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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춥다

카네기 홀, 에드워드 호퍼 스튜디오, 첼시 오픈 스튜디오

by 김지수


뉴욕 너무 춥다. 왜 갑자기 말없이 겨울이 찾아온 거야? 너무 추워 정신을 잃을 거 같아. 며칠 전 습도가 너무 높아 선풍기도 켰는데 난방이 되는 아늑한 공간이 그리워. 계절이 변하니 하얀 서랍장을 열었다. 두터운 스웨터 하나 찾아내 다행이다. 겨울옷 쇼핑하러 가야 할까. 맨해튼에 가면 예쁜 옷도 많은데 왜 내 서랍장에 낡고 오래된 옷만 가득하지.

지난번 첼시 갤러리에서 본 PETAH COYNE 아티스트는 12년 동안 브루클린 그린포인트에서 난방이 안 되고, 목욕탕도 없고, 수돗물도 없는 곳에서 어찌 살았을까. 위대한 예술가의 정신이 그 힘든 고통을 견디고 버티게 했을까. 뉴욕 렌트비가 너무 비싸 저렴한 방을 찾다 보면 인간이 머물기 힘든 환경 속에서 여러 명 함께 지낸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고, 함께 방을 사용하는 뉴요커들도 많고, 그래서 룸메이트와 트러블로 뉴욕 생활이 힘들다고 불평하는 것은 흔해 빠진 이야기다. 하지만 그 화가가 지낸 환경은 너무나 특별했다. 디킨스 소설에 나오는 환경이라고 하는데 런던도 그리 가난하게 지낸 사람들이 많았을까.

빈부 격차가 하늘과 땅 보다 더 큰 뉴욕 거리거리에 홈리스 가득한데 이 겨울 어찌 지낼까. 겨울이 오면 걱정이 태산이지. 추위가 정말 무섭다는 것도 뉴욕에 와서 깨닫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추위. 뉴욕 정착 초기 시절 롱아일랜드 딕스 힐에서 살 때 난방이 안되니 너무 추워 죽을 거 같았다. 프린트 기기에서 나오는 종이를 만지면 따뜻했다. 집주인에게 여러 차례 춥다고 말했고 결국 이사를 하고 말았다. 이사는 또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뉴욕은 서비스 요금 비싸니 포장 이사는 꿈도 꿀 수 없고, 혼자 짐 싸고 풀고. 그뿐만이 아니지. 아파트 구하기도 너무너무 힘든 뉴욕. 한국처럼 아파트가 흔한 것도 아니고 롱아일랜드는 맨해튼과 달리 아파트도 별로 없고, 아는 사람 없으니 어디에 아파트가 있는지도 혼자 찾아야 하고, 물론 학군 좋은 곳에 아파트 구해야 하니 구하기 더 어렵고, 뉴욕 아파트 입주 조건도 까다롭고, 신용 카드 점수와 소셜 번호 등 아파트 측에서 요구하는 조건이 아주 많아. 미국에서 신용 카드 그냥 만든 것도 아니다. 세월이 필요해. 아... 단 한 가지도 쉬운 게 없는 뉴욕 생활이었다. 학교에 수업하러 가고, 리포트 제출하면서 집안일하면서, 두 자녀 픽업하면서, 이사까지 혼자 했다. 책에서 추위로 죽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추위가 무섭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뉴욕이다.

너무너무 추운 날 아들은 친구네 집에 놀러 간다고 하고 난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요즘 북 카페에 안 가니 북 카페도 그리워 어제오늘 이틀 동안 북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아주 오랜만에 가니 낯익은 얼굴들도 보고 그곳에 가면 뉴욕 타임지 읽으며 랩톱으로 작업을 하는 분은 날 보자 깜짝 놀란 눈치. 내가 죽은 줄 알았을까.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서 핫 커피 마시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연인들은 핫 커피 마시며 사랑스러운 눈빛을 교환하고 책과 잡지를 수북이 쌓아두고 읽은 뉴요커들도 많고 나도 잠시 잡지를 뒤적뒤적거렸다.

오늘 일요일 오후 3시 카네기 홀에서 열리는 공연 보러 지하철을 타고 갔다. 그곳에 가면 늘 만나는 중국인 시니어 벤저민 부부도 만나고, 사랑하는 거버너스 아일랜드 여름 음악 축제에서 여러 차례 만난 중년 남자 사진가도 보고 작곡가 뉴요커도 만났다. 사진가와 작곡가는 뉴욕 명문 스타이브 센트 고등학교 졸업해 약간 자랑스럽다는 눈치가 보이고 지구촌 어디든 명문 학교 졸업하면 평생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듯. 작곡가 뉴요커는 머릿속에 늘 영감 가득해 작곡가가 되었다고. 뉴요커들은 같은 민족끼리 어울려서 살면서 다른 민족을 무서워한다고 하니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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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chestre Révolutionnaire et Romantique




