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골웨이와 홍혜경

맨해튼 음대 마스터 클래스

by 김지수


시월의 가을 햇살이 하얀 창가로 비추나 왜 이리 추워. 현재 기온 7도. 겨울보다 더 추워. 아직 한겨울 추위에 적응하지 않아 더 춥나 보다. 목요일 아침 늦잠까지 자고 일어나니 시간 도둑맞은 거 같아. 할 일은 태산 같은데 왜 늦잠을 잔 거야. 매일 새벽에 일어나 직장에 출근하러 가던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 너무 게을러졌을까. 얼마나 힘든 시절이었던가. 모두 잠든 새벽에 일어나 아이 맡기고 직장에 출근해 밤늦게 돌아오며 정신없이 살았던 때가. 벌써 수 십 년 세월이 흘러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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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마법 같은 시간을 보냈다. 아들과 함께 지하철 타고 맨해튼에 가서 전설적인 플루트 연주가 제임스 골웨이도 보고 세계적인 성악가 홍혜경도 보고. 맨해튼 음대에서 플루트와 성악 마스터 클래스가 열렸고 플루트는 미리 한 달 전 티켓을 구했다. 한국에서 지내던 시절 자주 들은 두 명의 음악가. 맨해튼에서 두 음악가 마스터 클래스 본 것은 처음. 제임스 골웨이 목소리도 플루트 연주도 모든 게 영화 속 주인공 같았다. 80세 다 되어가는데 강의실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여니 얼마나 특별한 분인지. 플루트 소리도 정말 아름답고. 노장의 할아버지 음악가 귀엽다고 표현하면 안 될까. 아이폰 시리를 사용할 줄도 아니 놀라고 재미있고. 알라딘 램프처럼 시리에 게 "이곡을 연주해보세요"라 하고.




학생들이 무대에 올라 플루트와 피아노 연주를 하고 제임스 골웨이가 강의를 하고 낯선 플루트 곡도 들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멈추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아름다운 플루트 소리에 황홀하지만 한인 홍혜경 성악 마스터 클래스도 보고 싶어 밀러 극장을 떠났다. 밀러 극장은 지난번 바이올리니스트 카바코스 마스터 클래스가 열렸던 홀. 그때도 아들과 함께 카바코스 강의를 들었다. 너무나 멋진 마스터 클래스. 아들도 카바코스가 스승이었다면 바이올린 전공했을지도 몰라하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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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우린 그린필드 홀에 도착. 이미 홍혜경 성악 마스터 클래스가 열리고 있었다. 아름다운 바리톤의 목소리가 홀에 울려 퍼지던 무렵 우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빈자리에 앉아 아름다운 아리아를 감상했다. 한국에서 지낼 적 언론과 음악 잡지 등을 통해 알게 된 홍혜경. 메트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성악가 소프라노. 그녀 마스터 클래스를 어제 처음 보았다. 영화배우처럼 아름다운 몸매. 얼마나 관리를 잘 하는지 놀랍기만 했다.

어제 성악 마스터 클래스 받은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한인 출신. 맨해튼 음대 성악 프로그램 정말 좋다. 한국에서 오페라를 볼 기회가 없어서 오페라가 아름답다는 것도 몰랐다. 런던과 시드니 등 세계 여행을 할 때 가이드에게 오페라 보고 싶다고 하니 이런 곳에서 오페라 보려면 2년 전에 티켓 구입해야 본다는 말도 들었고 내게는 영원히 기회가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뉴욕에 오니 학생들을 통해 오페라 아리아를 접하게 되었고 자주자주 공연 보니 차츰 귀가 열리게 되었다고 표현해야 할까.

