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 월요일 "콜럼버스 데이" 휴일이다. 맨해튼에서 퍼레이드가 열리고 직장인들은 일하러 가지 않아 좋겠다. 하늘은 흐리고 아파트 뜰에 핀 배롱나무꽃도 서서히 져가고 있다. 한여름 링컨 센터에서 열리는 축제 보러 가면 아름다운 배롱나무꽃이 행복을 주곤 했어. 새들의 비브라토가 크게 들려오는 아침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걸까. 토론토에 사는 지인은 기쁜 소식을 전해줘 기쁜 아침. 매일매일 바쁘게 지내며 행복한 꿀을 만들어 가고 있나 봐. 캐나다는 이번 주가 땡스 기빙 데이 연휴라고 하고 미국과 달라. 미국은 11월 연휴인데.
며칠 정신없이 바빴지. 매일 지하철 타고 맨해튼에 가서 한밤중 집에 돌아오는 나날. 며칠 기록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지쳤다. 하루 왕복 최소 3-4시간 지하철을 타는 시간만 없어도 꿀처럼 달콤할 텐데 삶이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루하루 버티고 지낸 것에 감사해야지.
지난 수요일(10월 3일) 특별한 날이었지. 매일 맨해튼에 가서 문화 행사 답사하는 엄마와 함께 아들도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그날 오후 2시 맨해튼 음대에서 바이올린 마스터 클래스가 열렸고 그리스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수업. 3명의 학생들이 생상과 외젠 이자이와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곡을 차례로 연주했다. 학생들 수준도 작년보다 훨씬 더 좋았고 외젠 이자이 곡은 바흐의 컨템퍼러리 곡 같은 느낌이랄까. 가끔 줄리아드 학교에서 학생들이 연주하는 것을 보지만 기교와 음악적 표현이 상당히 어렵게 느껴졌다. 음악은 단순히 악보에 적힌 대로 따라 하는 게 아니니 더 어렵고 음정 맞게 하는 것도 어렵고 기교도 무척 어려운 바이올린. 난해한 곡은 음악적 표현이 어렵다. 카바코스가 학생들에게 몇 마디 하고 연주를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보여주면 학생들이 시키는 대로 따라서 하는데 그날 마스터 클래스는 잊지 못할 감동을 줬다. 무대에 올라 연주하는 학생들이 마치 땅에서 이제 막 자라는 어린 떡잎 같아 보였는데 카바코스의 몇 마디 말에 고목나무로 변하고 만추를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가을 풍경이었다. 환상적인 마스터 클래스였어. 아들은 오래전 줄리아드 음악 예비학교와 맨해튼 음악 예비학교 오디션 준비할 때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고 그때 매일매일 그 곡을 들었다. 자녀에게 음악 특별 레슨을 시키는 게 하늘처럼 어렵지만 반대로 매일매일 라이브 바이올린을 들어서 좋고.
맨해튼 음대 카바코스 바이올린 마스터 클래스
아들은 카바코스 강의 보고 반해버렸다. 그분이 만약 아들에게 레슨을 했더라면 바이올린을 전공했을지도 모르겠다고. 빈 대학 바이올린 교수님이 어릴 적 두 자녀에게 빈으로 유학하라고 권했지만 그때 유학은 생각지도 않았고 외국에서 살 거라 미처 생각도 못 했지. 아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빈 대학 바이올린 교수님을 만나 개인 지도를 받았으니 수많은 세월이 흘러갔다. 줄리아드 학교 교수님과 맨해튼 음대 교수님 역시 아들이 재능 많다고 칭찬 자자했지만 음악 전공을 하지 않았다. 아, 꿈같은 카바코스 바이올린 마스터 클래스. 너무 기분 좋은 아들은 평소 사진 촬영 안 좋아하는데 그날 카바코스랑 함께 사진을 찍었다. 마스터 클래스 열린 홀은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곳이라 사진은 올리기 어렵겠다.
실은 카바코스 바이올리니스트를 처음 만난 것도 맨해튼 음대. 그날 카바코스 바이올린 활을 보고 감동을 하고 그 후 줄리아드 학교 바이올린 마스터 클래스에도 갔고, 링컨 센터에서 열리는 뉴욕 필하모닉 오픈 리허설 공연도 보고, 그 후 카네기 홀에서 요요마와 함께 연주했던 브람스 곡도 들었다.
