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와르도 페르난데스 기타 마스터 클래스/ 할로윈 축제
눈부시게 화창한 가을 햇살의 반짝반짝했다. 가을 햇살도 밤하늘의 별처럼 아름답기만 했다. 사랑하는 거버너스 아일랜드가 문을 닫는 날이었지만 도저히 그곳까지 갈 에너지가 없어서 대신 사랑하는 센트럴파크에 갔다. 플라자 호텔 근처 지하철역에 내려 걷는 순간 내게 마차 타지 않겠냐고 물으니 웃음이 나왔다. 너무 피곤해서 여행객처럼 보였을까. 매일 맨해튼에 가서 밤늦은 시간 집에 돌아오는 일정이라 피곤이 누적되어 가지만 황금 햇살 비추는 센트럴파크가 그리웠다. 지난번 딸이 뉴욕에 와서 플라자 호텔 근처를 거닐 때도 우리 가족이 여행객인 줄 알고 마차를 타라고 권유를 했다.
청동 오리 떼가 산책하는 센트럴파크도 보며 천천히 거닐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도 들으며 마차의 행렬도 보며 셰익스피어 동상 세워진 곳으로 걸었다. 시월의 마지막 날이건만 센트럴파크 단풍은 아직 절정이 아니지만 군데군데 노랗게 붉게 물든 나무도 있다. 영국 대문호 셰익스피어 동상 부근 나무는 노랗게 물들어 가고, 한국어를 구사하는 두 명의 청년이 지나고,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도 보고, 색소폰 소리 들으며 계속 걸었다. 사랑하는 베데스다 테라스에 도착하니 신랑 신부가 웨딩 사진을 촬영하고 바이올린 연주도 듣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커플도 보고 호수에 도착했다. 가을빛으로 물들어 가는 호수에서 보트를 타는 사람들을 보고 산 레모 아파트와 다코타 아파트가 비친 호수를 지났다.
멀리서 아코디언 소리도 들려왔고 노란 낙엽 위를 걸으며 쉽 메도우에 도착했는데 놀랍게 90세 가까운 화가가 보였다. 곧 뉴욕 시 마라톤 축제가 열리고 센트럴파크가 마라톤 종착지. 마라톤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미 뉴욕에 왔을까. 모두 흥분하고 있겠다.
축제 준비 현장을 지나 링컨 센터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 음대에 도착했다. 오후 5시 우루과이 출신의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에듀아르도 페르난데스 (Eduardo Fernandez) 마스터 클래스. 전설적인 기타리스트를 뉴욕에서 만날 거라 미처 생각도 못 했는데 우연히 기회가 찾아왔다. 창밖으로 리버사이드 교회와 가을빛으로 물든 가로수를 보면서 맨해튼 음대 학생들의 클래식 기타 연주를 들으며 추억에 잠겼다. 대학 시절 클래식 기타 반에서 활동을 했다. 전공 수업을 받고 빈 시간이면 동아리방에 찾아서 기타 연습을 하거나 선배나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아름다운 추억. 처음 기타를 배울 때 지판을 누르는 손이 너무 아파 포기할까 고민하다 계속 레슨을 받았다. 대학에 들어가 무슨 동아리방에서 활동할지 고민하며 관현악반, 클래식 기타반, 연극반, 사진반 등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다가 고등학교 친구 오빠를 클래식 기타반에서 만났다. 친구 오빠가 기타반에 들어와 활동하라고 권유를 했다. 친구 오빠는 제주도에서 병원 개업을 했다고 오래전 소식 들었는데 지금도 아름다운 제주도에서 사는지 궁금도 하다. 내게 레슨을 해준 선배도 그립고 모두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에는 수련회를 가서 식사 준비도 하면서 합주 연습도 하고 했는데 까마득한 세월이 흘러갔다. 매년 가을이 되면 정기 연주회 준비도 하고 가을 학기 시작해 연주회 준비하면 자정 무렵에 집에 들어가고 무대에서 연주할 곡 연습하느라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던 대학 시절. 물론 아르바이트도 하며 돈도 벌고 친구들도 만나니 더 바쁘기만 하니 집에서 지낼 시간이 없었다. 아카시아꽃이 필 무렵에는 야유회도 갔었지. 대학 졸업 후에도 모임을 만들어 자주 만나곤 했는데 소식이 끊긴 지 오래다.
기타 마스터 클래스를 보고 나와 맨해튼 음대 지하 마트에 가서 커피를 주문해 테이블에 앉아 잠시 휴식을 했다. 피곤한 상태로 외출을 하니 달콤한 휴식이 필요했다. 학생들은 식사를 하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핼러윈 축제 날이라 마녀로 분장한 학생도 보았다. 잠시 후 콜롬비아 대학 지하철역에 도착. 특별한 분장을 한 학생들이 많이 보일지 궁금했는데 지하철역은 조용한 분위기라 놀랐고 링컨 센터에 가려고 1호선을 기다렸는데 지옥철이라 탑승하기도 피곤했고 가까스로 탑승해 링컨 센터 역에 내렸다. 링컨 센터 지하철역도 조용한 편. 저녁 8시 줄리아드 학교에서 열리는 공연 보러 갔는데 자주 공연 보러 온 90세 할머니는 풍선을 들고 오셨다. 평소 자주 볼 기회가 드문 트럼펫, 비올라와 플루트 연주를 감상했다. 아름다운 플루트 소리를 들으니 지난번 맨해튼 음대에서 본 제임스 골웨이 플루트 연주가도 떠올랐다.
시월의 마지막 날 핼러윈 축제에 갔으면 좋았을 텐데 조금 아쉽기만 하다. 카네기 홀에서 열린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공연은 어떠했을까. 이제 곧 11월. 하프시코드 음색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운 11월. 믿어지지 않구나. 세월이 너무나 빨라.
10월의 마지막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