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하늘은 흐리고 날씨도 춥고 마음은 더 춥고 갈 곳이 없어. 땅속으로 들어갈 날이 점점 가까워질까. 우편배달부가 배달한 레터 가운데 메트 뮤지엄에서 기부금 내라고 하니 웃었다. 메트 뮤지엄에 기부금 낼 정도로 돈 많으면 좋겠어. 하늘나라로 여행 떠난 JP Morgan에게 돈 버는 재주를 알려달라고 할까 봐. 나라에 돈 빌려줄 정도로 돈이 많았다고 하는데 어디서 그 많은 돈 벌었을까.
뉴욕에서 고독하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뉴욕에서 탄생한 에드워드 호퍼가 고독을 주제로 많은 그림을 그렸지. 호퍼 하면 고독이 떠오른다고. 대공황 시절 뉴욕이 얼마나 암담하고 우울했겠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거리에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지. 뉴욕에서 탄생한 호퍼가 고독하다고 하면 뉴욕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민자의 고독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부자가 가난한 사람 마음 알 수 없듯이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결코 이민자 마음을 헤아릴 수 없을 거다. 이민의 두 글자는 이민을 오면 뼈저리게 느낀다. 이민이 그냥 단순한 이민이 아니고 얼마나 많은 문제가 함축되었는지 살아보면 느낀다. 이민자가 받는 소외감이 무엇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럼에도 참고 견디고 사는 슬픈 이민자가 뉴욕에 많다. 미장원 헤어 커트 비용 비싼 거는 아무것도 아니다. 너무너무 살기 힘든 도시가 뉴욕. 소수 능력 많은 사람은 예외가 되지. 보통 사람 이민이 정말 힘들다는 말이다.
뉴욕에서 홈리스 되는 거 "식은 죽 먹기"인 줄 몰라. 맨해튼에 가면 거리거리에 홈리스 넘친다. 지하철에도 홈리스 넘치고 도와 달라고 외치는 홈리스 매일 본다. 자본주의 꽃이 피는 곳이 바로 뉴욕 아닌가.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와서 매일 조금씩 눈을 뜨며 새로운 세상을 본다. 한국에서 본 적이 없는 거대한 자본의 물결.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어찌 뉴욕에 왔을까. 줄리아드 학교가 있다는 것만 알고 왔는데 한국과 너무나 다른 새로운 세상에 노출된다.
지난봄 카네기 홀에서 마우리치오 폴리니 공연이 열린 날 크리스티 경매장에 갔는데 갤러리 전시회를 보려면 예약을 해야 한다고. 언제 예약제도로 변했는지 모르고 갔는데 바로 볼 수 없다고 하니 그냥 나왔다. 다음날에 가니 일반인은 예약도 불가능하더라. 아트 구입할 귀한 손님들에게만 오픈한다고 하니 어쩌겠어. 데이비드 & 페기 록펠러 컬렉션 아트 경매 전시회를 결국 놓치고 말았는데 그때 500 밀리언 달러어치 팔 거라 예상했는데 832.6 밀리언 달러어치를 팔았으니 크리스티 경매장은 얼마나 좋았을까. 정말 보통 사람은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돈이 오가는 미술 시장이다.
세계 미술 시장을 주름잡는 가고시안 갤러리 1년 수입이 1조를 넘는다고. 전 세계에 16개 갤러리가 있고 맨해튼 첼시와 어퍼 이스트사이드에도 갤러리가 있다. 그곳 갤러리 직원 1년 수입은 35000불 정도라고 하고 2016년 뉴욕 주에 낸 세금이 4.3 밀리언 달러라고 하니 뉴욕에서 얼마나 사랑하는 아트 딜러일까.
래리 가고시안 아트 딜러 경력도 특별하다. UCLA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결코 미술사를 공부하지 않았어. 어떤 직장에서 1년 정도 일하다 해고되어 주차장 매니저로 일하기도 하고 로스앤젤레스 거리에서 포스터를 팔았다고 하지. 그런데 지금은 세계 미술 시장에서 파워를 행사하는 거물급 아트 딜러다. 맨해튼 어퍼 이스트사이드에 호화 주택이 있다.
세계 현대 미술 시장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첼시에 약 300여 개가 넘는 갤러리가 있고 가고시안 갤러리 두 곳도 포함된다. 지난번 페이스 갤러리에 가니 한국에서 그림값이 높다고 잘 알려진 이우환 작가의 전시회가 열리는데 그의 작품값도 어마어마하더라. 워낙 그림값이 비싸니 이우환 화백이 1분 동안 최소 2-4억 원을 창출한다고 하니 무슨 세상인지 몰라. 첼시 갤러리에 이우환 작품이 꽤 많은데 어느 정도 금액인지 상상이 될까.
현대 미술의 거장으로 알려진 중국 화가 장 샤오강의 작품 역시 지금 첼시 갤러리에서 열리는데 1988 홍콩 소더비 경매장에서 110억 원에 팔렸다고 하고 그럼 첼시에서 거래된 작품값이 얼마나 될까.