맨해튼 음대 바이올린 마스터 클래스가 끝나자 아들은 친구랑 테니스 치러 간다고 먼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독일에 첼로 마스터 클래스를 받으러 간 친구가 뉴욕에 돌아왔고 카바코스 바이올린 마스터 클래스같이 볼 의향도 있었으나 하루 전 뉴욕에 돌아왔고 시차 적응도 안 되고 많이 피곤해 그냥 집에서 지냈고 그날 오후 아들과 함께 테니스를 쳤다.
아들은 먼저 가고 난 지하철을 타고 줄리아드 학교에 갔다. 폴 리사이틀 홀에서 열린 공연을 보려고 미리 티켓을 받았다. 그날 저녁 6시 공연을 보러 가서 자주 만난 70대 할머니를 만났다. 지난여름 우린 만나지 못했고 기억에 쿠퍼 휴이트 국립 디자인 박물관에서 우연히 만나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고 그 후 처음이었다. 날 보자마자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하는 할머니. 음악을 무척 사랑하는 할머니는 콜롬비아 대학에서 열리는 공연 티켓 여러 장을 예매하고 마치 빌딩 몇 채라도 산 듯 행복한 모습이었다. 내년 2월에 열리는 공연 티켓까지 미리 구입해 룰루랄라 룰루랄라. 그리 신이 날까. 음악을 사랑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행복의 비밀이 아닐까. 어릴 적 10대인가 변호사 삼촌 도움을 받아 미국에 온 케이스. 할머니는 결혼도 했으나 어느 날 싱글이 되고 자녀도 없고 간호사로 오랫동안 일하고 퇴직하고 맨해튼 문화생활 누리며 행복 찾기 놀이를 한다. 내가 아들과 맨해튼 음대에서 카바코스 바이올린 마스터 클래스 볼 때 할머니는 콜롬비아 대학에서 공연을 봤다고. 물론 나도 알고 있었지만 비슷한 시각이니 볼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아파트 몇 채와 빌딩 몇 채 사면 룰루랄라 룰루랄라 하겠지. 할머니는 렌트비 저렴한 브롱스 1 베드 룸에서 사나 아주 행복하게 매일매일 지낸다.
할머니는 그날 콜롬비아 대학원에 재학 중인 여학생을 데리고 와서 인사를 했다. 메릴랜드 주에 살다 이번 학기 대학원에서 공부하려고 뉴욕에 왔다는 학생에게 맨해튼 문화에 대해 설명하니 깜짝 놀라는 여학생. 미국도 지역마다 삶이 다르고 뉴욕의 문화는 특별하고 특히 맨해튼 문화는 정말 특별하고 사실 모두 맨해튼 문화는 알고 즐기는 것은 아니고 음악과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매일 꿀을 따러 순례를 하는 세계적인 문화 도시다. 물론 학생들은 공부하느라 바쁘고 친구 만나러 레스토랑과 바에 가서 시간 보내느라 문화생활할 시간도 없기도 하고 소수 예외도 있고 개인마다 삶은 다르다. 노인이든 젊은이든 삶은 천차만별.
그날 저녁 6시 줄리아드 학생들 공연도 아주 좋았다. 플루트도 바이올린도 클라리넷도 첼로 연주도 모두 좋았다. 지난 학기보다 학생들 실력이 더 좋아져 놀랐어. 마지막 곡은 스트라빈스키 첼로 소나타. 한국에서 그 작곡가 음악을 라이브 연주로 볼 기회도 없어서 잘 몰랐는데 그날 스트라빈스키 곡이 좀 더 가슴에 다가왔다.
줄리아드 학교에서 공연 보고 할머니랑 헤어지고 지하철을 타고 카네기 홀에 갔다. 그날 저녁 7시 카네기 홀에서 갈라 행사가 열렸으나 티켓이 저렴하지 않아 구입하지 않아 갈라 행사는 볼 수 없었고 르네 플레밍이 부른 곡을 감상했더라면 좋았겠지. 갈라 행사를 위해 붉은색 카펫을 바닥에 깔아 두었고 붉은색 장미꽃을 화병에 꽂아두었더라. 나도 예쁜 드레스 입고 갈라 행사에 참석하면 좋을 텐데 말이야.