어릴 적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지만 오페라는 내게 머나먼 나라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었다. 물론 음악 시디로 가끔 아리아를 들었지만 라이브 공연과 녹음은 아주 큰 차이가 있어서 잘 몰랐다. 수 십 년 전 학교에서 근무할 적 음악 선생님 전공이 성악. 멋쟁이 음악 선생님이 주말 대학원 교수님에게 성악 레슨 받으러 간다는 것을 그때 난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분과 나 모두 음악을 사랑하니 가끔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오래전 일이다. 연하의 남자와 결혼해 어느 날 남편이 자살을 하고 세상을 떠나 버려 믿을 수 없는 슬픔에 잠긴 선생님 이야기를 자취방에 가서 들었다. 남편이 자녀 출산하는 것을 반대해 자녀도 없이 홀로 지내는 멋쟁이 음악 선생님도 그립다.



홍혜경은 15세 줄리아드 음악 예비학교에서 장학금으로 공부하고 줄리아드 학교에 진학하고 졸업 후 메트 오디션에 합격해 활동 중. 홍 씨가 뉴욕 한인 교회에서 스물넷에 한 선종 변호사를 만나 결혼했고 2008년 7월 남편은 저세상으로 떠났다고. 두 명의 딸과 아들을 두고. 2007년 12월 암 선고를 받고 7개월 동안 투병하다 먼저 가 버려 슬픔에 잠겨 2년 동안 오페라 가수로 활동도 중지했고, 그녀가 남편 사별로 삶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얼마나 남편을 사랑했으면 오페라 활동을 중지했을까. 가족 사랑이 대단한 성악가의 인간미가 너무나 매력적이다. 어려운 일을 경험하면 홍 씨처럼 삶을 돌아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사랑하는 제임스 레바인 지휘자가 홍 씨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하고. 동양인 최초로 링컨 센터 메트에서 활동해 얼마나 고독하고 외로웠을지.


아들은 엄마와 비슷한 50대인데 세계적인 소프라노로 활동한 홍혜경을 처음 보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고. 주위 엄마 친구들과 아들 친구 엄마들 모두 평범한 엄마들 봤는데 메트에서 활동한 성악가니 너무 특별하고. 홍 씨는 15세 유학을 와서 지금 59세라 하니 44년을 뉴욕에서 지냈고 난 40대 중반 어린 두 자녀 데리고 와서 지내니 상황이 얼마나 다를까. 40대 중반 이민 와서 힘든 이민 생활에 적응하는 것도 어렵기만 하지.

제임스 골웨이처럼 전설적인 음악가라 마스터 클래스에 꽤 많은 학생들과 교수님이 찾아왔지만 맨해튼 음대 성악 마스터 클래스는 언제나 인기 많아 홀은 방문객으로 가득 찬다. 어제 아들은 엄마가 왜 오페라 아리아를 좋아하는지 더 이해가 왔다고 하고. 저녁 7시 지나도 막이 내리지 않았으나 맨해튼에 살지 않고 학교를 나와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으로 돌아와 플러싱 삼 원 각 식당에 가서 식사를 했다. 어제는 오랜만에 탕수육과 함께 짜장면도 먹었다. 짜장면 가격이 7.99불+ 세금+ 팁. 가격이 저렴하지 않아 자주 먹지 않았는데 아들이 먹고 싶다고 하니 주문을 했다.

식사를 하고 옆에 위치한 한인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택시를 불렀는데 뉴욕에 2000년에 오셨다고 하고 트렁크에 테니스 라켓이 보여 아들이 기사님에게 "테니스 좋아하세요?"라 물으니 그런다고 하고. 매일 아침 테니스 치러 간다고 하니 열정이 느껴졌다." 유에스 오픈 테니스 보세요?" 물으니 그분이 본다고. 페더러 팬인데 노장이라 이제 은퇴할 시기라고 하고. "뉴욕 생활 어떠세요?" 물으니
"그냥 그저 그래요. 한국도 뉴욕도 삶이 다 그러지요."라고 하셨다.

카카오톡 서비스 센터에 문의를 한지 며칠 지났지만 소식이 없었고 어제 오전 브런치가 열려서 <뉴욕 산책 브런치>에 글 올렸다.
가을 햇살은 반짝반짝 비추고 삶도 반짝반짝 빛나면 좋겠다.




10. 25 목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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