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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Sep 09. 2018

쓸쓸한 가을날

뉴욕 북카페, 그린 마켓, 빌리지 축제 & 가을 산책 


여름이 끝날 무렵 시작해 9월 초 막이 내리는 유에스 오픈 테니스 내일 남자 싱글 경기가 열리며 막을 내린다. 오늘 세레나 윌리엄스와 오사카 결승전이 열렸는데 일본 선수 오사카가 우승을 했으니 테니스의 새로운 역사가 쓰이고 있다. 오사카를 비롯 부모와 코치는 축제를 벌이고 있겠다. 놀랍게 로저 페더러와 라파엘 나날도 예상을 빗나가 결승전에 오르지도 못했다. 페더러, 조코비치, 나달 가운데 누굴 가장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누가 우승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번 밤 9시에 시작해 새벽 2시에 막을 내린 나달 테니스 경기를 보고 나달의 팬이 되어버렸다. 최선을 다해 싸우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멋져 보여서. 자정이 지나니 너무 피곤해 경기 보는 것도 힘들기만 했다. 그런데 나달은 매초를 쉬지 않고 상대방 선수와 싸웠다.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는 정열적인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어제 나달 경기를 보기 위해 미리 닭튀김도 만들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조코비치와 나달 두 경기를 지켜보는 것도 상당한 열정이 필요하고 요즘 매일 테니스 경기로 많은 시간을 보내곤 했다. 무릎 부상으로 경기장을 일찍 떠나는 나달의 뒷모습이 너무나 가슴 아프게 했다. 워싱턴 포스트 (9.7)에 오른 나달의 얼굴 표정은 일그러져 내 마음이 불편했는데 나달은 어떠했을까. 그 많은 사진 가운데 왜 하필 그리 인상 쓴 사진을 올렸을까. 내일 조코비치와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 경기는 어찌 될까. 

불과 며칠 전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더워서 잠들 수 없었다. 이틀 사이 이미 완연한 가을 느낌이 든다. 가을 아침 아들과 함께 호수에 산책을 하러 갔다. 하얀 백조 한 마리와 기러기떼 호수에서 산책을 하고 우리도 몇 바퀴 호수를 돌다 집으로 돌아왔다. 서서히 나무들은 노랗게 물들어가겠지. 










                                                                 반스 앤 노블 북 카페 






브런치를 먹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빌리지 축제를 보러 유니언 스퀘어에 도착했는데 하필 비가 내려 마음이 변해 북 카페에 갔다. 쌀쌀한 날씨라 사람들 옷차림이 어느새 변했고 비 맞고 축제를 보고 싶은 생각은 없고. 핫 커피와 초콜릿 먹으며 북 카페에서 시간 보내기 좋은 날 빈자리 찾아 커피 주문했는데 바리스타는 나보다 훨씬 더 늦게 온 손님에게 먼저 커피를 줘도 참고 기다렸다. 전망 좋은 창가에 앉아 잠깐 책을 읽다 창밖을 보니 비가 멈춰 서점을 나왔다.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 그린 마켓






토요일이라 유니언 스퀘어에서 그린 마켓이 열리고 여름에 피는 노란 해바라기 꽃을 더 이상 볼 수 없을 거 같아 아쉬운 마음으로 해바라기 꽃을 보고 붉은 달리아 꽃도 보며 어린 시절 추억에 잠기고 한국에서 어릴 적 자주 봤던 달리아 꽃, 그때는 그리 아름다운 줄 몰랐는데 뉴욕에서 어릴 적 본 꽃을 보면 그냥 정겨운 마음이 든다. 무궁화 꽃도 채송화 꽃도 분꽃도 과꽃도 해당화 꽃도 다 같다. 나비와 어린 소녀도 보고 얼른 아이폰에 담았지.












                                      맨해튼 그레이스 교회와 스트랜드 근처 거리 축제 








유니언 스퀘어에서 축제 보러 가는 동안 스트랜드 서점 근처에서 거리 축제도 보고 독일 소시지 보니 오래전 아들과 함께 페리 타고 갔던 베어 마운틴 축제도 생각이 나고 골드 스타에서 할인 티켓 구입해 페리 타고 갔는데 기억에 3시간 정도 걸렸나. 너무 오랫동안 페리를 타니 힘들어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사라질 정도. 독일인 축제 보러 간다고 저렴한 티켓 구입한 게 실수였다. 차라리 기차를 타거나 차를 이용했다면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텐데 아무것도 몰라 실수를 했어. 항상 저렴한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Positively 8th Street Festival 2018






그리니치 빌리지 워싱턴 스퀘어 파크 근처에서 열린 Positively 8th Street Festival. 매년 열리는 빌리지 축제이고 공연도 하니 음악 들으니 더 좋고 조운 바에즈 떠오르게 하는 가수 노래도 들고 낯선 가수들 노래를 어찌 잘 하는지 뉴욕에 왜 그리 많은 음악가들이 있는지 놀랍기만 하고. 거리에서 풍선 놀이하니 어린아이들은 풍선을 잡으러 다니고, 작은 훌라후프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페이스 페인트 하는 어린이들도 많고, 종이 박스에서 놀이를 하니 라우젠버그 아티스트도 생각이 나고 홈리스들 생각나게 하는 종이 박스로 만든 작품을 첼시와 모마에서 봤는데 라우젠버그 작품이더라. 뉴요커가 사랑하는 스텀프 타운 카페에 손님도 아주 많고 근처에서 가수들 노래 들었다. 맥주와 칵테일을 마시며 음악을 듣는 사람도 있고. 













                     New York Studio School of Drawing, Painting and Sculpture







휘트니 미술관이 처음 설립된 지금은  New York Studio School of Drawing, Painting and Sculpture에 가서 아름다운 석양이 물든 작품 전시회도 보았다. 내가 사랑하는 아름다운 석양을 담은 작품이 아주 많아 행복했지. 마침 이웃 블로그에 올려진 뉴저지 롱비치 아름다운 석양도 봤는데... 사랑하는 롱아일랜드 오이스터 베이 석양도 떠올랐다. 롱아일랜드 제리코 살 때 가끔 두 자녀랑 석양 보러 찾아가곤 한 바닷가 마을 오이스터 베이도 그리워지네. 갤러리는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 가깝고 전시회도 좋고 무료니 더 좋아. 

토요일 저녁 구겐하임 뮤지엄과 메트 뮤지엄 등 밤늦게까지 문을 여나 그곳에 갈 에너지도 없고 가을비는 추적추적 내려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열리는 셰익스피어 연극도 안 보고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에 돌아왔다. 다시 시내버스를 타야 집에 가는데 손님이 너무너무 많아 피곤하고 비가 내려 손님이 더 많았을까. 버스 창가로 비친 코스모스도 보고 아파트 근처에 내려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왔다. 













                                                             플러싱 





토요일 밤은 점점 깊어만 가고 멀리서 풀벌레 소리 들려온다. 쓸쓸한 가을날 마음은 스산하지만 아침 산책도 하고, 북 카페도 가고, 축제도 보고 전시회도 보며 시간을 보냈구나. 




9. 8. 토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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