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 홀 뉴욕 팝스 공연 & 나움버그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보고
토요일 아침 사방은 조용하고 눈부신 가을 햇살 창가로 비춘다. 도로에 차들도 달리지 않고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어제 긴긴 하루를 보냈다. 맨해튼 어퍼 이스트사이드 맨해튼 어퍼 이스트사이드 92Y에서 열린 나움버그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보려고 일찍 집에서 출발했지만 버스 정류장에서 두 대의 시내버스는 그냥 지나갔고 오래오래 기다리다 근처 도로 풍경을 아이폰으로 담았다. 눈 내린 가을 풍경은 예쁘고 늦게 늦게 온 시내버스 타고 플러싱 메인스트리트 지하철역에 가서 로컬 7호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뉴욕 퀸즈 플러싱 첫눈 내린 후
나움버그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결승전에 5명이 참가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바이올린을 연주. 대회가 열리는 카우프만 홀에 11시 반경에 도착했지만 연주 중이라 홀 안으로 입장이 불가. 홀 밖에서 들었다. 첫 번째 연주자 역시 한인 출신 바이올리니스트였다. 5명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연주한 곡목은 저마다 달랐고 대략 45분 정도로 정해져 있었다.
두 번째 학생 연주까지 듣고 1시간 동안 점심시간이라 근처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가서 휴식하고 거리에서 구입한 노란 바나나와 귤도 먹고 커피도 마시다 아들도 92Y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다는 연락을 받아 북 카페에서 나왔다. 오후 2시부터 다시 바이올린 연주를 감상. 무대에서 악보를 보고 연주하면 역시 만족스럽지 않았고 악보 없이 연주하는 게 백만 배 더 좋았다.
어제 우승을 한 마지막 연주 학생 연주가 마음에 와 닿았다. 바이올린 활도 음악 표현도 좋았고 마치 장미 정원에서 산책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음악 전공자가 아닌 입장에서 학생마다 난이도가 다른 곡을 연주하니 누가 우승을 할지 궁금해 기다렸다. 지금은 세상 어느 분야나 경쟁이 심해 힘들지만 음악의 길도 정말 치열하고 재능과 열정과 부모 뒷바라지 없이 불가능한 길. 5명의 참가자들은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바이올린 연습을 했을지 눈에 선하다.
어제 우승자가 첫 번째 연주했던 가브리엘 포레 바이올린 소나타
어제 심사위원 가운데 맨해튼 음대와 줄리아드 학교에서 가끔씩 뵈었던 니콜라스 만 교수님과 전 뉴욕필 악장 글렌 딕테로가 보였다. 니콜라스 만 교수님 아버지 로버트 만을 기리는 바이올린 대회였고 심사 발표는 니콜라스 만 교수님이 하셨다. 모두 가슴이 두근두근하며 심사 결과를 기다렸지. 아들은 엄마가 좋아하는 한인 출신 Grace Park(뉴잉글랜드 음악원 출신)이 우승을 할지 안 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결과는 나의 기대대로 되어 기분이 좋았다. 1차와 2차 대회는 일반에게 오픈하지 않았고 어제 결승전만 일반인에게 무료로 오픈했으나 소수 몇 명만 찾아왔다. 수험생처럼 종일 음악을 들어 상당히 피곤했다. 어제 공연이 진행된 카우프만 홀에 바흐, 브람스, 베토벤, 링컨, 셰익스피어, 단테, 등의 이름이 보였다.
92Y와 메트 뮤지엄이 가깝고 금요일 저녁 9시까지 문을 여는 메트에 가려다 아들이 배가 고프고 피곤한 거 같아 지하철을 타고 미드타운에 내렸다. 할러데이 분위기 물씬 거리는 맨해튼. 꽤 많은 곳은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니 반짝반짝 빛나는 거리를 아들과 함께 걸었다.
모마 근처에서 파는 서민들이 사랑하는 할랄을 구입해 저녁 식사를 하고 잠시 휴식을 하다 카네기 홀에서 저녁 8시 뉴욕 팝스 공연을 감상했다.
명성 높은 뮤지컬 곡 <오클라호마>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시카고> <렌트> <카루젤> 등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뮤지컬 사랑하는 사람에게 꽤 좋은 뉴욕 팝스. 어제는 댄스와 노래를 함께 감상하니 더 좋았다. 한국에서 볼 기회가 드물었던 뮤지컬. 맨해튼에서 가끔 보곤 했지만 가격이 저렴하지 않아 요즘 자주 뮤지컬 보지 않은 편이다. 오페라보다 뮤지컬 공연을 더 사랑하는 아들과 즐거운 공연 보고 집에 돌아오니 거의 자정 무렵.
카네기 홀에서는 런던에서 2년 동안 약사로 일한 40대 여자도 만나고 외모가 마치 20대처럼 보인다 하니 그녀가 웃으며 "요즘 일 안 해서 그런가 봐요"라 하니 나도 웃었다. 며칠 전 뉴욕 필 공연도 봤다고 오래전 뮤지컬 공연도 자주 봤고 지난번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공연도 봤다고. 음악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주 공연을 보는 뉴욕과 런던 문화. 롱아일랜드에 사는 친구는 첫눈이 내린 날 맨해튼에서 집까지 5시간 걸렸다고. 멀리 캘리포니아에서 온 분도 만났는데 "뉴욕 왜 이리 추워요" 하며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Newark Liberty International Airport)에서 첫눈 내린 날 맨해튼까지 4시간 걸렸다고. 하얀 눈이 펑펑 내려 낭만 가득한 풍경으로 변했지만 운전하는 사람은 지옥을 경험했다고. 오래전 연구소에 근무할 적 뉴욕에 폭설이 내린 날 롱아일랜드까지 죽음을 무릅쓰고 운전했던 추억도 떠오른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리는데 운전을 해야 할지 안 할지 플러싱 파리바게뜨 카페에서 생각에 잠겼다. 카페에서 창밖 풍경은 천국처럼 예쁜데 운전을 해야 할 현실은 지옥. 고민 고민하다 빙판 길을 달려 집에 갔다. 운전 너무 싫어. 한국 같으면 택시 타고 집에 갈 텐데 뉴욕은 택시 요금이 너무 비싸 공포다.
어제 공연 보니 할러데이 분위기 물씬거리고 지하철에는 커다란 트렁크 든 여행객들도 아주 많고 스타벅스 카페에 가면 종이 지도를 보며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도 많이 보이고 곧 뉴욕 백화점 쇼윈도도 오픈하고 할러데이 시즌 쇼윈도 투어도 있으니 뉴욕 백화점 쇼윈도 정말 볼만해. 구경꾼이 너무 많아서 피곤하고 힘들지만. 11월 말경 라커 펠러 센터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이 열리고 브라이언트 파크와 그랜드 센트럴 역은 이미 할러데이 마켓이 열리고 있다. 어제 지하철역에서 젊은 남자가 먹는 음식이 뭔지 모른대 마치 동지죽처럼 보여 추워지는 날 갑자기 동지죽이 먹고 싶어 졌다. 어릴 적 엄마랑 함께 동지 새알을 빗던 추억이 새록새록 난다.
11.17 토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