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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Aug 31. 2018

오랜만에 만난 K와 한인 택시 기사의 이야기


목요일 정오 K와 점심 약속이 있었다. 아침 약속 확인하고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에 가려고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지만 버스 그림자도 안 보여 할 수 없이 터벅터벅 걸으며 K에게 약속 시간에 약간 늦을 거 같다고 연락을 했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보니 가을인가 싶고 매미는 쉼 없이 울고 장미꽃, 무궁화 꽃, 수국 꽃과 능소화 꽃과 채송화 꽃을 보며 걷다 집에서 몇 블록 떨어진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시내버스 타고 약속 장소에 갔다. 











                                                            Spring Shabu-Shabu





플러싱 지하철역 근처에 있는 샤부샤부 레스토랑. 오랜만에 뵌 K는 영화배우처럼 멋져 보였다. 테이블에 앉아 샤부샤부로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삶이 삶이 아닌 듯하다고 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맨해튼에서 풀타임으로 일을 하고 계신 그녀는 목요일 쉬는 날이고 함께  꽤 많은 시간을 보내다 헤어지고 그분은 집으로 돌아가고 난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플러싱 메인 스트리트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외발 홈리스가 도와 달라고 하고 지하철은 달리고 퀸즈보로 플라자 역에서 다른 지하철에 환승 유니언 스퀘어에서 내렸다.









8월 말 늦더위가 찾아와 태양이 활활 타오르니 시원한 북 카페에서 휴식을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커피 한 잔 주문해 잠깐 시간을 보냈다. 모나리자 미소를 짓는 바리스타 아가씨가 준 커피를 마시고 북 카페가 시원한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어서 시원한 곳으로 이사까지 하면서 머물고. 옆자리는 카드놀이를 하다 떠나고 그 후 불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들어와 핫 커피와 아이스커피와 초콜릿 케이크를 주문해 먹고 떠나고 반대편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스케치북에 코믹 만화를 그리고 랩톱으로 일하는 사람도 꽤 많고 나도 잡지와 책을 읽다 서점을 떠났다. 









서점에서 나오니 거리에서 비눗방울 놀이하니 잠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갔다. 어린아이들이 비눗방울 풍선을 보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니 덩달아 내게도 행복이 밀려오는 듯. 

잠시 후 지하철을 타고 소호에 갔다. 프린스 스트리트에 내려 New Museum으로 걸어가고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기부 입장이고 보고자 하는 전시회가 곧 막을 내리니 마지막 기회인 거 같아서 찾아갔고 7시가 조금 지나 기부금을 내고 전시회를 볼 수 있었다. 

















                                                             New Museum 





멀리 독일 베를린 출신 작가와 영국 아티스트 작가 전시회를 보고. 갤러리에 꽤 많은 방문객이 찾아왔고 2층에서 열리는 영국 출신 작가 영상을 보며 소호에서 활동한 한인 출신 백남준도 떠오르고 오래전 첼시 갤러리에 가서 처음으로 비디오 영상을 보고 놀라서 뛰쳐나왔던 기억도 났다. 뉴욕 최고로 명성 높은 첼시 갤러리에 갔는데 한국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비디오 영상물이라 내겐 충격이 상당히 컸나 보다. 그렇게 한국과 뉴욕 문화가 다른 것을 서서히 느껴가기 시작했다. 












저녁 8시 링컨 센터에서 오페라 축제가 열려 지하철을 타고 링컨 센터에 갔다. 소호 프린스 스트리트에서 지하철을 타고 타임 스퀘어 역에서 환승하고 더블베이스 연주도 들으며 1호선을 타러 가고 10분 정도 기다려 1호선을 탔다. 











약간 늦게 도착하니 이미 오페라는 상영 중. 드보르자크의 <루살카> 오페라를 잠깐 보다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에 도착. 



시내버스를 타고 노던 브러바드 한인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한인 택시를 불러 타고 집에 오는 동안 기사와 대화를 했는데 27년 전 뉴욕에 왔고 대학 시절 만난 부인과 결혼해 일찍 자녀를 출산했다고. 27년 전 뉴욕은 현재보다 훨씬 더 좋았으나 요즘 경기가 너무너무 안 좋아 힘들다고 하고. 택시 기사는 대개 부업이고 다른 직장에서 일하는 게 흔한 일이고 부인도 일을 하니 수입이 여러 곳에서 들어와도 뉴욕의 비싼 렌트비와 생활비로 지출이 되니 생활이 너무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한 최근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에 사는 유학생과 한인들 약 3만 명이 귀국하니 한인 커뮤니티 장사도 안 되고 한인 상대로 하는 택시 영업도 안 되고. 트럼프 정권 이민자에게 너무 가혹하게 한다고 이래저래 무척 힘든 시기라 하니 놀랐다. 꽤 많은 유학생들이 귀국한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그리 많은 한인들이 떠난 줄 모르고 있었다. 트럼프 정권 후 피부로 느낀 것은 경찰 숫자가 너무너무 많아졌다. 거리거리에 경찰이 지키고 있고 불체자 단속도 아주 심하게 하는 중. 요즘 학생 비자 F 1 받기도 너무너무 힘들다고 하고. 갈수록 이민자들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되어간다고. 



목요일 유에스 오픈 테니스 경기가 열렸고 로저 페더러와 노바크 조코비치가 이겼다.



오랜만에 만난 K와 한인 택시 기시 이야기가 가장 충격적이었다. 밤은 점점 깊어만 간다. 



2018. 8. 31 금요일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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