카네기 홀에서 처음 보는 오케스트라 Orchestre Révolutionnaire et Romantique 공연이 아주 좋았다. 낭만파 작곡가 베를리오즈 곡을 감상했는데 메조소프라노 (Lucile Richardot, Mezzo-Soprano)와 비올라 연주가 (Antoine Tamestit, Viola) 둘 모두 훌륭했다. 다른 오케스트라와 달리 첫 무대와 마지막 무대는 오케스트라 단원이 서서 연주하는 것도 특별했고 베를리오즈 비올라 독주 교향곡 <이탈리아의 해럴드>에서 비올라 연주가 표정이 특별했고 대개 협연하는 음악가는 무대 중앙에 서서 연주하는데 오늘은 홀 중앙 무대 왼쪽 계단에서 비올라 연주가가 천천히 무대로 오르더니 청중을 바라보는 눈빛이 마치 말을 거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카네기 홀에서 연주를 하는구나,라고.

<이탈리아의 해럴드> 곡은 베를리오즈가 파가니니를 위해 작곡한 곡이고, 파가니니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비올라를 뽐내고 싶었는데 처음에 그 곡이 마음에 들지 않아 연주를 하지 않는다고 거절했고, 1834년 초연은 다른 연주가가 파가니니 대신했고, 파가니니가 1838번 공연을 보고 나서 베를리오즈 곡이 마음에 들어 무릎을 꿇고 손에 키스를 하고 베를리오즈에게 2만 프랑을 보냈다고 한 일화가 있다고 카네기 홀에서 준 프로그램에 적혀 있었다. 그럼 파가니니는 얼마나 자주 공연을 봤는지 상상이 된다. 내가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본 것과 비교가 안 돼. 음악을 사랑한 사람은 공연을 자주 보는 거 같다.

하프와 비올라, 프렌치 혼과 비올라,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두 대의 바이올린과 첼로와 비올라가 서로 주고받는 멜로디도 있고 비올라 연주가는 무대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연주를 했다. 마치 오페라 보는 느낌이 들었고 오늘 같은 무대는 처음이었다. 물론 비올라를 위한 교향곡 연주 감상도 처음이었다.

중국인 시니어 부부는 왜 아들 안 데리고 왔냐고 묻고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고 했다. 지난번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보다 10배 이상 더 좋았다. 그때 스트라빈스키 곡이라 연주가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오늘 같은 시각에 링컨 센터에서 줄리아드 Axiom 공연 열렸고 스트라빈스키 곡 연주했는데 카네기 홀에 갈지 줄리아드 학교 공연 보러 갈지 고민하다 카네기 홀에 갔다. 특별한 무대라서 잘한 선택이었다.

어제 추워 죽는 줄 알았다. 매년 10월에 열리는 뉴욕 오픈 하우스 축제(Open House New York) 보러 아침 일찍 지하철 타고 맨해튼에 갔다. 그리니치 빌리지 워싱턴 스퀘어 파크 근처에 있는 미국 대표 화가 에드워드 호퍼가 살던 집 보러 갔다. 오픈 하우스 축제 동안 링컨 센터를 비롯 꽤 많은 곳을 방문할 수 있고, 일부는 미리 예약을 하고, 일부는 유료 일부는 무료. 호퍼 이벤트는 5불 주고 미리 예약했고 예약도 너무 어려워 가까스로 하고 기다린 축제였다. 인기 많은 곳은 메트 오페라 러시 티켓처럼 금방 예약이 끝나 너무 피곤한 뉴욕으로 변했다.

어제 비가 내려 더 춥고 오전 10시-10시 반 사이 호퍼 집 방문 예정이었는데 일찍 도착해 기다렸는데 10시가 되어도 문도 안 열어주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밀려오고 나중 발런티어 하는 사람이 도착했는데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모른다고 하더니 어디로 사라져 버리고 그 후도 오랫동안 기다렸고 결국 1시간 가까이 추운 곳에서 기다려 얼음으로 변한 줄 알았다. 몸이 꽁꽁 얼어갈 정도 추위. 어제 실수로 겨울 외투도 입지 않고 외출해 더 추웠고 갑자기 겨울이 찾아오니 그 정도 추울 거라 예상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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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니치 빌리지 에드워드 호퍼가 살던 집





그리 명성 높은 화가 호퍼가 살던 집에 괜히 방문했어. 1913년부터 1967년 사이 호퍼가 살던 곳에 오래된 난로와 아주 큰 이젤과 호퍼 사진 담은 액자가 벽에 걸려있고 아주 작은 냉장고 한 대와 작은 책장 한 개가 놓여 있고 책장에는 호퍼가 읽었던 책도 아닌 듯 짐작이 되고 아트 책은 하나도 없었으니 그리 생각을 했어. 정말 귀신 나올 거 같았지. 핼러윈 유령이 찾아왔나. 유리창으로 워싱턴 스퀘어 파크 정경이 비친 거 말고 좋은 것도 없고 꽤 작은 공간이었다. 침대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안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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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퍼 <일요일 이른 아침>