카네기 홀 웨일 리사이틀 홀 폴란드 쇼팽 음악원 수업하는 음악가 하프시코드 연주
대신 카네기 홀 웨일 리사이틀 홀에서 열린 하프시코드 연주를 감상했다. 폴란드 쇼팽 음악원에서 온 음악가 연주 Władysław Kłosiewicz 였다. 하프시코드 음색은 늦가을 색채를 느끼게 하고 황금빛으로 물든 낙엽이 떨어져 약간 쓸쓸하고 고독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가을 햇살 비추는 센트럴파크에서 늦가을 산책하는 느낌이다. 그날 사랑하는 바흐 파르티타를 연주해 더 좋았어. 폴란드에 여행 가서 장미꽃 만발한 쇼팽 공원에서 산책하며 파리에서 지낸 쇼팽도 생각했는데 그 시절 추억도 떠올랐다. 죠르쥬 상드는 왜 쇼팽 곁을 떠났을까.
다음날도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볼 예정이라 9시경 웨일 리사이틀 홀을 떠났다. 마침 갈라 행사가 막을 내리고 사람들이 밖으로 나올 무렵 우연히 축제에 가면 가끔씩 보는 이마에 혹이 난 할아버지를 만났다. 할아버지 재킷 위에 카네기 홀 티켓이 꽂혀 있었다. 음악을 정말 사랑하는 분. 링컨 센터 여름 축제에서도 만났고 크리스티 경매장에서도 보고 이스트 빌리지 축제에서도 본 분. 지난 금요일 카우프만 공연 때도 오셔 놀랐다.
지난 목요일 카네기 홀에서 열린 카바코스 바이올린 연주를 보러 갔다. 아들이 보고 반해버린 음악가이니 당연 아들도 함께 갔다. 그날 카네기 홀에서 빈에서 뉴욕으로 여행 온 학생을 만나 이야기를 했다. 빈에서 음악 전공을 하는 학생. 뉴욕에 10일 동안 머물 예정이고 브루클린과 맨해튼 색채가 다르니 5일씩 반반 나눠 지낸다고.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구했고 맨해튼은 하루에 100불,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는 하루 70불을 줬다고. 그 숙박비가 비싸다고 하니 난 놀랐어.
뉴욕 호텔 정말 비싸. 보스턴 역시 비싸도. 내가 보스턴 여행 가면 평균 호텔비가 200-300불. 물론 뉴욕과 보스턴 럭셔리 호텔은 하루 500불이 넘는다. 보스턴은 하버드 대학 졸업 시즌 아무리 비싼 돈을 줘도 호텔 예약도 어렵다.
에어비앤비 한 번도 이용한 적이 없지만 그 정도 가격이라면 정말 저렴해. 지난 4월에 미리 항공기 티켓을 구매했고 빈에서 뉴욕까지 약 8시간 소요. 중간 다른 곳에 거치는 항공기를 이용. 항공기 티켓은 300불 정도라고. 빈 중심지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서 지내는데 공간은 비좁은 편이지만 한 달 렌트비가 약 300유로라 하니 뉴욕 물가와 하늘과 땅처럼 큰 차이가 있다.
그 학생은 뉴욕 물가 보고 기절할 거 같다고. 저녁 식사가 20-30불이 비싸다고 해서 내가 그 가격이면 비싸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했지. 뉴욕 레스토랑 위크 저녁 식사가 42불 + 팁+ 세금. 거기에 와인과 칵테일을 마시면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반대로 빈은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저렴한 식당도 많고 빈에 있는 국립 음대는 학비가 전액 무료. 그래서 한국 유학생들도 많다. 새삼 빈과 뉴욕을 비교해 보았다. 약대에서 공부하는 여자 친구랑 함께 뉴욕에 왔고 쇼핑하기 좋아하나 그는 쇼핑에 관심이 없어서 여자 친구 혼자 쇼핑하러 갔다고. 카네기 홀에서 카바코스 공연과 카우프만 공연을 봤던 빈에서 온 학생. 메트 오페라도 보고 싶다고 하고 그에게 누 갤러리, 프릭 컬렉션, 모마와 메트 뮤지엄과 미드타운 갤러리도 소개해주었다.
