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가먼트 디스트릭트 아트 축제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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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Arts Festival/ Garment District





눈부신 파란 하늘 하얀 구름이 하늘에서 춤을 추고 아파트 뜰은 오래된 빌딩 그림자와 나무들 그림자만 비치고 노란 민들레 꽃은 안녕하고 떠나버렸다. 지난번 아파트 슈퍼 부인이 잔디 깎는 작업을 할 때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작별을 했나 봐. 황금빛 가을 햇살이 하얀 창가로 비추나 여전히 춥기만 하다. 막 정오가 지날 무렵 드문드문 도로에 차들이 달리고 새들은 어디로 숨었는지 새들의 합창도 들려오지 않는다. 어젯밤 오랜만에 노란 달님을 봤다. 맨해튼에 가서 늦은 밤 집에 돌아올 무렵 밤하늘을 보니 노란 달님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한동안 달님도 볼 수 없어서 안부가 궁금했고 달님은 멀리서 내 마음을 읽고 있었을까.

여기는 뉴욕. 매일매일 수많은 축제와 행사가 열리는 문화 예술의 도시다. 하지만 내가 눈을 감으면 세상은 어둠 속에 잠긴다. 스스로 찾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눈이 있지만 장님이 된 격. 어느 날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다른 나라에 와서 공부하고 살고 있으니 아직도 알에서 깨어나는 중. 매일매일 조금씩 눈을 뜨며 새로운 세상을 보고 있다. 언제가 뉴욕 생활이 마지막일지 모르지만 어릴 적 꿈과 열정으로 맨해튼 세상을 노크하며 낯선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는다.

어제도 브런치를 먹고 글을 쓰고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타고 맨해튼에 갔다. 어디서 내릴지 고민하다 플러싱 메인 스트리트에서 로컬 7호선에 탑승 종점역에서 내려걸었다. 맨해튼 포토 오소리티 버스 터미널이 어제 첫 방문지. 화장실이 급해서 갑작스럽게 화장실부터 찾았고 맨해튼에 공중 화장실이 드물고 문득 버스 터미널이 생각났다.

오래전 메가 버스를 타고 보스턴 여행할 때 버스를 기다리다 화장실을 이용했던 곳. 또 수년 전 뉴저지에서 열리는 본 조비 락 공연 보러 버스 타러 갔던 곳. 그날 밤늦게 공연이 막이 내려 맨해튼에 늦게 도착해 다시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으니 얼마나 늦었는지. 본 조비 팬은 아니지만 미국 록 공연이 궁금해 티켓을 구입해 버스를 타고 뉴저지에 가서 공연을 봤는데 너무나 큰 공연 규모에 놀랐고 사람들은 맥주와 와인을 마시며 춤을 추며 록 공연을 보며 행복한 모습이었다.

또 버스 터미널에 있는 스타벅스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냈던 기억. 화장실에 다녀오고 터미널을 나오면 뉴욕 타임지 빌딩이 보인다. 잠시 생각했어. 뉴욕 타임지 기사들은 매일 기사 작성하고 데드라인에 맞춰야 하니 숨 가쁜 생활을 할 것이고 스트레스 넘쳐도 즐겁게 일해야 하는 직장 아닌가. 뉴욕 타임지 칼럼니스트들도 생각하고 근처에 있는 서점에도 방문하고 싶었으나 이벤트에 늦을 거 같아 그냥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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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트 축제(Arts Festival/ Garment District)가 시작했다. 10월 18일- 20일 사이 열리는 축제. 매년 시월에 열리고 작년에 처음을 방문했고 두 번째 축제를 보러 갔다. 무엇보다 작가 오픈 스튜디오 행사가 나의 관심사. 낯선 작가들 만나 이야기하며 그들의 삶에 대해 듣는 게 참 좋다. 또한 작가들의 작업 공간을 보는 재미도 좋아. 오픈 스튜디오 행사 시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입할 수 있지만 재정 형편이 허락하지 않으니 눈으로 그림을 보고 작가들 이야기 듣는 것만으로 만족해야지. 작년에 봤던 작가도 다시 보고 그녀는 1년 사이 체중이 많이 줄게 보였다. 따님을 큰 캔버스에 담은 그림도 보고 아들 데생도 보고 맨해튼 레스토랑 웨이터를 담은 그림도 봤다. 작품의 주인공이 누구냐 물으니 친절하게 설명을 하는 작가. 웨이터의 특별한 태도가 좋아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고 설명을 했다. 내게도 그런 추억이 있다. 카네기 홀 옆에 있는 러시안 티 룸 레스토랑 웨이터가 너무 특별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아들과 내가 오래전 방문했을 때 국빈 대접을 해서 황송했다. 링컨 센터 이탈리아 레스토랑 웨이터 역시 특별했다. 늘 특별한 손님들을 만나서 그럴까. 화가 따님을 담은 작품은 22000불 정도나 만약 구입하면 가격은 흥정할 수 있다고. 다른 작품은 더 저렴한 편이라고 했다. 어쩌면 40대가 아닌 50대 중년으로 보인 화가는 매일 작업실에서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니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하며 스튜디오를 떠났다.