고독을 담은 미국 대표 화가 호퍼의 팬도 아니지만 너무 실망스러웠고 그의 대표작 <일요일 이른 아침>도 담은 액자가 걸려 있으나 누가 그렸는지조차 적어지지 않았다. 캔버스 질이 휘트니 미술관에서 본 작품과 큰 차이가 있었다. 사람 한 명 없는 고독한 빌딩을 담았고 이발소 표시와 소화전 표시만 보인다. 1930년 그린 작품이고 대공황 시절 뉴욕이 얼마나 고독했겠어. 1929년 10월 24일 대공황이 시작된 역사적인 날이라고 하고 1년 뒤 묘사한 작품이니 고독한 뉴욕 풍경이지. 거리에 실업자 가득한 뉴욕에서 어찌 버티고 살았을까.

다시는 호퍼가 살던 집 방문 안 할 거 같고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지도 않아. 호퍼를 특별히 사랑한 사람은 방문해도 좋을 거 같지만 차라리 휘트니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 보는 게 백배 더 좋을 거 같다. 1920년 호퍼 37세 처음으로 The Whitney Studio Club에서 첫 개인전(16 작품 전시)을 열었지만 한 작품도 팔리지 않았으니 호퍼 자신도 정말 고독했을 거 같고 늦게 명성을 얻은 작가다. 지금은 뉴욕의 대표 화가로 명성 높고 호퍼 작품 값은 말할 것도 없이 비싸겠지.

어제 호퍼가 살던 집 방문하고 링컨 센터에서 열리는 뉴욕 영화제에 가서 줄리언 슈나벨 영화감독 보려 했는데 너무 추워 꽁꽁 얼어버릴 거 같으니 영화감독 만나러 갈 에너지도 없어서 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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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니치 빌리지 화원에 장식된 호박과 국화꽃이 호퍼 집 보다 100배 이상 더 멋지더라. 가을 분위기 물씬한 거리를 걸으며 유니언 스퀘어 그린 마켓에 전시된 호박도 구경하고 북 카페에 가서 놀았다. 북 카페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플러싱에서 맨해튼에 갔으니 호퍼 집 방문하고 바로 집에 돌아오기 아쉽고 북 카페에서 잠시 휴식하고 에너지 충전해 첼시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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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첼시에서 오픈 스튜디오 행사가 열렸다. 유니언 스퀘어에서 첼시 교통이 안 좋아 천천히 걸었다. 약 30분 정도 걸었나. 힘내서 오픈 스튜디오 보러 가서 몇몇 작가 만나 이야기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처음에 만난 작가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온 여자 아티스트. 스페인의 위대한 화가 살바도르 달리와 피카소의 고향이 바르셀로나. 스페인에서 교사로 지내다 뉴욕에 와서 이스트 빌리지 쿠퍼 유니언에서 밤에 성인을 위한 아트 수업을 잠깐 받은 후 화가의 길을 간다고 하니 인상적이었다. 앤디 워홀 작품 비슷한 것도 보여 그런다 하니 남들도 그런 말 한다고. 그녀도 나처럼 뉴욕이 두 가지 색채가 있다고 하는 것에 동감한다고. 문화 예술 면은 좋지만 뉴욕의 모든 게 좋다고 말하기 어렵지. 이민자든 보통 사람으로서 견디기 너무 힘든 도시가 뉴욕. 비싼 렌트비 누가 주면 좋겠어. 해마다 인상되는 렌트비 숨이 헉헉 막히지. 그런데 여기저기서 기부금 내라고 연락이 오고 정말 미칠 거 같아. 그 후 계속 몇몇 스튜디오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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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출신 젊은 여류 작가는 16개국에서 살았다고 하니 놀랐고 일본 동경을 사랑한다고. 2000년 초 폴란드에 방문했다고 하니 그녀가 놀랐다. 쇼팽 공원과 아우슈비츠 수용소도 방문하고 폴란드 소금 광산 등 여러 곳을 방문했다. 과거 소금이 아주 비쌌다는 이야기도 듣고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다시 방문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잔혹한 광경을 보여주었다. 동경에 뮤지엄과 갤러리가 많다고 들었는데 그녀는 동경이 아주 좋아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하고. 그녀가 사랑한 프란시스 코폴라 레드 와인도 주니 감사한 마음으로 와인 마시며 그녀 이야기 들어 행복했다. 그 많은 나라에서 어떤 삶을 살았을지 몹시 궁금했지만 오랜 시간 뺏고 싶지는 않아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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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방문한 작가 작품 보고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느낌이 난 다고 하니 그 작가가 나 보고 "눈이 좋다"라고 해서 웃었다. 호크니와 가까운 친구고 호크니 무명 시절 로스앤젤레스에 살 때 그의 집에서 함께 살았다고 하니 놀랐다. 그가 그리고 있는 정원 작품 보여 주면서 호크니 비슷하냐고 물어서 내가 호크니 작품은 더 단순하게 묘사한다고 하니 그 화가가 웃었다. 꽃을 담은 작품 보고 내가 화가라면 꽃을 더 크게 그릴 거 같다고 충고도 했다. 내게 눈이 좋다고 하니 그런 말도 하고 자주 갤러리에 가서 전시회 구경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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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가는 내년에 전시회 개최할 예정이라고 내게 이메일 주소 적어 달라고 해서 적었는데 내 글씨를 알아볼 수 없다고 하니 웃었다. 나 혼자 알아볼 수 있나. 실은 나도 적은 후 알아볼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어떤 작가는 시 낭송 이벤트 연다고 하고, 어떤 작가는 치즈와 포도와 샐러드 등 음식도 준비했으나 침묵을 사랑하는지 말이 없고 그림을 보니 핑크색을 많이 사용해 핑크색 사랑하세요? 라 물으니 그런다고 하고. 만약 내가 부자라면 그림을 사고 싶은 화가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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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작품 구입하고 싶은 작가 스튜디오 Ian M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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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 동안 그림을 그렸다고 한 화가는 백발의 노인. 주름살 가득한데 그림이 아주 좋았다. 왜 돈이 없는 거야? 돈이 있다면 어제 그림을 구입했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그 외 미술 학교에서 수업도 하고 빈 시간 그림도 그리는 화가도 만나고. 소호에서 처음으로 갤러리를 오픈한 폴라 쿠퍼 갤러리 50주년 전시회 오픈 한 <폴라 쿠퍼 갤러리>도 어제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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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최고 화랑 첼시 폴라 쿠퍼 갤러리