아시아에서 뉴욕에 유학 와서 콜롬비아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이 1년 약 1억 정도 지출한다고 하니 빈 학생은 충격을 받았다. 뉴욕 너무너무 비싼 도시라고. 1억 비용은 학비와 생활비 모두 포함한 가격이고 그 정도 비용이 드니 명문 대학에 진학이 성적만 좋다고 가능한 게 아니니 살기 힘든 미국이지. 자녀 1명에게 1년 1억 비용 지출한 능력이 어디 서민층에서 가능한 일인지. 조기 유학 오래 시키면 10억이 그냥 물처럼 지출이 된다.
미국에서 정부를 위해 일하다 은퇴한 할아버지도 카네기 홀에서 만났는데 나보고 일본 사람이냐고 물어서 아니라고 했다. 한국 사람이라 하자 류현진 야구 선수 아냐고 물었다. 류현진이 아주 좋은 성적을 냈다고. 지금 야구 시즌이나 봐. 인터뷰하는데 영어를 못하니 통역하는 사람이 전달했다고. 한국어가 다른 외국어가 다른 점이 아닐까. 요즘 젊은 세대는 영어에 능통한 사람도 있지만 나이 든 세대는 영어가 먼 나라 이야기니 뉴욕에 오래오래 거주해도 깜깜한 세상에 사는 노인들도 아주 많고 사실 문화에 관심 없는 사람도 많다. 하루아침에 음악과 미술에 관심 갖는 것도 아니고 어릴 적부터 길러지는 것 아닐까.
할아버지는 내게 9월에 뉴욕에서 열리는 인터내셔널 행사 가운데 가장 큰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알고 보니 유엔 총회였다. 아주 오래전 스페인 여행 가서 뉴욕으로 돌아오는데 주위 사람들이 유엔 총회에 참가하는 단체팀이었다고. 70년대 이탈리아에 여행 가서 전망 좋은 바닷가 비추는 호텔 방에 머물렀는데 식사 비용 합해서 하루 7불을 줬다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이네. 할아버지는 에너지 넘치고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수많은 도시를 여행했다고. 음악도 아주 사랑한다고. 할아버지 선조가 독일에서 200년 전 뉴욕으로 이민 온 이민사를 간직한 분. 그래서 독일어 구사도 못한다고. 200년 전에 선조가 뉴욕에 이민 왔는데 어찌 독일어 구사해하는 눈치. 오래전 플러싱에서 살다 지금은 어퍼 이스트사이드 70가 정도에 산다고 하고 얼마나 위치 좋은 곳인지 나도 그곳에 살면 좋겠다. 맨해튼에 살면 내 컨디션은 지금 보다 백만 배 더 좋을지 몰라. 먼지로 변해야 하는 뉴욕 지옥철. 끔찍한 공포야.