어제도 방문객이 아주 많았다. 어제저녁 6시 축제가 시작했는데 시간이 조금 흐르자 아주 많은 방문자들이 밀려와 작가들과 이야기하는 게 쉽지 않을 정도였다. 방문자들로 둘러 싸인 작가에게 말을 거는 것은 쉽지 않아. 우연히 링컨 센터와 소더비 경매장에서 가끔 뵈는 백발 할머니도 보고, 최근에 분명 어디서 봤는데 기억이 안 나는 백발 할아버지도 보았다. 내가 가는 곳이 늘 정해져 있고 링컨 센터와 카네기 홀과 줄리아드 학교 등일 텐데 줄리아드 학교는 아닌 것 같다. 얼굴에 주름살 가득한 백발노인이 아트 축제에 찾아오는 맨해튼 문화 언제 봐도 놀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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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낯선 작가 스튜디오를 방문. 어떤 작가는 매일 뉴욕 타임지 부고 난 기사를 모은다고 하고 과거에 백인 중심이다 점점 다양한 인종으로 변한다는 말도 들어 흥미로웠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관심 많다는 작가 작품 한 개는 500불이라고 아주 작은 사이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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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미술계도 남자 중심 사회였고 1889년 미국 최초 여자 아티스트 중심 조직) NAWA /National Association of Women Artists, Inc)이 설립되어 많은 활동을 하고 있고 미국의 인상주의 화가 Mary Cassat와 뉴욕 휘트니 미술관을 설립한 Gertrude Vanderbilt Whitney도 회원에 속한다고. 어제 그 갤러리에서 만난 할머니 화가는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하며 벽에 걸린 작품을 보여줘 혹시 롱아일랜드 바다 아니냐 물으니 그런다고 해 웃었다. 조용하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뉴욕 롱아일랜드 바다 정말 그립다. 차가 없으니 너무나 먼 곳으로 변해 버렸어. 사랑하는 파이어 아일랜드와 존스 비치도 보고 싶다. 그리고 이름도 잊어버렸지만 어느 날 땡볕 아래 차를 타고 해변을 찾아가 너무나 조용해 푸른 바다를 보며 잠시 쉬고 있을 때 내게 말을 거는 중년 뉴요커.

-이 해변은 프라이빗입니다. 여기 사는 주민만 이용해요.

한국에서 프라이빗 해변은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고 해변을 떠났다. 바로 옆에 퍼블릭을 위한 해변도 있었다. 푸른 바다 넘실거리는 파도를 보며 잠시 쉬었던 바닷가도 문득 생각이 난다. 한국 문화와 뉴욕 문화가 다르고 심지어 해변까지 개인 소유이니 얼마나 놀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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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낯선 작가 스튜디오를 방문. 서울대를 졸업하고 뉴욕에 와서 공부한 아티스트 작품도 보고 잠깐 이야기를 했는데 브루클린 부시윅 스튜디오에서 활동하나 몇 년 전 맨해튼으로 옮겨왔다고. 고독한 브루클린 밤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에드워드 호퍼가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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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혼혈 아티스트도 만났다. 라스트 네임이 "김"이라 한국에서 왔냐고 물으니 아버지가 한국인이라고. 데이비드 호크니 그림 느낌이 느껴져 그에게 물으니 호크니에게 미술 수업을 받았다고. 혼혈 작가는 예일대 출신이고 그림이 좋았다. 그 외도 꽤 많은 작가를 보았고 좋은 작품임이 느껴져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방문객이 너무나 많아 개인적으로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어 아쉬웠다. 일본계 할머니 아티스트 작품도 보고 미국 패션 잡지 보그지 10월/2018 표지에 실린 그림을 그린 화가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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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공부했냐 물으니 파리에서 공부했다고. 작품이 마음에 들어 명함 있냐 물으니 보그지 표지에 나왔으니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하고 명함은 없다고.

맨해튼은 변신 중. 길을 걷다 보면 공사장 현장을 목격한다. 그런 맨해튼 풍경을 담은 작가 그림도 보았다. 언젠가 뉴욕에 여행 온 분에게 소감을 물으니 "뉴욕은 공사 중"이라고 해서 웃었다. 뉴욕에 여행 와도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것을 보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여행객 많은 뉴욕에 오면 번잡하고 피곤하기만 하다. 만약 누가 뉴욕 여행 온다면 미리 뉴욕에 대해 조사를 하고 좋은 계획을 만들어 방문하라고 권하고 싶다.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도 조금 마시고 맥주 캔을 열어 조금 마셨으나 1/3도 마시지 못하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요즘 맥주를 거의 마시지 않으니 도저히 먹을 수 없더라. 치즈와 포도도 좀 먹고 낯선 작가 만나 이야기 듣고 타임 스퀘어 근처에서 지하철 타고 밤늦게 집에 돌아와 휴식을 했다. 노란 달님이 속삭이고 있었다.

어제 콜롬비아 대학과 맨해튼 음대와 월가에서 열리는 공연도 꼭 보고 싶었지만 시간적으로 겹치니 도저히 볼 수 없어 선택을 해야만 했다. 어제는 맨해튼 가먼트 디스트릭트에서 열린 아트 축제에 방문했다. 뉴욕은 세계 패션의 수도이고 가먼트 디스트릭트는 뉴욕의 패션 센터다. 그곳에 아트 스튜디오 빌딩이 있고 많은 작가들이 창작을 하는 곳이다. 아트 축제가 열려 작가 스튜디오도 보고 낯선 작가들과 이야기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흐를수록 뮤지엄과 미술관보다 맨해튼에서 열리는 아트 축제와 첼시 갤러리 등에 더 많은 관심이 간다. 왜냐면 뮤지엄과 미술관은 오랜 역사의 향기가 간직한 곳이지만 살아있는 미술품은 지금 그 순간 열리는 축제에서만 볼 수 있어서. 그 순간에만 열리는 축제에 자주 방문하는 것은 또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언제 어디서 무슨 축제가 열리는지 알아봐야 하므로. 고통 없이 무얼 이루리. 좋아하는 작가 오픈 스튜디오에 찾아가는 것도 정열 없이 불가능해.


10. 19 금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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