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첫눈이 내려요

모마, 줄리아드 학교, 북 카페

by 김지수



IMG_7788.jpg?type=w966 맨해튼 링컨 스퀘어 첫눈 내린 날



뉴욕에 하얀 첫눈이 내린 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가는 동안 첫눈이 내린 것을 보고 사랑하는 두 자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플러싱에서 로컬 7호선을 타고 달리다 첫눈이 내려 그랜드 센트럴 역에 내렸어. 낭만 가득한 기차역에서 기차 타고 떠나고 싶은 마음 가득. 눈이 내리니 가슴은 설레고 강아지처럼 좋아서 마음은 하늘을 날고. 그랜드 센트럴 역 마트에 가서 바게트 한 개 구입해 가방에 담고 장미꽃향기도 맡고 5번가 북 카페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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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은 창가에 자리 잡고 앉아 핫 커피 마시며 5번가를 바라보았다. 노란 택시도 쌩쌩 달리고 승용차도 쌩쌩 달리고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걷고 모두 그림 같았지. 오랜만에 첼시 갤러리에 가려다 하얀 눈이 내려 마음이 갈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려 북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서점을 나온 순간 후회가 밀려왔다. 밖은 너무 춥고 하얀 눈이 펑펑 내리고 도로는 질퍽질퍽해서 걷기도 불편하고 따뜻한 북 카페에서 시간을 보낼 걸 왜 나온 거야 혼자 중얼거리며 5번가를 걷기 시작했다.

성 패트릭스 성당 안으로 들어가 기도를 할까 하다 그냥 지나치고 첫눈이 내리는 날 모마에 갔다. 안경에 안개 가득해 아무것도 안 보인데 누가 불러 뒤돌아 보니 직원이 우산 담으라고 비닐봉지를 내밀었다. 친절한 직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IMG_7786.jpg?type=w966 모마 조각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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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휠체어에 탄 할머니 모시고 모마에 와서 작품 감상





사랑하는 조각 공원 보려 했는데 하얀 눈이 내려 누가 미끄러질까 봐 닫아버려 멀리서 바라만 봤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갤러리를 구경하는데 휠체어에 앉은 할머니를 모시고 그림 감상하는 할아버지 보자 감동이 밀려왔다. 한 폭의 명화보다 멋진 풍경 아닌가. 누군가는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그림 앞에서 설명을 하고 옆에서는 스페인어로 통역을 하고, 모네 그림 앞에서도 설명을 하고.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도 보고, 모네, 마티스, 고갱, 등의 작품을 보고 6층으로 올라가 이해가 무척 어려운 작가 전시도 보고 3층 특별전도 잠깐 보고 2층 브랑쿠시 전시회도 보고 모마를 떠났다. 첫눈 내리고 늦은 시각 방문하니 방문객이 적어서 조용하고 좋았다. 방문객 많으면 사람 구경하러 간 듯 너무 피곤한 모마.




IMG_7777.jpg?type=w966 피카소




IMG_7779.jpg?type=w966 고흐




IMG_7772.jpg?type=w966 잭슨 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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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 줄리아드 학교에서 바이올린 리사이틀 공연 보려 시내버스에 탑승했다. 하얀 눈이 내려 도로는 여기저기 막히고 시내버스는 천천히 천천히 달렸다. 링컨 스퀘어 단테 파크 근처에 내려 하얀 눈을 밟으며 줄리아드 학교로 갔다. 첫눈이 오는 날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을 들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여학생은 첫눈이 오는 날 화사한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라 오래전 카네기 홀에서 봤던 안네 소피 무터가 떠올랐다. 그날 뉴욕에 폭설이 내려 사랑하는 센트럴파크에 설경 사진 담으러 갔는데 아이폰이 작동을 멈춰 사진 담는 거 포기하고 카네기 홀 옆 스타벅스 카페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렇게 추운 날 안네 소피 무터는 얇은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라 바이올린을 연주해 많이 놀랐다. 저녁 7시 반 줄리아드 학교 교수님 세 분이 작곡한 곡을 감상했다. 하프와 플루트 연주가 정말 아름다워 감동이 밀려왔다. 잠시 마법에 걸린 듯했다.

밤늦은 시각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으로 돌아오는데 지하철역에는 홈리스 가득하고 7호선에 탑승한 사람들 눈빛도 슬프고 배가 무척 고픈지 종이 가방에 든 시금치 봉지를 개봉해 먹는 중년 남자도 보고 갑자기 지하철이 멈춰 깜짝 놀랐는데 다행히 곧 출발했다. 플러싱에 도착 시내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데 도로에 눈 가득 쌓여 걷기도 무척 힘들었다. 아파트 슈퍼는 한밤중에도 눈을 치우니 힘들지만 하얀 눈 내리면 세상은 그림처럼 동화처럼 아름다워.






첫눈이 내린 날 누군가는 오페라 보러 메트에 갔겠지. 카네기 홀에서 마크 앙드레 아믈랭 (Marc-André Hamelin, Piano) 공연이 열렸는데 보고 싶은 마음도 가득했는데 며칠 계속 밤늦은 시각 집에 돌아와 너무 피곤해 포기하고 대신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공연을 봤다. 자정 무렵에 집에 돌아오는 것과 한두 시간이라도 빨리 오는 거 차이도 아주 큰 듯. 어제 브롱스 할머니 집에 가느라 5시간 이상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 맨해튼과 브롱스를 움직여 더 피곤했지. 지난 시즌 마크 앙드레 아믈랭 연주 아들과 함께 봤는데 커다란 망치로 피아노를 두드리는 것 같아 이상했는데 휴식 시간 오래오래 조율을 해서 피아노 조율이 안되어 그랬나 보다 짐작을 했다. 휴식 시간 후 연주는 조금 더 나아져 귀를 막고 싶지는 않았다. 오늘 연주는 어떠했을까. 메모를 마치니 또 자정 무렵이 되어간다.


첫눈이 오는 날 다들 무얼 했을까.


11. 15 첫눈이 내린 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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