑 위크 아니라면 이용하기 힘든 곳에서 아들과 함께 식사를 했던 추억이 깃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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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7-9시 사이 무료입장이라 찾아간 뮤지엄. 1층에서는 공연도 하고 사우디아 라비 레에서 온 여행객 가족과 이야기를 나눠 늦어져 마음이 급했고 아주 잠깐 뮤지엄에서 머물렀다. 18세기 영국 대표 화가 토마스 게인스보로 실험적인 드로잉전. 영국 Royal Academy 창립 회원 가운데 한 명이라고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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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국 서부 출신 낯선 화가 전시회도 잠깐 보고 나왔다. 뉴욕에서 활동한 미술 비평가 Clement Greenberg 초상화 스케치도 보고. 무더운 여름날이라 미완성된 아이스크림 작품도 마음에 들더라. 아이스크림 먹으며 전시회 보면 좋겠다는 망상도 하고. 꿈에서 나 가능한 일일까. 어제 전시회장에서 정장 차림을 입은 남자도 보여 금요일 오후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뮤지엄에 왔나 짐작을 했다. 지팡이를 들고 온 노인도 보고 언제나 무료입장/기부 입장하는 시간에 뮤지엄에 방문객이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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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트 파크



뮤지엄에서 나와 다시 브라이언트 파크로 가서 축제를 보고. 실은 밤 야경을 보고 싶었다. 늦은 밤 축제 분위기도 궁금하고 무대에서 누가 공연을 하는지 내가 알 수 있나. 뉴욕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은 얼마나 많은지. 늦은 밤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와 아들이 준비한 식사를 먹고 토요일 스케줄 만드느라 꽤 많은 시간을 보내고.



토요일 아침 7시 -오후 1시 사이 Summer Streets 축제가 열리고 작년과 달리 난 지금 집에 머물고 있구나. 토요일 아침 하늘은 흐리고 습도는 높고 매미는 울고 여기저기 축제가 열리는데 난 어디로 갈까. 어젯밤 늦은 식사 해 설거지도 안 했는데... 일기 예보는 변덕스러워. 자꾸자꾸 비올 확률이 변하고 있어. 무사히 서머 스트리트 축제는 막을 내리겠어.



2018. 8. 18 토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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