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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Sep 06. 2018

사라진 수박

뉴욕 덥다 덥다 덥다 


기분이 꿀꿀해.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나지. 

9월이 찾아왔건만 무더운 날 숨도 쉬기 힘든 아파트. 라파엘 나달 테니스 경기 보느라 새벽 2시가 넘어서 잠들고 이래저래 피곤하고 에너지는 다운 다운. 냉장고는 텅 비어 있고. 종일 집에서 지내다 늦은 오후 집 근처 한인 마트에 장 보러 갔다. 장보기 리스트 1순위는 수박. 더위에 수박이라도 먹으면 좋겠다 싶어 수박을 사러 갔는데 간 김에 상추, 두부, 생선, 김치, 사과 등을 구입하고 한인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 아들은 도미노 피자를 찾으러 가고. 집에 도착해 짐을 운반 후 피자를 먹고 시장 본 물건 정리하는데 수박이 안 보여 한인 택시 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집에 수박이 안 보여요. 혹시 수박 트렁크에 있는지 확인해 주실래요?
-제가 수박 트렁크에 담았어요. 트렁크에 수박이 없네요.

수박 분실 사고에 대해 생각하면 수박을 마트에 두고 온 경우와  트렁크에 두고 온 경우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그분이 직접 수박을 담았는데 수박이 어디로 간 건지 안 보이니 수박 미스터리 사고가 발생했다. 수박이 먹고 싶어 장 보러 갔는데 수박이 없으니 더 속이 상하지. 몇 차례 아들에게 사라진 수박에 대해 말하니 아들이 당장 수박 사러 가자고 하고. 택시 기사는 30년 전에 뉴욕에 이민 오셨고 뉴욕 생활이 좋다고 하셨고. 암튼 수박이 어디로 간 건지 모르지만 내 입장에서는 아주 비싼 택시비를 낸 건가. 

작년엔가 딸이 뉴욕에 와서 함께 택시 불러 탔는데 집에 도착하니 핸드폰이 안 보여 난리가 났다. 휴대폰이 안 보인 것을 확인하자마자 택시 기사에게 전화를 하니 기사가 바로 집으로 달려와주셨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무덥고 기운이 없는 엄마 보고 아들이 피자 주문해 먹자고 해 오랜만에 도미노 피자를 주문해 먹었는데 저렴한 가격 피자 맛이 아주 나쁘지 않고 맨해튼 명성 높은 피자에 비하면 그저 그렇고.

무더운 날이라 아이스크림과 시원한 과일이 그립고. 지난번 보스턴 여행 가서 하버드 대학 앞에서 먹은 아이스크림도 그립고 정말 맛이 좋던데 가격이 너무너무 비싸더군. 갈수록 입맛만 높아져 가고 큰일이야. 

집에서 지내면서 1930년대인가 맨해튼에서 판사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택시 타고 사라져 버렸다는 글을 읽었는데 내가 산 수박이 사라질 줄 몰랐어. 수박 수박 수박이 먹고 싶은데. 

집에서 마트에 갈 적 시내버스 타고 가려는데 버스 스케줄 보니 시간이 맞지 않아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휙 하고 시내버스가 지나가고. 달리는 버스를 잡을 수도 없고 결국 터벅터벅 걸어서 장 보러 갔는데 수박까지 분실하고 속이 상하지만 잊어야 하는데 자꾸 수박이 생각이 나네. 



















한인 마트에는 "추석맞이 고국방문" 포스터와 "법륜 스님 행복한 대화" 이벤트 포스터와 "친구 교회 한국학교" 포스터와 "세계 찬양 합창제"와 "미 동부지구 한인 마라톤 대회" 포스터도 보이고 "신사 숙녀 여러분 신사 숙녀 여러분 담배 꽁지와 침을 뱉지 마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적혀 있고. 

플러싱 주택가에 핀 한들한들한 코스모스도 보고.

오늘 밤 조코비치 테니스 경기가 열리는데 2년 전 발가락 부상으로 우승하지 못한 그가 다시 뉴욕에 왔으니 아무래도 그를 응원해야겠다. 조코비치는 긴장하고 있겠다. 날마다 테니스 보는 것도 너무너무 힘든데 선수들은 이 더위 밤 경기를 하니 참 특별하다. 어제 5시간 동안 테니스 경기를 한 나달 몸은 회복되어 가고 있을까. '테니스의 신'처럼 보였어. 왜 사람들이 나달을 좋아하는지 점점 이해가 온다. 













                                                 라파엘 나달 







빨리 잊자. 수박 한 통에 내가 스트레스받으면 더 손해지. 


다음에는 장 보고 집에 오면 물건부터 확인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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