맨해튼 월가 뉴욕 증권거래소 하루 거래 금액이 US$169 billion ( 2013), US$21.3 trillion ( June 2017). 보통 사람 상상으로 부족한 자본 아닌가.
지난주엔가 뉴욕 무료 정보지에 올려진 맨해튼 미드타운 아파트값이 85 밀리언 달러(10 베드 룸/한국 돈으로 850억 원이 넘는다는 말), 퀸즈 21. 9 밀리언 달러(3 베드 룸), 브롱스 7.4 밀리언 달러(4 베드 룸).
뉴욕에 오면 '자본주의'가 뭔지 깨닫게 된다. 해마다 인상되는 렌트비로 서민들은 힘들어 죽겠다고.
거꾸로 부자들은 해마다 인상되는 부동산 값과 주식과 예술품 등이 올라가니 얼마나 행복할까.
2009년 뉴욕 시장 블룸버그 라디오 인터뷰도 인상적이다. 뉴욕 시장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 뉴욕 책 <Vanishing New York, p 200)에 나온 인터뷰.
해마다 한국 유학생들이 줄어든다고 신문 기사에 적혀있다. 유학 관계자들은 울상이겠어. 한국 학생 숫자도 줄고, 미국에 와서 유학해도 미국에서도 한국에 돌아가도 일자리 구하기 어려운 것도 큰 역할을 하고, 더구나 트럼프 시절 학생 비자와 취업 비자받기 너무 힘들고 어려워 유학생 숫자가 줄어든다는 말도 들려오고 인터넷에 올려진 글로 보면 미국 유학생으로 1년 번 수익 총액이 약 305억 달러(2015년 보고).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30조가 넘는 거대한 금액이 미국에 유학 온 학생들에게서 나온다.
미국에서도 컴퓨터 자동화로 매년 약 12% 이상이 일자리를 잃어간다는 보고도 어디서 읽은 기억도 난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교육열이 높고 상류층 집안은 고액 튜터도 시키고 1시간당 100불이 넘고 너무너무 비싸도 상류층 집안에게는 무리가 없을 테고, 한국과 다른 점은 미국 전체 학생들이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는 점. 미국은 광활한 나라이므로 지역마다 편차가 아주 크고 뉴욕도 상류층과 중산층과 워킹 클래스 집안 형편이 다르니 교육도 다르게 할 테고.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1년 유학 비용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평균 약 1억을 쓴다고 들었다. 주립 대학은 더 저렴한 편이나 역시 학생들 씀씀이가 다르니 한마디로 말하긴 어렵고 매일 파티하고 노는 사립대학 학생들도 아주 많다고 하고.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하버드대, 예일대, 프린스턴대, 콜럼비아대를 비롯 아이비리그 대학 1년 학비가 약 5만 불이고 그 외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이 비용이 상류층 집안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나 매달 렌트비 내는 것도 죽을 거 같다고 힘들어하면서 학비 비싼 사립 대학에 자녀 보내고 나서 은행 빚 갚느라 힘들어 죽겠다고 하는 이야기도 가끔 듣곤 한다. 이러다 죽을 때까지 빚 갚겠다고 하니 옆에서 눈물이 나더라.
미국에서도 특히 뉴욕과 보스턴 등 일부 도시에서 좋은 직장 구하기 하늘에 별 따는 거처럼 어렵고 힘들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학연도 중요하고 인맥도 아주 중요하다. 부모와 형제 인맥 동원해 좋은 직장 구한다. 거기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그럼 이민자는 어떤가? 일단 스폰서 해 줄 직장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 거의 해주지 않는다. 요즘 이민국 법도 더 까다롭고 말로 할 수 없다. 언어 장벽도 큰 역할을 한다. 소수 능력 많은 사람은 예외가 된다. 능력 많고 재주 많은 사람은 어디든 환영이다.
이민자는 미국에서 태어난 학생들과 다른 경쟁을 할까. 천만에. 같은 경쟁을 한다. 그러니 이민자가 겪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이해를 할까.
이민자도 각각 다르다. 이민 1세와 1.5세와 2세는 다른 입장이다. 이민 2세는 신분 문제로 고통받지 않는다. 또 결혼 등으로 쉽게 영주권을 해결한 사람 역시 예외가 된다. 스스로 비자 문제로 고통받지 않은 사람은 이민자일지라도 비자 문제가 얼마나 큰지 잘 모른다.
뉴욕은 매년 약 6천만 명이 넘는 여행객이 찾는 도시. 2016년 여행객이 지출한 돈이 약 4.2 빌리언 달러(한화 4.2조 원이 넘어).
뉴욕은 겉으로 화려하게 보이지만 안으로 보면 거대한 자본이 오가는 도시다.
아,...
뉴욕이 얼마나 특별한 도시인지 알까.
뉴욕에서 위를 바라볼 수도 없어.
땅 아래만 쳐다보고 사는 것도 너무너무 힘든 도시다.
위에 적은 내용이 전부 농담이면 좋겠다.
10. 16 화요일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