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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Sep 04. 2018

해바라기 꽃


하늘에서 무슨 일이 생겨 이리 덥담. 정말 타서 죽겠어. 밤 기온이 32도 습도가 80%라 살기 힘들어. 하얀 냉장고에 수박과 포도와 복숭아와 자두가 있으면 좋으련만 텅텅 비어 있고. 과일 사러 갈 힘도 없고 버텨야지. 날마다 호텔에 살면서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면 좋겠어. 여름휴가를 언제 마지막으로 떠났는지 기억조차 없이 세월이 흘러가네. 

Labor Day 아침 태양은 곧 폭발할 듯하고 아파트 슈퍼 부인은 이른 아침부터 잔디 깎는 작업을 하고 매미는 울고 더위도 참기 힘든데 소음까지 겹치니 인내심 테스트받고 프라이팬에 연어 구워 브런치 먹고 집을 떠났다. 도저히 견디기 힘들어 시원한 북 카페에 찾아갔는데 지하철은 느리게 느리게 운행하고 휴일이라 승객이 아주 많아 더 피곤하고 더 덥고. 





                                              유니언 스퀘어 그린 마켓 

           





마침내 유니언 스퀘어에 내렸는데 휴일인데도 그린 마켓이 열리고 노란 해바라기 꽃이 날 행복하게 했지. 



                                                  유니언 스퀘어 그린 마켓 





토마토와 복숭아 시식 코너도 보이고 꽤 많은 사람들이 맛보고 지나가고 유니언 스퀘어 그린 마켓 과일 맛이 좋은 편이나 가격은 그리 저렴하지도 않아서 늘 그림의 떡이 되지. 




                                                반스 앤 노블 / 유니언 스퀘어 




사랑하는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올라갔지만 빈자리가 없고 잠시 서성거리고 있을 무렵 20대 즈음으로 보이는 청년이 내게 자리를 양보하고 떠나 그 자리에 앉았다. 바로 옆은 아가씨가 앉아 있고 아가씨 가방이 놓인 의자를 사용해도 되냐고 물었을 때 친구가 5분 후에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잠시 후 커피를 주문하러 가고 테이블에 앉아 있는데 그 아가씨에게 계속 사람들이 와서 의자를 사용할 수 있냐고 물었을 때 한결같이 "5분 후에 친구가 와요"라고 답하고. 그런데 5분이 아니라 10분이 지나도 친구는 안 오고 그렇게 1시간이 더 지났는데 마침내 마른 체형의 아가씨가 왔다. 5분 후에 온다는 말이 완전 거짓말은 아니었나 봐. 


무척 더운 날이고 내가 앉은 북 카페 자리는 시원하지 않아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규모가 꽤 큰 서점에 에어컨이 켜져 있으나 어떤 곳은 시원하고 어떤 곳은 전혀 시원하지 않아 가만히 의자에 앉아서 책 읽기에 많이 불편해 다른 자리로 이동하려고 자주 누가 떠난가 바라봤다. 어떤 사람이 막 떠나려고 준비하는 순간 그곳에 도착했는데 악취가 나서 그만 포기했고 짐을 싸서 화장실에 갔는데 애완견이 아주 크게 멍멍멍 짖는데 짜증 도수가 하늘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참아야지. 








Washington Square Outdoor Art Exhibit






서점에서 밖으로 나오니 도로는 용광로. 도로가 부글부글 끓는 거 같은데 걸어서  Washington Square Outdoor Art Exhibit 아트 페어를 보러 갔다. 역사 깊고 명성 높은 아트 페어라 매년 보러 가곤 하는데 지난봄 메모리얼 데이에 보스턴에 여행 가느라 보지 못했는데 오늘 그곳에 가니 전시회가 나의 기대와 전혀 달라 속이 상했다. 괜히 갔단 생각이 들고. 북 카페는 시원하지 않고 가방에 책 한 권 없고. 







스트랜드에서 발견한 움베르토 에코


스트랜드에 가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읽고 싶은 책이 있으나 꾹 참고 구입하지 않고 서점 맞은편에 있는 Pret a Manger에 가서 커피값 계산하고 셀프서비스라 종이컵 꺼내 커피를 담는데 커피가 조금 나오다 그쳐버려. 바리스타에게 커피 없다고 말하니 더 이상 커피 안 만든다고 하고 대신 아메리카노 커피 마시라고 하고. 바리스타가 아메리카노 커피가 더 좋다고 하면서 커피 줘서 받아 커피에 우유 넣으려 하니 우유가 없고. 다시 바리스타에게 우유 없다고 하니 냉장고에 든 우유 꺼내 주고. 도무지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그런데 테이블에 앉아 잠시 휴식하는 순간 곧 카페가 문을 닫는다고 하니. 아... 이런 실수를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지만 할 수없이 카페를 나와 지하철역에 갔다. 












오늘 근사한 계획을 세웠지. 브루클린에 가서 퍼레이드 보고, 라커 웨이 비치에 가서 특별 전시회 보고, 저녁에 링컨 센터에 가서 오페라 감상하고 빈 시간 북 카페에서 휴식하려고 했는데 무더운 날이라 물거품처럼 계획은 사라져 버리고 빨리 집에 오려고 지하철역에 도착했는데 15분 이상 기다려도 지하철이 오지 않아 지하철역에 있는 지하철 운행 안내 서비스 판을 누르니 오늘 서비스하지 않는다고. 아, 한숨이 나오는 순간. 20분인가 기다리다 지하철역이 사하라 사막처럼 뜨거워 지하철을 나와 버렸다. 







에밀 졸라 초상화 / 파리 오르세 미술관 







다시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갔는데 역시 빈자리가 없어. 무더운 여름날 북 카페처럼 좋은 공간이 없기도 하지. 커피 한 잔 마시고 놀기 좋은 곳이라 손님이 아주 많고 결국 빈자리는 없어서 서점을 돌아다니며 무슨 책이 있나 살펴보았다. 











                                                                   반스 앤 노블 





휴일이라 저녁 7시 문을 닫는다고 하고 마침 서점에 퍼레이드에 참가한 듯 보이는 특별 의상을 입은 남녀에게 부탁해 사진을 담았다. 


저녁 8시 링컨 센터에서 <나비 부인> 오페라 상영하는데 도저히 볼 에너지가 없어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왔다. 유니언 스퀘어에서 아주 오랫동안 지하철을 기다려 탑승하고 타임 스퀘어 역에 가서 역시 기다려 환승하고 플러싱 메인 스트리트에 도착하니 버스가 막 떠난 뒤라 최소 30분 이상 기다려야 할 거 같아 터벅터벅 걸었지. 종일 뜻대로 된 게 하나도 없는 날.

이 무더위에 노바크 조코 비치는 승리의 미소를 짓고 로저 페더러는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테니스 경기를 하고 있다. 무더위 티켓이 팔리지 않았는지 내게 티켓 구입하라고 이메일이 자주 오고. 내일 저녁은 라파엘 나달 경기가 열리고 티켓은 최소 1장 100불 이상 하고 + 수수료 합하면 내 형편에 무리라 보고 싶은 경기 눈 감고 살아야지. 오늘 로저 페더러가 이기면 예상대로 나달, 페더러와 조코비치가 결승전에 오를까. 

내일은 더 덥다고 하니 큰일이네. 9월에 왜 이리 더워. 



2018. 9. 3 월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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