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센트럴파크, 줄리아드 학교 챔버 공연
David H Koch Theater에서 헝가리 오페라 상영
창가로 예쁘게 물든 단풍이 비추나 한 폭의 멋진 그림이 된다. 노랗고 붉은 나뭇잎은 바람에 흔들려 내 마음도 이리저리 흔들흔들. 11월이 되자 가을색은 짙어만 가고 마음도 멜랑꼴리 해진다. 하늘이 요술을 부리는 아름다운 계절. 모닝커피 마시며 랩톱을 켰다.
어제도 시내버스를 타고 플러싱 메인 스트리트에 가고 파리바게뜨 앞 은행나무는 노랗게 물들어 가니 고등학교 시절 교복 입고 사진 찍던 추억도 떠오르고. 교정에 떨어진 노란 은행잎 주우며 얼마나 행복했던가. 수많은 세월이 흘러가나 추억은 언제나 그대로. 친구들도 그립다.
잠시 후 플러싱 메인 스트리트에서 로컬 7호선에 탑승했는데 노란 귤 냄새가 가득하니 며칠 전 카네기 홀에서 만난 나타샤도 떠올랐다.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할머니. 막심 벤게로프가 세계 3대 바이올리니스트에 속한다고 말씀하셨다. 경제적인 형편을 고려하니 늘 발코니 석을 구입하곤 하는데 그날 그 할머니 부부가 아들과 내 앞에 앉아 뒤를 돌아보며 귤 하나를 내밀었다. 맛있는 귤을 먹으며 벤게로프가 무대에 등장하길 기다렸어. 그날 처음 봤던 바이올리니스트. 재활치료를 하느라 한동안 바이올린 활을 잡지 않았다고. 4년간 활동 중지하다 다시 활동을 하는 음악가. 그날 바이올린 음색이 예뻐서 기억에 남는다. 연주가 활동을 중단할 정도니 얼마나 고통스러운 순간이었을까. 중국 피아니스트라 랑랑도 지금 연주 활동을 안 하고 쉬고 있는데 재활 치료를 하고 다시 무대에서 연주하면 좋겠어. 잠시 추억에 젖는 순간 두 명의 남자가 싸웠다. 생수병을 든 남자 병뚜껑이 열렸는지 지하철 의자에 물이 흘렀는데 승객이 언짢아하면서 한마디 하자 생수를 든 남자도 대꾸를 하고 순간 불꽃 튀는 싸움으로 번졌다. 이러다 큰 사고 나면 어떻게 하면서 불안했지만 생수병을 든 남자가 화를 내고 욕을 하다 우드 사이드 역에서 내려 싸움은 마무리되었다.
퀸즈보로 플라자 역에서 내려 맨해튼에 가는 지하철에 환승하려고 기다리다 N 지하철에 탑승했지만 하마터면 놓칠 뻔할 정도로 승객도 많아 놀랐다. 요즘 갈수록 뉴욕 지하철 탑승이 고통스러워진다. 비단 출퇴근 시간이 아닌 평상시도 지옥철이니 마음이 가볍지 않다. 이틀 전 카네기 홀에서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공연 보고 한밤중 지하철 탔는데 승객이 너무 많이 빈자리는 없고 설 공간도 부족해 숨이 막혔다. 센트럴파크 남쪽 입구 플라자 호텔 근처에 내려 가을빛으로 물든 센트럴 파크를 바라보고 마음은 갈팡질팡.
어제 오후 4시 줄리아드 학교에서 공연이 열리고 카페에 들려 커피 마시며 잠깐 휴식하고 싶은 마음 가득했는데 아름다운 단풍을 보니 마음은 흔들려 나도 모르게 센트럴파크 안으로 들어갔다. 내일 뉴욕 시 마라톤이 열리고 센트럴파크가 종착역. 공원에는 조깅하는 사람들 언제나 가득하고, 마차는 달리고 여행객에게 친절히 안내하는 마부도 보고, 셰익스피어 동상이 세워진 쉽 메도우 근처에 갈 시간은 충분하지 않아 최대한 빨리 링컨 센터로 가는 길을 골랐다. 노랗게 물든 나뭇잎을 밝으며 가을 향기를 느끼며 공원에서 산책하는 애완견들과 인사도 나누고 예쁘게 물든 단풍을 보니 하늘로 날아갈 듯 기뻤다. 넓은 공원 전체가 노랗게 물든 것은 아니지만 군데군데 진한 단풍이 사람들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 듯 꽤 많은 사람들은 노랗게 물든 고목나무 아래서 휴식을 하고 있었다. 두 명의 남자는 고목나무 아래서 대화를 나누니 '가을 남자' 그림으로 보였다.
멋진 망원렌즈 달린 카메라가 있다면 더 멋진 사진을 담을 수 있을 텐데 아이폰으로 가을 풍경을 담았어. 오래오래 센트럴파크에 머물고 싶었지만 줄리아드 학교에 가야 하니 공원을 나와 링컨 센터로 향해 걸었다. 자정 무렵 집에 돌아와 잠들고 다음날 일어나 메모하고 집안일하고 지하철 타고 맨해튼 가는 스케줄이 반복되니 피로가 누적되어 커피 향 좋은 커피가 그리웠는데 어제는 커피 대신 노랗게 물든 고목나무를 보았다. 1년 365일 가운데 예쁜 단풍을 볼 수 있는 날은 불과 며칠 안 되니 커피보다 가을 산책이 우선순위가 된다. 예쁜 사진 담을 수 있는 시간은 많아야 1주일 정도. 그리고 햇살이 좋아야만 더 예쁜 사진이 되고 그러니 찰나를 잡아야 아름다움을 느껴.
