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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Sep 11. 2018

이 가을이 떠나기 전에

카네기 홀, 크리스티 경매장, 북 카페 


가을비 내리는 날 오랜만에 카네기 홀에 갔다. 지난번 길 샤함 바이올리니스트 연주 본 후로 첫 방문이나. 그 무렵 시즌 마지막 공연을 했고 한동안 쉬고 가을 새로운 시즌 공연이 시작되고 10월 3일 오프닝나이트 갈라 공연이 열린다. 카네기 홀 포스터에 르네 플레밍,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요나스 카우프만, 리처드 클라이더만 등 음악가 이름이 보여 내 가슴은 뛰었다. 이제 다시 클래식 음악 공연을 볼 수 있는 시즌이 돌아왔어. 리처드 글라이더만이 카네기 홀에서 공연하는 것은 내 기억으로는 처음이고 아주 오래전 친구랑 함께 그의 <아느린느를 위한 발라드> <가을의 속삭임>을 자주 들어서 꼭 그의 공연을 보고 싶은 마음이지만 티켓 가격을 보고 눈을 감았다. 티켓은 60-180 불이고 그 정도 가격이라면 내 형편에 무리라서. 







                                                           카네기 홀 공연 포스터 





뉴욕에 셀 수 없이 많은 공연이 열리고 보고 싶은 공연은 너무나 많기에 늘 고민을 하고 내 형편에 맞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9월 중순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폴 사이먼의 고별 공연이 열리고 가장 저렴한 티켓이 약 114-189불 + 수수료. 역시 저렴하지 않다.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리는 공연이 좋다. 그런데 대개 비싼 편이다. 지난여름 해리 스타일스 공연 티켓은 운이 좋아 아주 저렴한 티켓 2장을 구입해 아들과 함께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 가서 공연을 봤다. 어린 소녀들 팬의 함성에 깜짝 놀랐다. 저렴한 티켓이니 좋은 좌석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런다고 공연을 볼 수 없는 것도 아니었고 감사함으로 해리 스타일스 노래를 들었고 나름 공연이 좋아 기억에 남는다. 

여름이 끝날 무렵 시작하는 유에스 오픈 테니스는 막이 내렸지만 곧 메트 오페라, 뉴욕 시립 발레, 뉴욕 필하모닉, 카네기 홀, 등 매일 세계적 수준의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좋은 뉴욕. 메트 오페라 갈라와 카네기 홀 갈라 모두 꼭 보고 싶지만 아무래도 갈라 행사라 의상도 신경 쓰이고 공연 티켓 역시 저렴하지 않으니 메트 오페라에서 참석해 달라고 연락이 와도 아직 갈라 행사에 가지 않았다. 





















                                                                      크리스티 경매장 





카네기 홀에서 이번 시즌 프로그램보다 지하철을 타고 미드타운에 갔다. 가을비 내려 맨해튼을 걸어도 좋으련만 그냥 지하철을 탔다. 우연히 크리스티 경매장을 지나가게 되었고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는 것을 보니 전시회가 열리는 것이라 짐작하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시아 특별전이 열리고 있고 전과 다르게 무료 커피와 티를 제공하지 않아 조금 섭섭했다. 경매하기 전 일반인에게 전시회를 공개하니 자주 가곤 했고 바리스타가 만든 카푸치노 맛도 정말 좋았는데 이제 더 이상 무료 서비스하지 않나 봐. 오랜만에 동양화 보니 좋았다. 꽤 젊게 보이는 중국인들은 카탈로그 보면서 작품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주 젊은 나이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많을까 짐작도 하고 하늘이 준 복이 다르기만 하고 매일 가만히 있어도 재산이 하늘처럼 올라간 사람들은 좋겠어. 부가 부를 낳는 자본주의 세상 서민들을 가슴 아프게 하지. 그냥 지나가는 길에 전시회를 보는 나와 달리 카탈로그 열심히 본 그들은  작품을 구매할 것이라 짐작했다. 다이아몬드 보석이 반짝반짝 빛나 나도 모르게 눈이 갔다. 예쁜 목걸이와 반지 등이 보이고 가격표를 보니 반지 하나에 무려 50억이 넘어. 50억짜리 반지를 끼면 목걸이는 어느 정도가 되고, 핸드백과 의상은 어떤 브랜드를 사용하고 집은 어느 정도일까 상상하는 것도 부족했다. 낯선 컨템퍼러리 아트 전시회도 보고 크리스티 경매장을 떠났다.










                                                    맨해튼 5번가 반스 앤 노블 북 카페 






명품 매장 즐비한 5번가를 걷다 무지갯빛 우산을 들고 걷는 사람들보다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가서 잠깐 휴식을 했다. 비 오는 날 하얀색 옷차림을 입은 60대 즈음으로 짐작이 되는 뉴요커는 테이블 위에 책을 수북이 쌓아두고 열심히 메모를 하니 마치 수험생처럼 보였다. 바로 옆 할아버지는 꿈나라로 여행을 떠나고 핫 커피를 마시며 잠깐 소설책을 넘기다 서점을 나왔다. 



월요일 아침 늦잠을 자고 말았어. 이미 도둑맞은 시간이니 잊어야지. 혹시나 아들 서랍장에 속옷이 없나 하고 확인하니 당장 세탁을 해야 할 거 같아 25센트 동전을 세기 시작. 아파트 지하에 동전 교환기가 없으니 은행에 가서 미리 25센트 동전을 교환해야 하는데 그만 깜박 잊어버렸고 집에 있는 동전을 하나 둘 세기 시작하니 속옷과 수건을 세탁할 정도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얼른 지하에 내려가 세탁기에 세탁물을 넣고 집에 올라왔다. 한국과 달리 집에 세탁기가 없으니 여전히 불편하기만 하고 공동으로 세탁기를 사용하니 혹시 누가 사용하나 염려가 되고 월요일 아침 지하에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었지. 무사히 세탁을 마쳐서 기분이 좋았다. 더러움이 하얀 거품에 사라지듯 인간의 고통과 근심이 사라지면 좋을 텐데 삶은 너무 복잡하지. 조코비치는 유에스 오픈 우승컵을 받기를 희망하고 기도를 했다고 하고 우승컵을 받았는데 하느님은 조코비치 기도는 들어주고 왜 내 기도는 안 들어줄까. 그리 불평하면 화를 내면 어떡하지. 암튼 내 기도도 들어주면 좋겠어. 이 가을이 떠나가기 전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며칠 사이 기온이 뚝 떨어져 이제 추위가 걱정이 된다. 아파트 창문을 꼭꼭 닫고 지내야 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가을밤 풀벌레는 쉬지 않고 울고 있어. 



내일은 9.11 가슴 아픈 기념일이구나. 세상에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곤 하지. 


수 십 년 전 나랑 함께 음악을 들은 친구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할까. 친구가 그리운 가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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