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 창가로 비추고- 뉴욕 댄스 축제

Fall for Dance Festival

by 김지수


아름다운 가을 햇살이 창가로 비추고 이웃집 뜰에서 잔디 깎는 작업하는 소리 들려오고 내가 사는 아파트 뜰은 어제 슈퍼 부인이 잔디 깎는 작업을 하니 사랑하는 노란 민들레 꽃은 말없이 저 하늘로 가 버려 슬퍼. 화요일 아침 초록 뜰에는 고목나무와 빌딩 그림자만 비치고 청설모 한 마리와 검은 새 한 마리가 산책을 하고 사람들 그림자는 보이지도 않아. 모두 직장에 출근했을까.







어제 아름다운 노래가 들려오는 플러싱 카페에 가서 행복 수다를 떠는 사람들을 보며 휴식을 했다. 늘 지나치곤 하지만 뚜레쥬르에 가서 커피 마시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 것은 처음이었지. 핫 커피 한 잔 마시며 친구들과 연인들끼리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들 입에서 행복 행복 행복이 흘러나오는 거 같아 기분이 좋았어. 아름다운 노래 들으며 대학 시절도 떠올랐지. 지금과 완전히 다른 캄캄한 세상 어둠 속에서 지내며 아름다운 꿈만 키웠지. 어둠 속에서 고독하게 지낸 나의 우울을 달래주는 친구는 책과 음악. 당시 한국에 미술관과 갤러리도 많이 없어서 전시회는 자주 볼 수 없었다.

결혼 전 그때는 삶의 여유가 있었어. 대학 시절 공부도 하고 매주 제출해야 하는 숙제로 끙끙하며 지낸 적도 많았고 아르바이트하느라 무척 바쁘고 클래식 기타반 활동하니 더 바쁘고 가끔 친구들 만나니 더 바쁘기만 했어도 그때는 결혼 전보다 자유 시간이 많았다. 결혼 후 우주처럼 무거운 의무가 날 숨 막히게 했고 이제 두 자녀 대학을 졸업하자 내게 자유로운 시간이 조금 주어진다.

마음은 언제나 청춘. 맨해튼 다운타운 브룩필드 플레이스(Brookfield Place)에 클래식 기타 공연 보러 갈 적 줄리아드 학교에서 자주 만나는 70대 할머니가 내게 "넌 영원히 늙지 않을 거야" 했었지. 뉴욕의 럭셔리 오큘러스 지하철역에 아름다운 데이지 꽃 조명이 비치자 조명 따라 껑충껑충 뛰었어. 세계에서 명성 높은 클래식 기타 리스트 연주 공연장에 늦을 거 같은데 철없는 날 보고 한마디 했지. 그때 클래식 기타 연주도 대학 시절 자주 듣던 곡도 들려주며 아버지가 돌아가셔 몹시 슬프다고 했지. 이제 가을 학기 개강해 공연이 열리니 줄리아드 학교에 가면 그 할머니 만날 수 있을까. 이름을 잊어버렸는데 다시 묻지 않아 잘 몰라. 음악을 아주 사랑한 할머니는 자주 공연을 보러 다닌다.

아름다운 시월의 첫날 어제저녁 무렵 아들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라과디아 뉴욕 시장이 오픈한 뉴욕 시티 센터. 매년 가을 댄스 축제가 열리고 세계적인 댄스 컴퍼니 공연을 볼 수 있고 공연 티켓도 저렴하니 인기가 더 많아 대개 일찍 공연표가 매진되는 축제. 오래전 이 행사에 대해 알았지만 매년 보고 싶었는데 그냥 지나갔고 올해 처음으로 미리 표를 구입했다.

개관 75주년 기념 연주는 뉴욕 시티 센터 앞에서 하고 사람들은 구경을 하고 나도 잠깐 구경을 하고 우리는 미드 타운 힐튼 호텔과 모마 근처에 있는 할랄 푸드를 사 먹으러 갔다. 1인분에 8불로 인상되어 6불일 때가 그립고 어제는 이집트에서 25년 전 뉴욕에 온 사람을 만났고 아주 친절하니 기분이 좋았다. 우리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감사합니다"라고 하고. 목소리 억양이 한국 사람과 다르고 한 옥타브 높은음이었다. 저녁 시간이라 손님이 많을 줄 알았는데 오래 기다리지 않고 구입해 좋았고 근처에서 식사를 했다. 뉴욕 레스토랑 식사비가 너무너무 비싸니 8불이면 저렴한 편에 속하고 팁과 세금이 없으니 더 좋고.








