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드 학교 & 모마
하얀 냉장고 안은 하얗게 텅텅 비어가니 먹을 게 없어서 늦은 밤 한인 마트에 장 보러 가서 사과 약간, 두부 1모, 상추 1포기, 조기 2마리, 삼겹살, 닭고기, 우유 등을 구입하고 한인 택시를 불러 집에 타고 왔다. 택시 기사는 25년 전 유학생 비자로 뉴욕에 와서 공부하다 그만두고 일하며 뉴욕에 살고 있다고. 한국에서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했는데 그때는 세상이 이리 변할 줄 몰랐다고. 미래가 불확실하니 공부만 하고 있을 수 없어서 공부 그만두고 일하며 뉴욕에 정착한 케이스. 뉴욕은 혼자 벌어 생활하기 너무 힘든 도시라고 강조하고 돈을 지출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라고 말했다. 비싼 렌트비와 생활비와 비싼 의료비와 비싼 학비와 비싼 보험료.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지.
누가 알겠어? 아무도 모르지. 먼 훗날 세상이 어찌 변할 줄 안다면 미리 미래에 대해 준비를 하고 살 수 있을까. 세상이 많이 변하고 있다. 나 어릴 적 외국 여행은 꿈도 꾸기 어려운 시절. 지금은 해외여행도 보편화되었다. 뉴욕에 여행 온 한국 사람들도 아주 많다고 하고. 나 어릴 적 이민에 대해 들은 적도 없었다. 지금 많은 한인들이 지구촌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다. 한국이든 외국이든 모두 더 멋진 삶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겠지. 나 어릴 적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금은 컴퓨터가 일상화되어 있고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을 사용한다. 지구촌 곳곳에 흩어져 사는 사람들 삶도 컴퓨터로 볼 수 있다. 컴퓨터를 켜고 가만히 앉아서 해외여행할 수도 있다. 세상의 변화 속도가 아주 빠르다.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 어떤 세상이 올까.
맨해튼 홈리스 하는 말 "스스로 홈리스가 될 거라 미처 생각도 못 했다"라고 하니 가슴 아팠다. 누가 알겠어? 상상도 못 할 일이지. 뉴욕 홈리스 가운데 박사 학위 받은 사람도 있다고 하고 더 많은 공부를 한다고 더 잘 사는 것도 아니고 학위와 부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아. 홈리스가 된 사연도 가지가지라고 마약이든 도박이든 별별 이유가 다 있다고 하고. 비싼 렌트비 감당 못하고 쫓겨나는 게 아주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리니치 빌리지 축제 보러 가니 어느 날 홈리스 되어 브루클린 코니아일랜드에 가서 며칠 보냈는데 처음 며칠은 견딜만했다고.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견디기 어려운 생활이겠지. 뉴욕 홈리스 가운데 "도와 달라고 하면서 기도라도 해주세요",라고 적은 글도 보인다.
짐을 옮긴 후 식사하는 순간 하늘에서 비가 쏟아졌다. 다행이었다. 조금만 늦었다면 비를 흠뻑 맞았을 텐데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일기 예보를 보니 뉴저지에 토네이도 경보가 울렸어. 천둥 치고 가을비 내리는 가을밤 랩톱을 켰다.
브런치를 먹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가는데 이상하게 계획과 달리 맨해튼 미드타운 5번가에서 서성거렸다. 꼭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두고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맨해튼 5번가 라커 펠러 센터 근처 거리 화단은 노란 국화 향기 가득하고 가을이라 맨해튼 거리 화단에 국화꽃이 보인다. 럭셔리 매장 즐비한 5번가는 늘 걷기도 복잡하지.
5번가 반스 앤 노블
5번가 걷다 군데군데 홈리스 만나고 가끔씩 들러보는 반스 앤 노블 북 카페 멀리서 보며 지나고 타임 스퀘어로 향해 걸었다.
화려한 네온사인 반짝이면 뮤지컬 보고 싶은 유혹 강하나 꾹 참아야지. 타임 스퀘어는 여행객으로 넘쳐나고 거리에서 뮤지컬 할인 티켓 나눠주고 지하철역에서 1호선을 타고 링컨 센터에 갔다.
저녁 7시 반 줄리아드 학교에서 열리는 공연 미리 티켓 받아서 가방에 담고 갔지. 굉장히 모던한 New Juilliard Ensemble 공연 아주 좋았다. 한인 출신 김수빈 작곡가 연주도 듣고. 마크 로스코 그림 보고 영감 받아 작곡했다고 하는데 곡 제목 <어둠에 대한 네 가지 연구 (Four Studies on Darkness)>와 달리 곡 느낌이 밝았다. 1990년생 작곡가 재주가 너무 많아 보였다. 현대 곡인데 듣기 좋았다. 세계 초연 곡을 무료로 감상했으니 감사해. 뉴욕에 줄리아드 학교가 있다는 것은 음악 전문 잡지 보고 알았지만 사실 무료 공연에 대해서 모르고 왔고 1년 700회 가까운 공연이 열리고 일부 유료 공연 제외하고 무료 공연이니 음악 사랑하는 팬은 자주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공연을 볼 수 있다. 이런 문화 면은 뉴욕이 정말 아름답다. 아무것도 뉴욕에 모르고 왔지만 뉴욕의 아름다운 면도 보고 느끼고 있다.
그 외 필리핀, 일본, 우크라이나 작곡가 곡을 들었다. 일본 작곡가 곡은 시적이고 정적인 느낌 가득해 조용한 호수가 연상되었다. New Juilliard Ensemble 창립자이자 음악 디렉터이자 지휘자인 Joel Sachs도 보았지. 매년 여름 모마에서 무료 공연 열리고 그때 뉴 줄리아드 앙상블 공연 연주를 한다. 뉴요커가 정말 사랑하는 여름 축제. 모마 조각공원에서 매년 7월 일요일 저녁에 열린다.
화요일 오후 모마 조각공원에도 가서 노란 성모상 보고 기도를 하고 하얀 눈사람도 보고 붉은색 장미꽃도 보았다. 조각공원에서 잠시 휴식하다 전시회도 보았다. 모던 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 조각전도 다시 보고 모마에 가면 늘 보곤 하는 작품도 다시 보았다. 늦은 오후 모마는 평소와 달리 조용해서 좋았다. 현대 미술의 보고 모마도 회원권만 있으면 매일 가서 전시회 볼 수 있어서 좋다.
링컨 센터에서 뉴욕 영화제가 열리고 늦은 밤 영화 보려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아주 많았다.
한인 여대생 성추행한 프린스턴대 교수 해고 뉴스가 미주판 뉴욕 한국일보(10/2)에 떴다. 명성 높은 교수도 몰랐겠지.
아직도 가을비는 내리고 있다. 습도가 너무 높아 선풍기도 켰다. 가을밤 습도가 99%. 믿어지지 않구나.
10. 2 자정이 되어갈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