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 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황금 햇살이 비치는 11월 아침. 곧 가을은 떠날 건가. 아침 기온 3도. 내일은 하얀 눈이 온다고. 첫눈이 오면 무얼 할까.
하얀 눈이 내리면 아다모의 '눈이 내리네'를 자주 듣곤 한다. 대학가 카페에서 하얀 눈이 내린 날 지인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했는데 세월이 저만치 흘러가고 있다. 세월은 붙잡을 수 없는 건가.
아, 벌써 11월 중순. 곧 연말. 맨해튼 라커 펠러 센터는 크리스마스트리 준비 중이다. 할러데이 시즌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트리는 하루에 뚝딱 만들어지지 않아. 커다란 나무판자를 쌓고 쌓고 스와로브스키 보석도 주렁주렁 매달겠다. 라커 펠러 센터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지. 근처에 가서 사진 담기도 무척 어렵지.
어제저녁 카네기 홀에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려 아들과 함께 갔다. 세계적인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노나토 목소리를 기대하며 갔는데 오케스트라 단원 연주가 아주 좋았다. 재미교포 데이비드 김(55세)이 필라델피아 악장으로 있고 카네기 홀에서 가끔 보곤 했다. 부악장 줄리엣 강, 비올라 수석 장충진 등 한인 출신들이 있는 미국에서 명성 높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기대치가 아주 높은 조이스 디노나토의 노래 에르네스트 쇼송 <사랑과 바다의 시>는 악보를 보고 부르니 조금 아쉬움이 남았지. 아무래도 악보를 보고 부르면 연기와 표현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사랑과 바다의 시> 가사 가운데 라일락과 장미가 나와 사랑하는 브루클린 식물원이 떠올랐다. 해마다 봄이 되면 달려가는 식물원. 라일락꽃향기 가득한 숲을 거닐면 행복이 밀려온다. 6월이 되면 장미 정원도 무척 아름답고. 11월에는 은행나무숲도 너무 예쁜 곳.
브루클린 식물원
커티스 음악원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지휘자 야닉 네즈-세객 (Yannick Nézet-Séguin, 재임 기간 2012–) 공연 만족스러웠다. 또 콜롬비아 대학과 줄리아드 음대에서 공부한 젊은 작곡가 MASON BATES(1977년 출생)의 곡 Anthology of Fantastic Zoology (2014년 작곡, NY Premiere) 꽤 듣기 좋았다.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공연했던 곡이고 뉴욕은 어제 처음으로 공연. 젊은 작곡가의 곡이 좋으면 놀라곤 한다. 줄리아드 학교와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프로그램이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끔 콜롬비아 대학에 가서 그 프로그램 학생 연주도 보곤 하고 올해 학생들 연주가 아주 좋아 감명을 받았다. 줄리아드 학교에서만 공부하는 것도 벅차고 콜롬비아 대학 역시 마찬가지인데 두 학교에서 공부하면 아주 힘들 텐데 해낸 소수의 학생들도 있다.
바그너의 <로엔그린 서주> 곡 연주도 좋았고 어제 프로그램 마지막 곡 레스피기의 <로마의 분수> 공연을 보니 아름다운 로마가 떠올라. 전 세계인의 사랑을 듬뿍 받은 트레비 분수를 보러 크리스마스 시즌 로마로 여행 가려는 사람 많지. 역사 깊은 로마 여행도 멋지지. 로마 다시 가고 싶어.
필라델피아 하면 <필라델피아> 영화가 가장 먼저 떠올라. 톰 행크스가 주연으로 출연하고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부른 '필라델피아 거리' 노래가 흐르는 영화. 그 영화 본 지가 얼마나 오래된 거야. 수년 전 메가버스 타고 아들과 함께 필라델피아 거기 걸으며 추억에 잠겼다. 뉴욕에서 살 거라 한 번도 생각도 못 했는데 어느 날 필라델피아 거리를 걸으니 꿈만 같았어. 더운 여름날 낯선 곳에서 찾아다니라 가 수고도 많았다. 미술관도 좋았고 세계적인 경영 대학으로 명성 높은 와튼 대학에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안철수가 동문에 속하고. 그때 우리는 시내버스를 타지 않고 지도를 보고 여기저기 걸어 다녔다. 뉴욕에서 필라델피아 여행 갈 때 뉴저지를 통과하게 되고 주유소 간판을 보니 저렴한 가스값에 놀랐지. 아, 여행 간 지 정말 오래되었어.
어제 오후 크리스티 경매장에도 갔다. 지금은 하늘로 여행 떠난 수많은 예술가들 작품이 벽에 걸려 있고 값은 얼마나 비싼지 눈이 저절로 감겨. 초대받은 사람들 무리도 봤다. 멋진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갤러리에서 그림 설명을 듣고 있더라. 뉴욕에서 돈 많은 집안에 속하겠지. 수 백억- 수천억 하는 작품을 서민들이 누가 사겠어. 마크 로스코, 잭슨 폴락, 프란시스 베이컨 등. 또 얼마나 큰 다이아몬드 보석을 봤는지. 가격은 또 얼마나 비싼지. 1650만(170억 이상) 달러 반지. 누가 그 보석 주인이 될까. 한국에서 본 적도 없는 비싼 보석도 뉴욕에 오니 가끔 본다. 그림값만 수 천억 하는 것도 아니네.
어제 오전 가을비도 내렸어. 카네기 홀에서 스웨덴에서 여행 온 부부도 만나고 일주일 동안 뉴욕에 머물 거라 하면서 카네기 홀에 공연 티켓 사러 오고, 아이스하키 경기 즐겁게 봤다고 하고, 첼시 하이라인과 갤러리 구경했다고, 그래서 메트 오페라 보라고 추천했지. 메트 오페라 정말 좋지. 은퇴한 변호사 할아버지도 카네기 홀에서 만나고 중국 시니어 벤저민 부부도 만나고 도서관에서 일하는 제프도 만나고 카네기 홀 직원과도 인사를 했다.
프란시스 베이컨
어제 아침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면 놀랄까. 맨해튼에 가려면 최소 3회 환승해야 하는데 시내버스 타고 플러싱 메인스트리트 지하철역 가는데 한 시간 가까이 걸려 숨이 막혔다. 기다리는 사람들 얼굴은 프란시스 베이컨 초상화처럼 고통스러운 얼굴로 변했다. 지하철역은 또 얼마나 지옥철인지. 냉장고는 텅텅 비어 가고 장도 보러 가야 하는데 왜 하기 싫은 거야. 아침에 일어나 오븐에 맛있는 고구마 구웠다. 커피도 끓이고. 하루가 지나가고 다시 새로운 날이 열렸어. 오늘은 무슨 일이 생길까. 지옥 같은 현실에서 꿈과 낭만을 찾아야지. 그러지 않아.
11. 14 수요일 아침 모닝커피 마시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