IMG_6440.jpg?type=w966
IMG_6445.jpg?type=w966


IMG_6451.jpg?type=w966
IMG_6452.jpg?type=w966











IMG_6440.jpg?type=w966


저녁 8시 댄스 공연이 시작. 첫 무대는 보스턴 발레. 사랑하는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에 맞춰 댄스를 하니 더 멋졌고 아름다운 조명이 비쳐 역시 멋진 발레 공연이었다. 아들은 바흐 음악을 아주 사랑하니 보스턴 발레 공연이 좋다고 하고.











IMG_6447.jpg?type=w966


두 번째 무대는 이사도라 던칸 댄스 공연. 지난여름 맨해튼 포트 트라이안 파크에서 처음 봤던 이사도라 던칸 공연. 무덥고 습도 높은 날 초록 공원에서 댄스를 하니 너무 놀랐어. 정말 좋아 기억에 남았는데 어제는 쇼팽 피아노 음악 라이브에 맞춰 춤을 추니 황홀한 시간이었다. 라이브 연주를 들으며 댄스 공연 보니 정말 좋았어.













IMG_6451.jpg?type=w966


세 번째 무대는 뉴욕 탭 댄스. 처음 듣는 비트박스 보컬(Beatbox Vocals)에 맞춰 탭댄스를 하고 정말 뉴욕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무대 너무너무 좋았어. 뉴욕의 색채가 강하게 느껴졌다. 탭댄스 보며 컨템퍼러리 아트 같다는 생각도 들고 바흐 음악처럼 절제된 특별한 분위기가 너무 좋아 인상적이었다. 탭댄스 보며 바흐 음악 연상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수 십 년 전 <백야> 영화에서 처음으로 바리니시코프 탭댄스 보고 반했는데 그도 뉴욕에서 활동해서 놀랐지. 아주 오래전 뉴욕 타임지에서 그에 관한 기사도 읽었는데 그의 공연 보고 싶었으나 내게 볼 기회가 없었다. 지금은 나이 들어 활동하기 힘들 텐데 작년인가 보스턴에서 공연한다고 들었으나 발레 공연 보러 보스턴에 갈 형편은 아니라 꾹 참았다.







IMG_6455.jpg?type=w966






마지막 무대는 프랑스에서 온 댄스 컴퍼니. 19세기 예술의 도시라 더 기대를 많이 했는지 몰라. 의상이 너무 치렁치렁해 댄스가 죽은 느낌이 든다고 할까. 무용수들 동작은 정말 멋졌고 연습 많이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IMG_6432.jpg?type=w966
IMG_6433.jpg?type=w966

뉴욕 시티 센터 개관 75주년 공연




IMG_6437.jpg?type=w966






매년 열리는 Fall for Dance Festival 인기 많고 일찍 매진되니 박스 오피스 오픈하자마자 달려가 구해야 하는 특별공연. 링컨 센터 메트 오페라 하우스와 카네기 홀처럼 공연장이 크지 않고 화려하지 않으나 어제 공연은 기대보다 더 좋았다. 뉴욕에서 산다면 매년 보고 싶구나.


뉴욕이 댄스 공연도 발달한 것도 모르고 왔는데 뉴욕 시립 발레 공연도 정말 좋고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공연도 최고로 좋고 매년 여름 링컨 센터에서 열리는 <미드 서머 나이트 스윙 축제>도 정말 좋고 <배터리 댄스 축제>도 역시 좋고 그 외도 아주 많은 댄스 공연이 열린다.


어제 덤보에서 매년 가을에 열리는 화이트 웨이브 댄스 컴퍼니에서 이메일이 왔다. 10월 11-14일 덤보에서 열리는 댄스 축제. 한인 예술 감독 김영순이 지휘하는 특별한 댄스. 과거에 갈라 행사 제외하고 기부금 내고 공연 볼 수 있었는데 올해부터 1인 15불씩 받는다고. 덤보 렌트비가 너무 인상되어 댄스 컴퍼니 운영이 어려울 거라 짐작한다.

뉴욕 공립 도서관에서 유료 이벤트 보라고 연락이 오고 40불 주고 작가 이벤트 보기는 어렵고. 메트 뮤지엄에서도 많은 유료 행사 안내 오고, 누 갤러리에서 10월 새로운 전시 오픈한다고 연락이 오고. 쿠퍼 유니언 대학 등 수많은 곳에서 소식이 온다.







IMG_6354.jpg?type=w966
IMG_6357.jpg?type=w966





IMG_6355.jpg?type=w966




IMG_6359.jpg?type=w966

브루클린 부시윅




며칠 전 브루클린 덤보에 가서 주황색 능소화 꽃을 봤는데 한 달이 흐른 거처럼 시간이 빨리 달린다.



10. 2 화요일 아침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름다운 시월의 첫날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