카네기 홀에서 오랜만에 중국인 시니어 벤저민도 만나 이야기를 했다. 그는 내게 이번 시즌 메트 오페라 봤냐고 물었다. 너무 바빠 아직 오페라 보지 않았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분은 주로 카네기 홀 공연과 메트 오페라 보지만 난 그분과 달라 여기저기 수많은 행사를 찾아다닌다. 메트 오페라 갈라 행사 시 타임 스퀘어에서 영상으로 <삼손과 데릴라> 오페라 봤다고 하니 그분은 얼마 전 메트에서 그 오페라 봤는데 2막이 끝나자 테너가 노래를 잘 못한다고 다른 성악가로 교체되었다고 해서 놀랐다. 내가 타임 스퀘어에서 라이브 영상으로 오페라 갈라 볼 때도 테너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분에게 테너 목소리가 부족했다고 말하니 그분은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그러다 우린 다른 음악가 이야기도 했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 아들의 아이돌이고 유튜브 영상이 아주 좋다고 하고. 그런데 카네기 홀에서 본 힐러리 한 연주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래전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는 형편없어서 아들과 난 휴식 시간 카네기 홀을 떠났다. 그날 청중들은 힐러리 한을 국빈 대접을 해서 또 놀랐어. 대중들의 찬사가 얼마나 특별한 지도 알았다. 요요마 첼리스트 역시 명성에 비해 연주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고 카네기 홀에서 열리는 무대가 혹시 그의 마지막 무대가 될지 모르니 요요마 공연 보러 가는 정도. 오래전 딸이 소개해 준 자닌 잔센 바이올리니스트 공연. 카네기 홀에서 그녀 연주 봤는데 최고의 찬사 할 정도는 아니었다. 줄리아 피셔 바이올린 공연은 아주 좋았다. 다음에 오면 꼭 봐야지. 미츠코 우치다 피아니스트 연주도 카네기 홀에서 봤는데 첫 무대는 너무 실망했고 시간이 흐르자 차츰 더 좋아졌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라고 명성 높아서 기대하고 갔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작 펄만은 아르타헤리치와 연주할 예정이었으나 아르타헤리치가 연주할 수 없다고 하는 바람에 비싼 카네기 홀 공연 취소하지 않고 핀커스 주커만과 함께 공연했는데 레스토랑에서 생일잔치 음악 들은 느낌. 하지만 청중들은 명성 보고 좋아한다. 중국인 시니어는 나와 달리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고. 카네기 홀 연주가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사실 벤저민은 뉴욕 타임지 음악 평론도 아주 열심히 읽다 카네기 홀에서 자주 만난 맨해튼 음대 플루리스트 만나서 이야기 듣고 그 후 뉴욕 타임지 음악 평론을 안 읽은 눈치. 내가 음악 평론가 중에 누가 좋은지 묻자 뉴욕 타임지는 엉터리야, 하면서 그분이 제일 멋진 평론가,라고 해서 모두 웃었다. 기자들이 기사 쓰려고 잠깐 공연 보니 좋은 글이 아니라고 강조를 했다.
중국인 시니어는 지난주 토요일 카네기 홀에서 줄리아드 오케스트라 공연도 봤고 아주 좋았다고 하셨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 만나면 모두 공연 이야기하느라 에너지 넘친다. 오랜만에 벤저민 만나 즐거웠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 카바코스
그날 저녁(10월 4일 목요일) 저녁 8시 카네기 홀에서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카바코스 연주를 감상했다. 프로그램은 전부 스트라빈스키 곡으로 구성되었다. 명성 높은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은 도저히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민망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청중들 박수 소리는 우렁찼다. 카네기 홀 공연이 모두 좋은 것은 절대 아니다. 명성 높은 지휘자 공연이었는데 그의 귀는 어떠했을까. 물론 스트라빈스키 곡이 너무 어려워 연주가 어려웠나 모르겠다. 난 연주가 입장이 아니고 청중 입장이라서. 카바코스 연주하는 스트라빈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은 아주 좋았다. 처음 듣는 곡이었고 기교가 어렵게 느껴졌으나 카바코스 바이올린 연주는 훌륭했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만난 카네기 홀 직원과 인사를 했다. 아들과 날 보고 아주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지난 목요일 미드 타운 교회에서 열리는 특별 공연 Argento Chamber Ensemble. 도 봤다. 말러를 비롯 낯선 작곡가 음악을 감상했다. 오래전 월가 트리니티 교회에서 들었던 곡 느낌 비슷했다.
교회에서 공연 보고 맨해튼 미드타운 몇몇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보며 시간을 보내며 저녁 카네기 홀 공연을 기다렸다. 숨 막히는 이틀을 보냈어. 최고 스타도 아닌데 하루하루 왜 이리 바쁜지. 이틀 자정 무렵에 집에 오고 종일 맨해튼에서 머물려 시간을 보내니 기록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아름다운 시월도 빨리 흘러가고 있다. 하늘은 흐리고 새들의 노랫소리 들려오고. 콜럼버스 데이 휴일 아침 커피 한 잔과 우유 마시며 200자 원고지 43매가 넘는 즉석 메모를 여기서 마친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200자 원고지 43매가 넘고 다른 일도 해야 하니 도저히 더 이상 쓸 수 없어.
10. 8. 월요일 정오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