첼시 스타벅스가 있는 26번가에 위치. 첼시 291 서점도 운영하는 그녀. 그녀 갤러리에서 공연과 시 낭송 이벤트도 연다고 하고 그녀 갤러리에서 오래전 오래전 첼리스트 린 하렐도 연주를 했다고 해서 놀랐다. 한국에서 지낼 적 그의 첼로 연주를 시디로 들어서. 그가 뉴욕과 인연 깊은 줄 몰랐다. 폴라 쿠퍼 50주년 전시는 내게 수준이 너무 높아 이해력이 떨어졌다. 붉은 벽돌 28개 나란히 세워두고 아트라 하니 뉴욕에서 탄생하지 않은 나로서 이해가 어렵기만 하고, 도널드 저드 등 몇몇 작가 작품이 전시되어 있더라.

현대 미술은 역시 어렵기만 하다. 댄 플래빈의 형광등 아트는 몇 년 전 첼시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에서 보고 놀랐고 아름다운 형광등 색에 감명받았지만 어제 폴라 쿠퍼 갤러리에서 본 댄 플래빈의 작품이라고 벽 모서리에 세워둔 형광등은 아트라고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현대 미술은 브랜드 아트 아닌가 싶다. 명성 높은 작가의 작품이라면 가격이 하늘로 치솟고 마치 벌거숭이 임금님 같다는 생각도 들고. 가끔 크리스티 경매장에 가면 도저히 수백 년 전에 그린 작품이라고 느낄 수 없는데 명성 높은 화가 이름이 붙여져 있고 말할 것도 없이 가격은 보통 사람 상상을 초월해. 어제 첼시 갤러리에서 만나 화가랑 그런 거에 대해 이야기도 나눴다. 그녀랑 나랑 같은 의견이더라. 그럼 명성은 어디서 나온 거야? 명성 높은 뮤지엄에서 회고전 열리면 무명작가가 하루아침에 명성 높은 작가로 변신하지. 유명한 아트 딜러가 운영하는 갤러리에서 전시회가 열리면 역시 무명작가 그림 값이 올라가고.

이제 시월 초 열리는 뉴요커 축제도 막이 내리고, 뉴욕 오픈 하우스 축제도 막이 내리고, 뉴욕 영화제도 막이 내렸다. 주말 기온이 뚝 떨어져 너무 추워 카네기 홀에서 베를리오즈 곡 감상하고 집에 돌아와 라면 끓여먹고 밀린 주말 기록을 마쳤다. 아, 이 추운 겨울 어찌 지낼까. 친구네 집에 놀러 간 아들은 조금 전 집에 돌아왔다.

믿을 수 없구나. 뜨겁게 태양이 활활 타오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꽁꽁 얼어붙을 거 같은 겨울 날씨야.




10. 14 일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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