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으로 떠난 딸 배웅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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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둘이서 보스턴으로 돌아가는 딸을 배웅하러 메가 버스 탑승하는 곳에 갔다. 보스턴과 뉴욕은 버스로 약 5시간 거리. 직장에서 일하는 딸 뉴욕 방문이 가볍지는 않아 늘 미안하고 한편으로 영화도 보고 식사도 하고 산책도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좋고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한다. 어제 정오 무렵 뉴욕에 도착해서 다음날 버스를 타고 보스턴에 돌아가는 일정 이틀 48시간 가운데 10시간을 버스를 타고 달리니 결코 가볍지 않다. 10시간만 소요되는 것도 아니다. 터미널에서 집에 가는 시간도 고려하면 왕복 12시간에 가깝고 뉴욕에서 오후 늦게 출발한 버스를 타고 떠나 늦은 밤 보스턴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면 집에는 자정 무렵에 도착할 거 같고 내일 아침 일찍 직장에 출근해야 하니 얼마나 피곤할지.

직장에 가면 쉬지 않고 일해야 하고 상사는 무슨 일을 시킬지 걱정도 하고 직장 생활하는 게 누가 쉽다고 할까. 어디나 다 마찬가지다. 스트레스 없는 직장이 세상에 어디에 있으리.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겠지. 내가 직장 생활할 때도 너무나 피곤했지. 매일 고속버스 터미널에 가서 버스를 타고 달리고 왕복 5시간 걸렸다. 참고 견디고 하는 시간이 아주 길고 길었다. 누가 살림을 도와준 사람도 없었고 내가 살림을 맡길 마음도 없었고 딸 임신을 한 뒤로 버스로 통근을 했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과연 해낼 수 있을지 스스로 의문이 든다. 승용차가 있었지만 여자니 운전하면 안 된다고 하니 차를 사용할 수 없어서 버스를 타고 통근했다. 승용차 구입 시에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돈은 내가 전부 갚았는데 차를 사용할 수 없었어. 얼마나 답답한 세상에서 살았는지.

7호선 종점 허드슨 야드 근처에 있는 메가 버스 탑승하는 곳에 가까스로 도착. 하마터면 버스를 놓칠 뻔했다. 어쩌면 늦게 도착할 거 같으나 미리 포기하지 않고 지하철역에서 내려 숨이 찰 정도로 빨리 걸었다. 택시를 타고 가기도 애매하고 우린 펜 스테이션 역에 내려서 서둘렀다. 다른 일정이 예상보다 늦어져 버스를 놓칠 뻔했다. 저녁 식사할 시간도 없어서 치폴레에서 음식을 주문해 들고 버스에 탑승했다.

딸을 배웅하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먹고 설거지를 마치고 이메일을 열어 읽었다. 링컨 센터 공연 예술 도서관 피디가 도서관에서 열리는 축제에 대해 소식을 보내왔다. 개인적인 이메일을 보낸다고 하니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빈부 차이가 극심한 뉴욕은 소수를 제외하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고 뉴욕 공공 도서관도 재정 문제에 봉착하는지 점점 많은 이벤트가 예약제로 변하고 동시 기부금을 달라고 요청한다. 사랑하는 도서관에 기부금 낼 정도 형편이 아니라 마음이 무겁고 몇몇 행사에 참가한다고 답장을 보냈다. 수년 전 자주 링컨 센터 도서관에 방문했는데 카네기 홀,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 등 갈수록 더 많은 장소를 방문하니 점점 도서관과 멀어져 가는 내게 이메일을 보낸 피디에게 감사의 마음이 든다. 도서관에 간지 1년 정도 지난 것도 같은데 잊지 않고 이메일을 보냈다.

뉴욕은 매일 수많은 행사가 열리므로 다양한 선택이 열려 있어서 늘 고민하게 되고, 열정만큼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고 다양한 경험도 하게 된다. 월요일 저녁 브루클린 덤보에서도 특별 행사가 열렸고 맨해튼 음대에서도 동문들에게 초대장을 보냈지만 오랜만에 만난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느라 참석할 수 없었다.

아름다운 가을이 떠나기 전 보스턴에 여행 오라는 말을 하며 딸은 메가 버스를 타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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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9 월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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