오후 4시 줄리아드 학교에서 열린 Honors Chamber Music. 1년 약 700개 이상 공연이 열리는 줄리아드 학교. 일부는 유료 공연이고 일부는 티켓을 미리 예약하니 피곤도 하는데 어제 공연은 예약이 필요 없는 무료 공연. 얼마나 좋은지. 뉴욕은 세계적인 음악가 공연이 많이 열리고 링컨 센터와 카네기홀에서 자주 공연 보는 편이지만 명성만큼 좋은 공연도 있지만 항상 좋은 것이 아니다. 요즘 학생들 공연이 정말 좋아 줄리아드 학교 공연 보고 싶은 마음 가득해. 어제 체임버 공연 정말 좋았다. 센트럴파크에서 산책하다 가까스로 오후 4시에 맞춰 학교에 도착했는데 자주 만나는 70대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에게 센트럴파크 사진 보여주자 너무 예쁘다고 하면서 액자에 담아 선물로 주라고 하니 내게 백만 불 주면 그럴게, 하니 웃었다. 어제 공연 모두 좋았지만 그 가운데 멘델스존 현악 4중주 가장 좋았어.
하이든, 베토벤과 멘델스존 현악 4중주 감상하고 밖에 나왔는데 할머니가 잠깐 이야기를 하자고 하셨다. 화장실에 다녀오고 나서 이야기하자고 화장실에 가서 할머니보다 먼저 나와 밖에서 기다리는데 할머니를 오래오래 기다리다 학교 스타벅스 카페에 가서 커피 주문하고 수위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는데 할머니는 아주 놀란 눈빛으로 날 찾고 계셨다. 화장실에 손님이 너무 많아 밖으로 나와서 기다린 것이고 어제저녁 링컨 센터에서 오페라 볼 예정이고 저녁 6시에도 줄리아드 학교에서 공연 볼 예정이라 커피 마실 시간이 충분하지 않고 커피가 그리웠어. 날 보자 안심한 할머니. 그리고 내게 저녁 스케줄에 대해 물으셨다.
-저녁에 뭐 할 거니?
-비밀이야.
-그러지 말고 이야기해봐. 뭐 할 거니?
-비밀이야. 왜 그래?
-11월에 생일이 있어. 제발 말해봐.
-어머 생일이라고. 그럼 말해줄게. 오페라 볼 거야.
-무슨 오페라?
-비밀인데 생일이라고 하니 공개를 하지. 헝가리 오페라 볼 거야.
-그래? 나도 보고 싶은데. 어디서 해? 티켓 가격은 얼마야?
-비밀
-장난하지 말고 말해봐. 가격이 얼마야? 비싸면 볼 수 없고.
-가격은 아주 비싸지 않아. 지금 미국 투어 중이고. 우리 저녁 6시 공연 봐야 하니 서둘러야 해. 지금 함께 가서 공연 티켓을 사자.
- 고마워.
- 생일 선물이야.
-너 생일은 언제니?
-음, 장미 향 가득한 계절
-그럼 6월이구나
-응
-다음에 기억할게. 넌 내 친구야.
할머니랑 링컨 센터 박스 오피스에 가서 티켓을 샀다. 그런데 내 티켓보다 값이 더 저렴해서 놀랐다. 내 티켓 보여주고 옆자리에 빈 좌석 있는지 묻자 없다고 해 반대편 좌석 티켓을 받고 다시 줄리아드 학교로 돌아가 멕시코 출신 교수와 학생들이 작곡한 곡을 감상했다. 아름다운 하프 소리와 바이올린과 비올라와 첼로 소리 듣다 우린 오페라 보러 가야 하니 공연이 끝나기 전 홀을 떠났다.
저녁 7시 반 링컨 센터 David H Koch Theater에서 헝가리 오페라 상영. 저렴한 티켓을 구입하니 오케스트라 좌석이 아니지만 이 극장은 메트와 카네기 홀 보다 객석 의자가 더 편하고 좋고 오케스트라도 꽤 가까이 보여 좋고 어제 처음으로 헝가리 오페라를 감상했다. <시바의 여왕> 오페라 테너(Assad 역) 목소리가 너무너무 아름다워 갖고 싶더라. 메트에 비해 합창과 무대 설치가 부족했지만 오케스트라 수준도 나쁘지 않았고 테너 목소리는 메트 오페라 가수라 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오페라 가수 가운데 리스트 음악원에서 공부한 가수들도 보였다. 미국 데뷔 무대였다. 헝가리 오페라 하우스가 1875년에 설립되어 역사가 깊다고 오래전 책에서 읽었다. 아주 오래전 헝가리에 여행 갔을 때 오페라도 봤으면 좋았을 텐데 그때 아무것도 모르고 방문했다. 아름다운 부다페스트 투어 할 때 한인 가이드가 부다페스트가 세계 사진가들이 좋아하는 세계적인 도시에 속한다고 하는 말도 들었다. 아름다운 다뉴브강과 국회 의사당과 성당 등에 방문했던 추억도 떠오르고 빨간색 지붕이 인상적이었다. 어제 헝가리 오페라 공연이 밤 11시에 막을 내려 휴식 시간 아들에게 늦는다고 연락을 하고 집에 도착하니 자정이 훨씬 지난 새벽 시간.
토요일 새벽 시간에 올린 센트럴파크 가을 사진이 브런치 조회 수가 4700명이 넘어 놀라고 모두 센트럴파크 단풍이 그리운가 보다. 폭발적인 인기야.
스산한 가을바람이 분다.
11. 3 토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